한산하고 쾌적해진 나파 밸리 예약 필수, 고급화 전문화에
따른 변화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나파 밸리에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매년 여름 비슷한 스타일로 뮤지엄과 와인 트립을 다녀온 게 4년째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해마다 중요한 기획전을 5월말부터 9월초까지 열기 때문에 그걸 보러 올라간 김에 와이너리 투어도 하고 오는 것이다. 언제나 원래 목적은 전시 관람이지만 결국엔 와인여행이 더 중요해지면서 돌아올 때는 전시에 관해서는 거의 다 잊고 만다는 아쉬움이 있다. 
 

2016년에는 마티스/디벤콘 전시를 구경하고 나파 밸리로 올라가 다리우쉬(Darioush), 셰이퍼(Shafer), 퀸테사(Quintessa), 케이머스(Caymus), 헤스 컬렉션(Hess Collection)을 다녀왔고, 2017년에는 뭉크 특별전을 구경한 다음 소노마 카운티에 가서 조던(Jordan), J 비녀드(J Vineyard), 페라리 카라노(Ferrari Carano)를 방문했다. 2018년에는 르네 마그리트 전시를 본 후 몬터레이 와인 컨트리를 방문해 샤이드(Scheid), 버나두스(Bernadus), 실베스트리(Silvestri), 래스(Wrath), 한 패밀리(Hahn Family)를 둘러보고 시음했다. 
 

올해는 앤디 워홀 전시를 관람한 후 나파 밸리로 향했다. 이틀 동안 여섯개 와이너리-슈람스버그 데이비스(Schramsberg Davies), 도멘 샹동(Domaine Chandon), 멈 나파(Mumm Napa), 파 니엔테(Far Niente), 홀(Hall), 세인트 수퍼리(St. Supery)를 돌았으니 꽤 알차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나파 밸리는 3년만인데,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곳이 너무나 한산해서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참으로 놀랍고 이상한 변화였다. 지금이 여름이고, 휴가철이고, 막 수확기에 접어들어 포도밭이 풍성한 시기라 한창 사람이 들끓어야 하는데 조용한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지난 20여년 나파 밸리의 풍경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순전히 개인적인 추론으로 이 변화를 분석해보았다. 
 

2000년대 초 글로벌 와인 붐과 함께 나파 밸리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와이너리가 테이스팅 룸을 일반에 오픈했고 시음비도 5~10달러, 비싸야 20달러, 무료도 많았다. 하지만 점점 교통이 혼잡해지고 테이스팅 룸은 관광객들로 넘쳐나자 와인애호가들이 나파를 찾지 않기 시작했다. 나도 그 무렵부터 한동안 나파에 가지 않았다. 너무 상업화됐고 어딜 가나 사람이 북적대니 고즈넉한 와이너리 시음의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2000년대 후반부터 고급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시음비를 확 올리고 예약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잡상인들은 몰아내고, 와인 좋아하고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퀄리티 컨트롤 전략이다. 그 트렌드가 지난 10년간 이어져왔으니 지금은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시음비가 일인당 50~100달러를 호가한다. 150~250달러짜리 테이스팅도 많은데 이런 곳은 스플릿 테이스팅(한 잔 시켜서 둘이 나눠 마시는 일)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지금의 풍경을 낳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한적하고 보다 전문적인 시음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어떤 나파 밸리가 더 좋은가는 쉽게 말할 수 없겠다. 그러나 이제 자주 갈 거 같지는 않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했던 시음의 총계는 일인당 300달러가 넘는다. 차라리 좋은 와인 한병 사서 마시는 게 낫지 싶고, 그동안 다닐 만큼 다녔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주부터 나파 밸리 와이너리 방문과 시음기를 연속 게재한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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