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효모 vs 야생효모
와인 맛을 좌우하는 발효의 과학

와인 양조법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여 와인 맛이 한층 개선된 것은 1859년 루이 파스퇴르가 미생물을 발견한 덕분이었다. 파스퇴르는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 혹은 부패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양조업계는 청결한 환경의 미생물 균 즉 효모를 이용하여 맛이 현저하게 좋아진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효모의 발견은 맥주업계와 제빵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식품업계 전반이 크게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효모, 즉 이스트는 포도의 발효를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이스트가 포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써 술이 되는 것이다. 포도껍질에는 야생효모가 잔뜩 붙어있고 주변 환경에도 많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어도 발효는 자연히 이루어진다. 하지만 파스퇴르 이전에는 이런 매커니즘을 몰랐기 때문에 발효를 통제할 수 없었고, 자연 발효에 의존한 양조는 그만큼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발효 자체가 잘 안되거나 중간에 멈추는 일도 많았고, 와인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경우도 흔했다. 와인은 발효하면서 이차적인 풍미를 형성하는데, 효모가 좋지 않으면 퀴퀴한 냄새를 만들어 와인의 일차적 본연의 맛까지 해치게 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양조업계는 이 문제를 인공배양 효모를 사용함으로써 해결했다. 포도 발효에 최적인 이스트를 찾아내고 배양하여 주입함으로써 확실하게 안정된 발효를 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이스트를 사용할지, 양을 얼마나 넣을지, 어떤 온도에서 며칠 간 발효시킬지를 모두 와인메이커가 통제할 수 있게 된 지금은 이스트로 인해 와인 맛이 변질되는 일은 사라졌다. 

현재 와인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류는 사카로마이시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 종이고, 이스트 배양회사들은 품종 별로 잘 맞는 이스트를 찾아서 배양하고 있다. 그러나 배양효모는 발효를 주도하는 것뿐이고 실제로 발효에 참여하는 효모는 셀 수없이 많다고 한다. 포도 한 알에 5만 종류의 야생효모가 붙어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 한편 최근에는 배양효모가 포도의 개성과 특징을 해친다며 야생효모에 의한 자연발효를 주장하는 와인메이커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포도가 자라는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효모의 미소 생물군이 각자 고유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소 생물군은 포도송이마다 다르고, 해마다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와인 양조에 고스란히 표현하고 싶은 와인메이커들은 자생 미생물군을 보존하기 위해 양조 환경이나 장비조차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자기네 포도에 잘 맞는 이스트를 만들어 사용하는 곳도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아낸 미생물 구성이므로 이런 곳에서는 이스트 배양이 기업비밀이다.

그렇다면 배양효모가 만든 와인과 자연효모가 만든 와인은 맛이 어떻게 다를까? 실제로 그 차이가 큰데 일반인이 직접 맛을 보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와일드 이스트로 발효한 와인을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평가에 따르면 화인트 와인과 로제와인의 경우 자연 발효한 것은 좀 더 크리미하고 오일리하며 부드럽다. 야생효모는 발효시간이 조금 더 길기 때문에 이스트와 더 오래 접촉하는 동안 산도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자연 발효했을 때 더 복합성을 갖게 된다. 특히 잘 만든 것은 꽃향기와 스파이스가 생겨나 깊어지는 반면 이스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레드와인도 많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맛의 일관성이다. 자연 발효하는 와인은 매년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다. 양조하기도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어진다. 맛이냐, 자연이냐는 아직 선택과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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