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주타누가른 신 라이벌

2019년 LPGA 투어는 잠시 휴식기다. 아시아 대회를 마치고 21일부터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 컵으로 본격적인 미국 투어가 시작된다. 
 

초반 5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지은희(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의 시즌 개막전을 비롯해 양희영(혼다 LPGA타일랜드), 박성현(HSBC 위먼스 월드챔피언십) 등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동안의 성과를 고려하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주목할 선수는 여전히 박성현(25)과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가른(23)이다. 현재 최고의 기량으로 우승과 세계 랭킹 1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고 있다. 신 라이벌이다. 그랜드슬램의 주인공 박인비의 시대는 다소 하향세다. 여성 골퍼들은 PGA 투어 선수들보다 프라임타임의 전성기 기간이 짧은 편이다. 틴에이저 시절 LPGA 무대를 휩쓸었던 뉴질랜드 시민권자 리디아 고(21)의 평범한 선수로의 전락은 전성기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낸다. 
 

박성현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HSBC 위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3라운드 4타차 선두 주타누가른을 제치고 15언더파로 역전승을 거뒀다. LPGA 투어 통산 6승이다. 2017년 LPGA에 진출해 신인왕의 왕관을 쓴 뒤 거칠게 없다. US 위먼스 오픈과 KPMG 위먼스 PGA 챔피언십 두 메이저 대회 트로피도 포함돼 있어 명실상부한 LPGA의 리더다.

박성현은 싱가포르 대회 우승으로 주타누가른을 제치고 다시 세계 랭킹 1위로 복귀했다. 주타누가른은 박성현보다 2살 어리지만 박성현보다 2년 앞서 LPGA 무대를 밟았다. 한국은 유망주들이 등용문이나 다름없는 신인왕으로 화려하게 LPGA 무대에 데뷔했다. 박성현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주타누가른은 2015년 데뷔 때 우승이 없었다. 2015년 신인왕은 김세영이었다. 
 

데뷔 2년 차 2016년 파죽의 5승을 거두며 LPGA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주타누가른은 태국 출신답지 않게 5피트 7인치의 신장에 당당한 체격 조건을 갖췄다. 언니 모리야는 아담한 사이즈다. 이라야의 스윙은 남성을 방불케한다. 일반의 LPGA 코스에서 티샷을 아이언으로 할 정도로 장타자다. 전성기때 남성 스윙으로 꼽혔던 장타자 대만의 청야니(30)를 능가한다. 2012년 기아 클래식을 마지막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 티샷을 아이언으로 대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5피트 8인치의 박성현도 장타자이지만 아이언 티샷은 보기 힘들다. 주타누가른은 비거리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주타누가른은 LPGA 통산 10승을 거두고 있다. 2016년 위먼스 브리티시오픈, 2018년 US 위먼스 오픈 우승으로 2개의 메이저 타이틀도 확보해 놓았다. 지난 시즌 박성현과 주타누가른은 시즌 3승에 메이저 1승까지 나눠가지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상금과 올해의 선수상은 주타누가른에게 돌아갔다. 2019 시즌 첫 대결에서 박성현이 역전승으로 기세를 올린 셈이다. 
 

역대 태국 출신으로 주타누가른처럼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킨 스포츠인은 찾기 어렵다. 23살의 주타누가른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17년 6월 주타누가른이 세계 랭킹 1위의 ‘2주 천하’를 누린 이후 LPGA 판도는 박성현과의 라이벌전이 뚜렷해진다. 2017년 6월 이후 세계 랭킹 1위는 유소연 19주, 박성현 1주, 중국의 펑샨샨 23주, 박인비 14주, 주타누가른 3주, 박성현 10주, 주타누가른 18주 그리고 3월 현재 박성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타누가른이 총 23주, 박성현이 14주다.  
 

박성현과 주타누가른은 비거리가 길어 최종 라운드에 역전승이 가능한 골퍼들이다. 박성현은 싱가포르 대회 최종일 버디 9 보기 1개를 몰아쳐 3라운드 선두 주타누가른뿐 아니라 13번홀까지 선두를 지킨 호주 시민권자 이민지를 가볍게 제쳤다. 
 

주타누가른은 현역 최고의 장타자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대 최장거리 타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신은 주타누가른에게 완벽함을 주지 않았다. 샷의 굴곡이 심하다. 아울러 장타자들에게 따라 다니는 숏게임이 취약하다. 그녀의 아킬레스건이다. 싱가포르 대회에서 여유있는 선두로 나서고도 최종일 버디 3개에 더블보기 2 보기 2개로 무너진 게 단적인 사례다.

공교롭게도 주타누가른은 2017년 이 대회에서도 3라운드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박인비에게 1타 차로 역전패당한 적이 있다. 이웃동네 싱가포르와는 악연이다. 모든 종목에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당분간 박성현-주타누가른의 쌍두마차는 LPGA를 이끄는 선두주자다.

미국은 렉시 톰슨이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톰슨은 2018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1승을 올렸다. 지난 시즌 순수 한국 국적의 선수와 미국이 나란히 9승이다. 그뒤를 태국이 5승. 아리야 주타누가른 3승, 언니 모리야 1승, 티다파 수와나파라 1승 등이다. 사실 미국인들 입장에서 LPGA는 그들만의 리그다. 

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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