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웃은 월드시리즈 반지를 낄 수 있을까

3월28일 15개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2019년 시즌이 개막됐다. 162경기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개막을 앞두고 LA 에인절스 발 초대형 뉴스는 미국 스포츠 판을 흔들어 놓았다.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27)과의 12년 4억3,000만 달러 재계약이다. NFL, NBA 수퍼스타들조차 부럼움에 가득찬 시선으로 트라웃을 지켜봤다. 샐러리캡이 확고한 다른 리그는 야구의 수억 달러를 보장하는 장기계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2년 프리에이전트 시장은 얼어 붙었다. 전 LA 다저스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다년 계약에 실패하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1년 1,825만 달러에 간신히 둥지를 찾았다. 2019년 연봉 1,600만 달러 2020년 바이아웃 225만 달러로 1,825만 달러를 보장받은 것이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을 경우 연봉은 1,790만 달러였다. 

그러나 FA 시장이 얼어 붙는 상황에서도 2명은 연봉 역사를 새로 썼다. 전 다저스 3루수 매니 마차도(26)는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10년 3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FA 시장 사상 3억 달러는 마차도가 처음이었다. 그러자 FA 시장을 늘 쥐락펴락한 스콧 보라스가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었다. 한 차례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전 워싱턴 내셔널스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26)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3,000만 달러 계약으로 연봉 신기록을 세운 것. 

연봉으로는 마차도보다 작지만 보라스는 최고액의 명분을 앞세웠다. 북미 스포츠 사상 연봉 최고액은 존카를로 스탠튼(29)이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2014년 11월 스탠튼과 13년 3억2,500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 계약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역대 최고액의 계약 당사자는 현재 모두 팀을 떠났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워스트 구단주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로리아는 구단을 팔았고, 스탠튼은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보라스는 LA 다저스가 제시한 4년 1억6,000만 달러 연봉액으로는 역대 최고액인 4,000만 달러를 거절하고 스탠튼의 최고액을 경신했다. 보라스는 연봉 역사상 최초의 5,000만 달러 이상(그렉 매덕스 5,750만 달러), 1억 달러(케빈 브라운 1억500만 달러), 2억 달러(알렉스 로드리게스 2억5,200만 달러) 등 메이저리그 연봉의 신기원을 세운 인물이다. 하퍼는 FA와 역대 최고액을 동시에 이룬 계약이었다. 보라스다운 계약을 이끌어냈다. 스탠튼은 FA가 아닌 재계약이다. 

보라스가 세운 기록은 3주가 채 안돼 트라웃에 의해 지워졌다. 에인절스의 아테 모레노 구단주는 2020시즌 후 FA가 되는 트라웃과 10년을 연장하면서 총 12년 4억3,000만 달러의 블록버스터 계약을 성사시켰다. 트라웃은 하퍼보다 한 수 위의 외야수다. 물론 두 선수 나란히 ‘파이브 툴’ 플레이어다. 그러나 트라웃은 급이 다르다. 미디어의 보도 형태에서 잘 드러난다. 천문학적인 초대형 계약이 잘못됐다는 비난의 기사는 눈에 띄지 않고 트라웃은 이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트라웃은 2011년에 데뷔했으나 규정타석을 채우지 않아 2012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타율 홈런 타점의 타격 3관왕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트라웃은 MVP마저 수상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셨다. MVP는 2014년과 2016년에 두 차례 수상했다. 수상을 하지 못했을 때도 5차례 모두 기자단 투표 5위 안에 포함돼 있었다. 현역 최고의 선수는 트라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에인절스뿐 아니라 야구팬들이 아쉬워했던 점은 현역 최고의 기량을 갖춘 트라웃의 포스트시즌 미스다. 마운드가 허약한 에인절스는 트라웃이 활동한 지난 8년 동안 딱 한 차례 가을야구를 했을 뿐이다. 

트라웃의 이번 계약에는 보라스가 애용하는 옵트아웃 조항은 없다. 에인절스맨으로 끝나겠다는 뜻이다. 1961년에 창단된 에인절스는 딱 한 명의 명예의 전당 회원을 배출했다. 2018년 멤버 블라드미르 게레로다. 에인절스 유니폼만을 입은 명예의 전당 후보가 트라웃이다. 이제 팀으로서는 트라웃이 건재할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탈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열쇠는 투수력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에 초대형 계약을 맺은 4명 선수들의 총 연봉은 무려 13억2,000만 달러다. 트라웃 4억3,000만 달러, 하퍼 3억3,000만 달러, 마차도 3억 달러,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 연장 계약을 한 놀란 아레나도는 2억6,000만 달러다. 1998년에 창단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난 21년 동안 팀 총 연봉액은 10억1,000만 달러다. 4명의 야수 가운데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선수는 지난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마차도가 유일하다. 탬파베이도 2008년 딱 한 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있다. 네 선수의 연봉 가성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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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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