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산 스파클링 와인 ‘인기’ 지구온난화로 포도재배 가능해져

영국은 와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나라다. 

오늘날 가장 훌륭한 와인 산지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의 보르도 땅은 1152년부터 300년 동안 영국 소유였다. 아끼텐(보르도)의 공주가 영국의 헨리 2세와 결혼함으로써 영국 땅이 되었고, 훗날 백년전쟁(1337-1453)으로 다시 프랑스에 빼앗길 때까지 300년 동안 보르도 와인을 즐겨온 영국인들 덕분에 보르도 와인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또 18세기 초 양국의 무역전쟁 때 영국은 프랑스 와인을 보이코트하고 대체 와인으로 포르투갈 와인을 수입했는데 이때 장기운송을 위해 주정강화한 포트와인이 탄생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샴페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정작 프랑스인들은 그 거품에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영국인들이 환영하면서 샴페인의 화려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 6위의 와인 소비국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국에서는 와인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많은 와인을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샴페인 수입은 세계 1위(약 3,000만병)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와인이 생산되지 않는 이유는 기후대가 맞지 않아서다. 유럽의 주요 와인산지들보다 꽤 북쪽에 있는 영국은 서안해양성기후라 위도에 비해서는 따뜻하지만 겨울에는 영하 10도(C)까지 기온이 떨어지기도 하고, 연중 쌀쌀하고 비가 자주 오며 안개가 많이 낀다.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는 포도 농사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그런 영국에서 요즘 우수한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고 있어 와인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몇 년 사이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들이 각종 와인대회와 주류 박람회에서 무더기로 메달을 수상하는 등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게 갑자기 어찌된 일일까? 영국이 갑자기 와인 생산국이 된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국 남부지역에서 포도재배가 가능해진 것이다. 뜨거운 태양의 일조량이 중요한 레드와인 품종은 아직 안 되지만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업계의 아낌없는 투자와 전문 인력의 투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남부의 켄트에서부터 서섹스, 햄프셔, 도르셋, 콘월에 이르는 지역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스파클링 와인 양조 붐은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 2010년 이후에만 3배나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2015년 영국 통계에 의하면 등록된 포도밭 700개, 와이너리 133개, 연평균 생산량 5백만병(스파클링 66%, 화이트 24%, 레드와 로제 10%)인데 아마 지금은 이보다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와인보다 스파클링 와인 품종(샤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이 잘 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샹파뉴와 동일한 백악질 토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500만년전에는 켄트의 도버 절벽에서 샹파뉴까지가 거대한 바다의 분지였다고 한다. 두 지역의 지질학적 근원이 같다는 사실은 영국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만큼 뛰어난 품질의 잠재력을 가졌음을 설명해준다.

그 잠재력을 알아본 주요 샴페인하우스의 투자도 잇달고 있다. 유명한 떼땅져(Taittinger)는 켄트에 69헥타르에 달하는 부지를 사들여 포도원으로 조성 중이며, 4개의 샴페인 브랜드를 갖고 있는 브랑켄-포메리(Vranken-Pommery)는 영국 와이너리(Hattingley Valley)의 지분을 구입, 영국의 테루아와 프랑스 기술이 결합된 특별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계획이다. 

샴페인을 모방하기보다 자국의 특성이 살아있도록 만드는 영국 스파클링 와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산도와 뚜렷한 과일 풍미를 지니며 섬세한 질감과 미네랄, 단단한 구조를 갖추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1988년 서섹스 지역에 처음 포도원을 설립한 선구적 와이너리 나이팀버(Nyetimber)의 스파클링 와인은 가격이 병당 190~220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업계에서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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