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생각하는 양육

십대의 자녀들을 상담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많은 자녀들이 스스로 생각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부모의 잔소리와 관리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은 마치 연예인들 처럼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하루의 스케줄을 따라 기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허다하다. 학교를 갔다가 축구나 농구를 끝내고, 웅변과 피아노 학원 후에는 개인 교습, 부모의 눈에는 이렇게 하루의 일정을 소화해 주는 것만 해도 고맙고 기특하다. 우리 아이는 성적도 좋아 항상 A학점을 놓치지 않고, 아마도 다음 여름에 시작할 SAT 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만점을 받겠지 하는 꿈을 꾼다.
 

이대로 라면 우리 아이도 꿈에 그리는 Ivy League에 번듯이 붙을 수 있겠다, 생각을 하면 엄마들은 더 열심히 내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위협이 섞인 명령조로 시키게 된다. 이런 유형의 양육이 자녀의 인생에 있어 오너쉽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아니라 대입에 눈치작전을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보다 정확하고 디테일한 자녀의 대입정보를 위해 엄마들은 이리 묻고 저리 묻기가 바쁘다. 자녀의 전인 교육과 인성교육은 일단은 바쁜 일정 뒤로 사라져 버린다. 아마도 한국식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공부를 시키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아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아이로 키워줄 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공통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대로 라면 아이가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라면 아이가 스스로 대학을 잘 졸업하고 대학원의 길을 가거나 직업인으로서의 길을 잘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대로 라면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좋은 성인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게 살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삶에서 부모가 아이를 이끌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의 품에서 떠나가 스스로 인생의 큰 문제들을 현명하게 처리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생은 고민과 사건의 연속이다. 이런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미리미리 배워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려면 부모는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을 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경로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명령하는 부모는 아이의 선택 범위를 줄여줌으로서 아이가 타성에 익숙해 지도록 만들어 아이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키워주지 못한다. 잔소리를 항상 하는 부모는 마음만 앞서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기회만 오면 명령조로 시키거나 잔소리를 하는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축소 시킨다.
 

명령조의 말과 아이가 생각하게 해주는 말을 한번 비교해보면 어떻게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을지 알 수 있다. “추우니까 긴팔입어!”와 “추운 것 같은데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는 아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틀리다. 후자의 표현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함으로써 아이의 자율적인 사고를 훈련시켜준다. 그리고 반팔을 입는다면 스스로의 결정의 결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대화법의 시작은 물론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순종적이고 착하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부모의 말을 안듣는다면 아이의 사춘기의 유무를 떠나서 부모는 명령조의 말투가 이젠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아닌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다 치우지 않으면 밥 못먹게 할거야!” 라는 협박조의 말투를 일삼던 부모는 어느날 아이에게서 “안먹으면 되지!”라는 말과 마주 쏘아보는 눈빛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그렇게 말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지, 라고 말하는 부모는 이미 자녀의 인생을 위해 큰 도움이 될수 있는 부모의 권위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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