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의 테니스 지배

스포츠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지존의 스타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존에게도 늘 라이벌은 존재한다. 일방적이라도 라이벌은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를 평정했어도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는 동시대의 라이벌이다. 미겔슨과 엘스에게는 우즈의 존재가 불운이었다. 테니스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다.  

2019년 테니스 그랜드슬램의 상징격인 윔블던 대회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며 막을 내렸다. 그랜드슬램 통산 23승의 서리나 윌리엄스(37)는 루마니아 시모나 할렙에게 2-0(6-2, 6-2)으로 져 마가렛 코트의 최다 24승 타이 기록 작성에 또 한번 실패했다. 올 결승전 전까지 서리나는 시모나에게 9승1패로 절대 우위를 지켜 대기록 달성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26개의 범실로 무너졌다. 

2017년 호주 오픈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23승을 올렸던 서리나는 이후 올 윔블던을 포함해 6차례 대기록 앞에서 좌절을 맛본다. 결승전에서의 좌절은 2018년, 2019년 윔블던과 지난해 US오픈 3차례다. 23승을 거둘 때까지 결승전에서 전적은 23승6패였다. 코트의 대기록 눈앞에서 23승9패가 됐다. 심리적 압박감이 서리나의 대기록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남자 단식에서는 윔블던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 우승으로 끝났다. 결승전 사상 최장 4시간 55분의 혈투 끝에 잔디 코트의 지존 로저 페더러를 3-2(7-6, 1-6, 7-6, 4-6, 13-12)로 눌렀다. 26차례의 서비스 에이스(조코비치 10개)를 엮어낸 페더러는 타이브레커에서 모두 세트를 놓치며 윔블던 9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윔블던 8승은 역대 최다이다. 조코비치는 우승이 확정된 뒤 읨블던 코트의 잔디를 씹어 먹는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테니스 남자 단식은 2008년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우승을 거두면서 2019년 현재까지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빅3’의 건재가 뚜렷하다. 테니스 역사상 역대 최강의 빅3 구도는 없었다. 중국의 삼국지를 방불케하는 3분지계다. 

1970년대 장발에 머리띠를 두른 스웨덴의 비욘 보그 시절 그의 라이벌은 미국의 존 맥켄로였다. 1980년 두 라이벌의 윔블던 결승전은 Borg vs McEnroe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물론 역대 전적에서는 보그가 크게 앞선다. 보그는 그랜드슬램 통산 11승, 맥켄로는 9승이다. 재미있는 점은 보그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만 11승을 거두고 하드코트 호주와 US오픈에서는 무승이다. 맥켄로는 윔블던 5승, US오픈 4승이고, 호주와 프랑스오픈에서는 우승이 없다. 골프의 그랜드슬램 달성도 어렵지만 테니스의 4대 타이틀 우승 역시 여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3차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빅3는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호주 오픈에서는 페더러가 일찍 16강에서 탈락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과 윔블던 우승, 클레이코트의 지존 나달은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US오픈은 누가 차지할지도 벌써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이들 빅3는 그랜드슬램 역대 최다승 부문에서 1위부터 3위에 랭크돼 있다.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역대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들이다. 페더러 20승, 나달 18승, 조코비치 16승이다. 이부문 4위는 미국의 피트 샘프라스로 14승이다. 샘프라스는 프랑스 오픈 트로피를 품에 안지 못해 그랜드슬램을 작성하지는 못했다. 

테니스는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다. 페더러처럼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세계 톱 랭커로 군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골프같이 40세가 넘어서도 우승을 거두는 종목이 아니다. 테니스는 피지컬 게임이고,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페더러는 오는 8월8일 38살이 된다. 나달은 33세, 조코비치는 32세다.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서리나도 오는 9월26일 38세가 된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들을 하지만 테니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혹자는 빅3를 넘어서는 영건들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잘못돼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빅3는 다르다. 이들은 몇 십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레전더리급들이 동시대에 테니스 전성기를 연 것이다. 조코비치와 페더러에게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다. 나달에게는 호주 오픈에서 조코비치가 윔블던의 페더러가 거대한 산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2008년 호주 오픈 타이틀로 조코비치가 등장한 이후 빅3가 아닌 스타 플레이어의 그랜드슬램 멀티 우승은 영국의 앤디 머레이(3승)와 스위스의 스탠 바브링카(3승) 2명 뿐이다. 이밖에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틴 델 포트로와 크로아티나 마린 칠리치가 US오픈에서 각각 한 차례씩 우승한 게 전부다. 빅3의 성은 여전히 그리고 너무나 견고하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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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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