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에는 어떤 앨러지원이 있을까?

앨러지 환자를 위해 장을 보는 것은 경찰 조사를 방불케 한다. 범인을 색출하듯 각 식품에 혹시라도 포함되어 있을 ‘앨러지원’(Allergens)을 샅샅이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성분표를 확인한 다음에는 각 성분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져야 그제서야 안심이다. 필자의 5살짜리 아들은 아모든와 헤이즐넛 앨러지가 있다. 그래서 필자와 부인은 식품을 구입할 때 식품 성분표를 암호를 해독하듯 판독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만약 성분명 하나라도 놓치면 아들의 앨러지 반응 위험에 노출된다. 

연방법에 의해 식품 제조 업체들은 포장 식품에 앨러지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에 앨러지원이 포함됐는지 구분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규정이 전체 식품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고 미량의 앨러지원이 포함된 식품도 제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 중 약 8%가 음식 앨러지 환자로 이들 가정은 매번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앨러지원 경고문부터 확인

의회는 지난 2004년 ‘식품 앨러지원 표기 및 소비자 보호법’(Food Allergen Labeling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식품 제조 업체의 제조 규정 역할을 하는 이 법안에 따르면 앨러지 유발 항원인 우유, 계란, 어패류, 콩류, 밀, 견과류 등이 포함된 사전 포장 식품 제조 시 식품 제조 업체들은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 수퍼마켓 식품 진열대의 과자 상자에 ‘아몬드 포함’(Contains Almond)이란 경고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아몬드가 앨러지원인 견과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경고문이 부착되지 않은 경우에는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발생 빈도 9번째 앨러지원 ‘참깨’ 규정에서 제외

참깨는 미국 성인들의 앨러지 증상을 9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앨러지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러지원 관련 식품 표기법에서 제외된 식품이다. 식품 제조 업체들도 식품에 ‘참깨 포함’이란 경고문을 부착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천연 조미료’(Natural Flavor)나 ‘향’(Spice)란 문구가 있다면 참깨 성분이 사용됐음을 의심해야 한다.

노터데임 대학 신입생 매들린 L. 휘트니(18)는 지난해 10월 시험을 앞두고 먹은 프로틴 바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성분표에 참깨 포함 대신 ‘천연 조미료’란 문구만 보고 안심하고 프로틴 바를 먹었는데 시험 도중 앨러지 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갑자기 혀가 붓고 목이 막히는 반응이 나타났다”라는 휘트니는 다행히 휴대 중이던 응급 주사제 에피펜을 두 개나 사용하며 다행히 급한 고비를 넘겼다.

휘트니와 같은 사례가 자주 발생하자 소비자 옹호 단체들은 참깨 경고문 시행을 추진 중이다. ‘식품 의약국’(FDA)는 참깨를 주요 앨러지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유럽 연합,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참깨 성분 공개 규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교차 접촉’(Cross Contact)은 추적 불가능

과자 상자에 앨러지원 경고문이 없어도 앨러지원이 포함됐을 수 있다. 과자 제조 공장에서 아몬드 과자 제조에 사용된 컨베이어 벨트로 앨러지원이 포함되지 않는 과자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앨러지원 교차 접촉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식품 제조 업체는 교차 접촉에 의한 앨러지원 경고문을 부착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소비자들이 앨러지원 유무를 파악할 길이 전혀 없다.

일부 식품 제조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교차 접촉에 의한 앨러지원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자체 표기를 시행하고 있다. 쿠키의 경우 ‘땅콩과 견과류과 포함됐을 수 있음’(May contain peanuts and tree nuts), 초컬릿 바의 경우 ‘아몬드 처리에 사용된 장비가 사용됐음’(Manufactured on the same equipment that processed almonds), 식빵은 ‘견과류가 사용된 베이커리에서 제조됐음’(Made in a bakery that may also use tree nuts) 등이 대표적인 자체 표기 문구들이다.

식품 업체에 의한 예방 차원의 앨러지원 표기법이 소비자들에게 앨러지 위험 경고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업체별 표기 방식이 달라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17년 의학 저널 앨러지천식면역학회지(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n Practice)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앨러지 위험 여부를 판단할 때 식품 표기에 적힌 문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차 접촉에 의한 미량도 심각한 증상 원인

버지니아주 거주 앨리슨 오소스키는 계란, 우유, 땅콩, 견과류, 어패류 등의 음식 앨러지 증상을 보이는 2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봄 아들이 크래커를 먹고 앨러지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ctic)성 쇼크를 일으켰다. 부모는 식품 업체가 유제품을 처리한 장비에서 해당 크래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앨러지원 교차 접촉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유제품, 캐슈, 피스타치오, 체리, 블랙베리 등에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6세 딸을 둔 한 어머니는 지난 2015년 딸에게 간식거리를 주기 전 제조 업체에 연락해 제조 과정까지 확인했다. 안전을 확신한 어머니는 딸이 간식거리를 먹고 앨러지 급성 쇼크를 일으키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린 일 있었다. 앨러지 증상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부 규제에 교차 접촉에 의한 앨러지원 포함 경고문 부착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심되면 업체 통한 확인 

앨러지 환자를 둔 부모나 가족은 정부 규제나 식품 업체 표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조심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우선 ‘사전 예방 표기’(Precautionary Label)가 부착된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포함됐을 수 있음’(May Contain), ‘같은 장비로 처리됐음’(Processed in the same facility) 등의 문구가 포함된 표기가  대표적인 사전 예방 표기 문구다. 표기가 앨러지 증상에 해당된다고 의심되면 구입을 자제한다. 앨러지 증상의 자녀를 둔 부모는 귀찮더라도 식품 제조 업체에 직접 연락해 성분을 파악하는 것도 좋다. 식품 표기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될 경우 자녀의 안전을 위해 해당 업체에 직접 연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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