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호텔 테러 실화, 영화 ‘호텔 뭄바이’에서 데이빗역의 아미 해머



아미 해머(32)는 언제나 봐도 겸손한 신사다. 재벌 가문 출신에 빅 스타이면서도 사람이 착하고 잘난 티를 전연 내지 않아 만나면 친한 이웃을 대하는 것 같다. 그는 또 유난히 아내를 사랑하는 애처가로 알려졌는데 가끔 인터뷰 장에 아내를 동반하기도 한다. 둘 사이에 어린 두 남매가 있다. 해머는 석유재벌이자 박애주의자인 고 아만드 해머의 증손자이기도 한데 LA에 해머뮤지엄이 있다.   
 

2008년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호텔 뭄바이’(Hotel Mumbai)에서 인도 뭄바이의 오랜 역사를 지닌 타지마할 팰리스호텔이 무슬림 극렬분자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점령됐을 때 아내와 갓난 아들과 함께 호텔에 갇힌 관광객 데이빗으로 나온 해머와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크로스비호텔에서 있었다. 잔 수염이 잔뜩 난 얼굴에 간편한 티셔츠를 입고 단정히 앉아 인터뷰에 임한 해머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면서 질문에 대답했다.  


데이빗은 실제 인물인가 아니면 허구의 인물인가.

당시 호텔에 있었던 두 사람을 합친 인물이다. 한 사람은 독신 관광객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내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나 이외의 영화의 대부분 인물들은 다 실제 인물들이다.
 

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만났는지.

처음에는 내 친구 중 한 명의 친척이 당시 호텔에 갇혔던 사람이어서 그를 만나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배우가 그를 찾아가 그런 끔찍한 경험을 되새기게 한다는 것이 너무 몰지각한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리고 감독 앤소니 마라스가 철저히 당시 사건을 조사해 구태여 테러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충실히 당시 상황을 재연할 수가 있었다.
 

이 사건을 기억하며 역을 위해 호텔에 머물었는가.

TV로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호텔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건 것은 몰랐다. 호텔에 머물지는 않았다. 영화를 찍을 때 동료 배우들과 함께 호텔에 들러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우린 호텔 벽에 적힌 테러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고 모두 울었다. 격한 경험이었다.
 

이런 비극은 요즘도 일어나고 있는데.

그렇다. 참으로 비극적이요 불행한 일이다. 인간들이 각성하고 남을 보다 이해해 서로를 쏴 죽이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극단적인 이념과 외국인 혐오주의란 참으로 터무니없는 짓거리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 내용이 인간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버지로서 데이빗이 자기와 떨어진 곳에 있는 아들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었는가.

물론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그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테러리스트들이 지키고 있는 호텔복도로 나가는 행동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그것은 자기 아이를 구허기 위해서다. 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이런 상황에 빠졌더라도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데이빗과 같은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타지마할 호텔은 화려의 극치를 이룬 호텔인데 그런 사치스러울 정도의 호사스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두바이에 갔을 때 하루 머문 호텔이 그랬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장엄하기 짝이 없는 초고층 건물에 머물면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의 절정을 경험했다.
 

영화는 테러리스트들도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비록 총은 들었지만 테러리스트들도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다. 젊은 그들은 거짓 보상을 약속하는 얼굴 없는 테러주모자의 음성에 현혹돼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그들은 뒤 늦게 극단적인 이념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소년들이나 마찬 가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용당해 그런 끔찍한 일을 자행하는 것을 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막을 수가 있는가.

이런 일은 교육의 결핍 탓에 일어난다. 또 지혜와 경험의 부족도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영화를 찍으러 여행할 때 타지마할처럼 초고급 호텔에 머무는가.

그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나 요즘은 아니다.
 

뭄바이는 엄청나게 인파로 복작이는 도시인데 그 속에서 걸어 다녔는지.

그렇다. 곳곳을 걸어 다니면서 둘러보았다. 난 생전 그렇게 인파로 복작대는 곳을 가 본 적이 없다.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감관이 무용지물로 되는 경험을 했다. 냄새와 소리와 빈곤과 열기 그리고 광경이 모두 극단적인 장소라고 하겠다.
 

배우로서의 생애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이 우선이다. 내겐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배우 일을 하는 것도 그들을 위해서다. 난 그 같은 책임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한다. 그리고 난 그것이 즐겁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기를 바라는가.

이런 문제는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또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이며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잘 이해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린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우리와 다른 사람을 극단적으로 구석으로 몰아붙이면 사람은 동물이어서 반격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린 이해와 동정과 함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여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병이 아니라 증세를 고쳐야 한다.   
      

다음에 나오는 영화는 무엇인가.

닉 자렉키 감독의 ‘드림랜드’를 찍고 있다. 미국의 진통제의 위기를 다룬 것이다. 매우 훌륭한 영화로 몬트리올에서 찍고 있다. 다음으로 히치콕이 만든 ‘레베카’의 신판에 나올 예정이다. 벤 위틀리가 감독하는데 내 상대역 여배우는 릴리 제임스다. 올 여름에 찍을 예정이고 그 다음은 켄 브라나가 감독하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데스 온 더 나일’에 나온다.
 

히치콕의 영화인 ‘레베카’를 다시 만드는데 겁나지 않는가.

벤 위틀리야 말로 히치콕의 영화를 새로 만들 배짱과 담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나도 그의 영화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같은 것을 즐기는가.

그런 것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저 농담하는 식으로 즐길 뿐이다.
 

영화의 호텔 내부는 호주의 아델레이드에 지은 세트로 아는데.                   

원래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아델레이드에(감독이 호주 사람이다) 정교한 세트를 지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건축 허가를 받으려고 세트 디자이너와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아델레이드 영화위원회를 방문했다가 위원회 건물 내부가 타지마할호텔 내부와 매우 유사해 위원회의 허락을 받고 내부를 다소 단장한 뒤 찍은 것이다.
 

테러 당시 호텔에서 일했던 종업원들이 아직도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자기 목숨을 내놓고 호텔 손님들을 보호한 종업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을 만나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출연하는 영화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먼저 감독이 누구냐 하는 것이며 그 다음은 각본이다. 이 둘이야 말로 영화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좋은 감독과 각본이 있으면 대부분 경우 그 영화는 성공한다고 보면 된다.
 

당신의 두 아이들이 당신과 닮은 점이라도 있는지.

딸 하퍼(4세)는 매사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이로 아주 우습다. 그리고 웃기를 잘 한다. 아들 포드(2세)는 고집이 센데 그런 점에서 두 아이들이 날 닮은 것 같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당신 가족의 비상시에 대한 어떤 대책이라도 세웠는가.

그렇다. 비상시 가족이 헤어지게 되면 후에 만날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보다 나은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다.


부인이 빵을 직접 구워 가게에서 파는 줄로 아는데. 

아내는 빵 굽는데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따라서 난 그 일에 대해선 전연 간섭을 하지 않는다. 아내는 빵을 굽고 나는 요리를 한다. 아내는 자기가 낫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요리는 내가 아내보다 잘 한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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