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도 숙성할 수 있을까? 품종에 따라서 10년 이상 갈수도

와인 모임에서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의 하나가 “와인은 오래 될수록 좋은가?”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품질 좋은 레드 와인은 오래 숙성하지만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은 빨리 마시는게 좋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대부분이 아닌 소수 일부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오래 숙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잘 숙성한 화이트 와인은 색이 황금색으로 진해지고 맛과 향도 깊어진다.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이 숙성할 수 없는 이유는 레드 와인과는 달리 포도 껍질을 벗겨버리고 발효시키고,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껍질에 있는 태닌과 오크통에서 나오는 태닌 성분이 추출되지 않아서 장기 숙성이 불가능하다. 태닌은 산도, 당도와 함께 숙성의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숙성이 가능한 그 소수 일부 화이트 와인은 어떤 품종이며 얼마나 오래 숙성할 수 있을까? 와인 블로그 와인 폴리(Wine Folly)는 숙성 가능한 품종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변수와 예외가 있어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험에 따라 약간 수정한 버전을 소개한다.

 

샤도네 :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 때문에 품질 좋은 샤도네는 너끈히 10년까지 익어간다. 산도까지 높은 샤블리의 경우 수십년도 갈 수 있다.

세미용(Sémillon) : 소비뇽 블랑과 블렌딩 하는 보르도 지역의 대표적 화이트 품종. 잘 숙성하면 10년까지 우아한 맛을 잃지 않고, 귀부와인 소테른(Sauternes)으로 만들면 수십년 이상 숙성한다.

캇시텔리(Rkatsiteli) : 그루지아 등 동유럽에서 많이 재배되는 이 품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고 강렬한 맛을 내기로 유명하다. 7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

리즐링 : 드라이 한 것부터 아주 당도 높은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지는데 드라이 리슬링의 경우 5~15년, 중간 당도 리슬링은 10~20년, 아주 달콤한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Trockenberenauslese) 리슬링의 경우 10~30년 이상 숙성한다.

비우라(Viura) : 스페인 리오하 지방의 대표적 화이트 품종으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높아서 시간이 갈수록 깊은 맛을 낸다. 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다.

슈넹 블랑(Chenin Blanc) : 가벼운 화이트 품종이지만 원산지인 프랑스 루아르 산이나 남아공화국에서 나온 고 품질 슈넹 블랑은 수십년을 버틸 수 있다.

사바티아노(Savatiano) : 그리스의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숙성에 의해 더 맛이 좋아지는 대표적 와인이다. 10년 이상 잘 익어간다.

아린토(Arinto) : 포르투갈 품종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되는데 질 좋은 와인은 15년 이상 숙성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당도가 높은 디저트 와인과 셰리, 마데이라, 포트 등 주정강화된 와인은 수십년 이상 숙성해야 제 맛을 낸다.  

어떤 경우에도 1~2년 내에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은 화이트 와인은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모스카토 등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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