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 로쉴드 ‘베르사이유’ 케이스 이우환 그림 포함 5개 빈티지 한정판

보르도 5대 명품 와인의 하나인 무통 로쉴드(Mouton Rothschild)가 해마다 유명 화가에게 와인 레이블 디자인을 의뢰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24년 화가 장 카를뤼와 처음 레이블 작업을 함께 했던 이 와이너리는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이를 전통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매년 다른 화가가 그린 레이블을 내놓고 있다. 종전한 1945년은 최고의 빈티지로 꼽히는데(신의 축복이라고들 한다) 그해 와인에는 필립 쥘리앙이 승리의 V자를 그려 넣었다. 
 

이후 미로, 샤갈, 브라크, 피카소, 달리, 칸딘스키,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루시앙 프로이드, 데이빗 호크니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이 기꺼이 레이블 그림을 그려주었고, 2004년에는 찰스 황태자의 그림이 실리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그림 값으로 돈 대신 와인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위촉된 70명에 이르는 쟁쟁한 화가들 중에는 한국인도 있다. 2013년 와인 라벨 디자이너로 선정된 이우환(Ufan Lee)이 그 주인공으로, 철학적이며 명상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넓은 붓으로 한번 스윽 칠한 것처럼 보이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가 많이 사용하는 검은색 대신 붉은색을 사용했는데, 오크통 안에서 숙성되는 와인을 표현했다고 한다. 
 

사실 마케팅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어 보인다. 해마다 어떤 화가가 선정되느냐와 어떤 그림이 나올 것인가가 끊임없이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고 회자될 테니 매년 저절로 와인 홍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무통 로쉴드가 최근 베르사이유 궁전과 노트르담 성당 복원기금 모금을 위한 ‘베르사이유 셀리브레이션’(Versailles celebration) 케이스를 출시, 경매에서 완판하여 또다시 뉴스가 되었다. 이 케이스에는 와인 5병이 들어있는데 빈티지와 레이블 화가는 다음과 같다. 
 

2005년(주세페 페노페), 2007년(베르나르 브네), 2009년(아니쉬 카푸어), 2010년(제프 쿤스), 2013년(이우환). 이 화가들이 간택된 이유는 모두 베르사이유 궁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제프 쿤스는 2008년에, 이우환은 2014년에, 아니쉬 카푸어는 2015년에 각각 이 유서 깊은 궁전에서 작품전을 가진 바 있다.
 

무통 로쉴드는 ‘베르사이유’ 우드케이스를 딱 75개 한정판으로 만들어 지난 5월초 런던, 뉴욕, 홍콩에서의 경매에 25개씩 내놨으며 와인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세 곳의 판매 총수익은 270만달러, 케이스 당 평균 3만6,000달러에 팔렸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15개국의 구매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병당 7,200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이걸 지금 마시려고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베르사이유’ 케이스에 대한 이미지와 상징성, 희소성 때문에 값은 곧 크게 뛰어오를 것이고, 해가 갈수록 가치가 더 오르게 된다. 더구나 보르도 명품 와인은 최소 20~30년 숙성해야 제 맛을 내기 때문에 가격은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두고두고 오를 것이다.   
 

경매 낙찰자들은 샤토 무통 로쉴드가 베푸는 갈라 디너에서 1945년산 무통을 테이스팅 기회를 얻게 되며, 9월에는 베르사이유 궁에서 열리는 셀러브리티 갈라 디너에도 초청돼 45년산은 물론 최고 빈티지의 하나로 유명한 1982년산 무통을 맛보게 된다. 얼마나 좋을까.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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