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의 도박

마크 큐반(61), 스티브 발머(63). 가진 게 돈인 거부들이다. 둘의 공통점은 IT 회사로 부를 축적한 성공한 비지니스맨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시세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NBA 구단을 매입한 구단주이기도 하다. 

큐반은 2000년 1월 댈러스 매버릭스를 부동산 업자 로스 페롯 주니어에게 2억8,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텍사스 출신의 페롯 아버지는 1996년 제3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인물이다. 지난 9일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큐반이 매버릭스를 매입할 때는 팀은 만년 꼴찌 팀이었다. 10년 연속 ‘노 플레이오프’였다. 

농구 명문 인디애나 대학 출신의 큐반은 농구광이다. 구단을 매입해 첫 번째 한 게 선수단의 라커룸을 안락하고 최첨단으로 개조했다. 선수들의 농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돈 많은 부자 특유의 오만함에 괴짜 구단주다. NBA방침과 심판 판정에 항의한 건수만 무려 13차례. 커미셔너로부터 벌금만 166만5,000달러를 제재받았다. 

그러나 만년 하위팀 댈러스는 2011년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구단 창단 이래 처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괴짜 구단주이지만 선은 넘지 않았다. 2008년 임명한 릭 칼라일 감독이 여전히 사령탑을 지키고 있다. 

구단주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뉴욕 양키스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1973년 구단을 매입하고 1996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탈환한 조 토리 감독 전까지 23년 동안 21명의 감독을 교체했다. 빌리 마틴(작고)은 스타인브레너에 의해 3차례나 임명되고 해고됐었다. 

큐반은 구단 행정에 깊은 관여를 하지만 뚝심을 갖추고 있다. 비지니스맨으로 구단주로 성공한 인물이 됐다. NBA 우승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 

이제 발머의 차례다. 발머의 재산은 453억 달러에 이른다. 큐반은 39억 달러에 불과하다. 발머 역시 큐반처럼 열정적이다. 2014년 도널드 스털링 전 구단주의 인종 차별 발언이 터지면서 애덤 실버 커미셔너는 클리퍼스 구단 매각을 명령했다. 이 해 8월 발머는 시장가보다 크게 비싼 가격인 20억 달러에 클리퍼스를 매입했다. 이름 가치에서 훨씬 위인 LA 다저스가 2012년 3월 21억5,000만 달러에 매각된 점을 감안하면 클리퍼스는 NBA 매각 역사에 남을 정도로 비쌌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만 6차례 우승했고, 클리퍼스는 단 한 차례도 NBA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근 발머 구단주는 우승을 향한 도박을 했다. 토론토 랩터스를 우승시킨 포워드 콰와이 레너드와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폴 조지를 트레이드해왔다. LA 타임스는 조지 트레이드가 단행되자 ‘발머 구단주가 그린라이트를 켰다’며 프런트 간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클리퍼스는 조지를 영입하면서 유망주 포인트가드 새이 길저스 알렉산더, 베테랑 다닐로 갈리나리와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 5장을 넘겨줬다. NBA 트레이드 사상 1라운드 지명권을 이렇게 많이 넘겨준 경우는 클리퍼스가 처음이다. ‘모 아니면 도’를 선택했다. 

클리퍼스는 2011년 크리스 폴-블레이크 그리핀-드안드레 조던의 ‘랩 시티’ 농구를 펼쳤지만 우승에는 실패했다. 폴의 절묘한 패스로 시작된 고공 농구는 팬들에게 볼거리로 제공됐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즌 클리퍼스의 트로이카는 완전 해체되고 조직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구단이 도박을 펼친데는 스타플레이어없는 조직력 농구로 플레이오프이 진출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레너드와 조지의 영입으로 NBA 정상급 듀오가 완성됐다. 기존의 가드 패트릭 베벌리는 찰거머리 수비로 유명하다.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2015년, 2016년 2년 연속 ‘디펜시브 플레이어 오브 더 이어’에 선정된 탁월한 수비수다. 아울러 NBA 역사상 두 팀에서 파이널 MVP를 수상한 클러치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두 팀에서 파이널 MVP를 수상한 선수는 카림 압둘 자바(밀워키 벅스-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히트-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레너드(샌안토니오 스퍼스-토론토 랩터스) 등 3명뿐이다. 

클리퍼스는 NBA 사상 처음으로 평균 득점 25점 이상의 2명을 동시에 영입한 팀이 됐다. 클리퍼스를 2020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지는 OKC  선더에서 평균 28점(리그 2위)를 기록했다. 레너드는 토론토에서 평균 26.6점으로 리그 6위다. 

레너드(28)와 조지(29)가 의기투합한데는 LA와 팜데일 출신으로 어린 시절 함께 농구한 인연이 연결고리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가 마이애미에 모여 4년 연속 팀을 파이널에 진출시킨 것도 가까운 친구였기에 가능했다.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1962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8년 NHL 워싱턴내셔널스는 45년 만에 처음 스탠리컵을 품에 안았다. 올해 세인트루이스 블루스도 구단 창단 이래 52년 만에 스탠리컵을 들었다. 이제 1970년에 창단된 클리퍼스 차례가 됐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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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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