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칙과 브래디의 위대함

흔히 지도자의 우수함을 나타낼 때 ‘용장 밑에 약졸없다’는 말을 한다. 스포츠에서 ‘왕조(Dynasty)’를 이룬 팀의 공통점은 우수한 감독 밑에 수퍼스타들이 포진돼 있다. 훗날 모두 Hall Of Famer가 된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셀틱스 다이너스티를 일군 NBA 보스턴 감독 레드 아우바크 감독에게는 센터 빌 러셀과 가드 봅 쿠지가 이었다. 아우바크 감독은 1957년 첫 정상을 시작으로 1966년 8연패를 포함해 통산 9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쿠지는 아우바크 감독와 6회, 러셀은 9회 우승을 차지했다. 러셀은 1968년과 1969년 플레잉 매니저로 2회 더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11회 우승으로 NBA 최다 우승 보유자다. NBA 사무국은 2005년부터 파이널 최우수선수 상을 ‘빌 러셀 파이널 MVP’로 명명했다. 

1969년 정식으로 파이널 MVP로 시상하면서 최다 트로피를 전시한 선수는 시카고 불스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무려 6회다. 불스의 우승은 조던이 모두 이끌었다는 의미다. 이 부문 2위는 3차례 MVP를 받은 LA 레이커스 매직 존슨, 샤킬 오닐,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우승시킨 르브론 제임스 등 4명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의 레전드는 포수 요기 베라(작고)다. 뉴욕 양키스에서만 19년 활동한 베라는 통산 10개의 월드시리즈 반지를 갖고 있다. 그 뒤를 이은 게 외야수 조 디마지오로 9회다. 모두 양키스이기에 가능했다. 감독은 7회 우승이 최고다. 양키스에서 감독을 역임한 조 매카시(1932년-1943년)와 케이시 스텡글(1949-1958년) 2명이다.  

그러나 야구는 농구와 풋볼처럼 감독과 선수가 궁합을 이뤄 우승을 이끌었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많다. 농구와 풋볼은 감독과 수퍼스타의 관계가 거의 동급이다. 아우바크에게 러셀이 없었다면 보스턴 왕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 사상 전체 팀 종목을 통틀어 최다 11번 우승을 일궈낸 필 잭슨과 마이클 조던의 관계를 봐도 그렇다. 우승의 임팩트는 조던이 더 강력했다. 레이커스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 파우 가솔 등이 건재했다. 

보통 왕조를 이룬 팀들의 우승은 집중돼 있다. 보스턴 아우바크 감독은 1957년에서 1966년 10년 사이에 9번 우승이다. 잭슨과 조던의 콤비는 1991년-1998년 8년 동안 3연패, 3연패 두 차례로 6번 정상에 올랐다. 2년의 공백은 조던이 부친의 사망으로 멘탈이 무너지면서 농구를 잠시 접고 야구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돌연한 공백만 없었다면 시카고 불스는 8연패도 가능했다. 

메이저 종목에서 가장 긴 시간 우승의 시작과 끝을 이룬 콤비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렉 포포비치(70)와 팀 던컨(42)이다. 샌안토니오의 우승은 던컨이 입단한 뒤 2년 후 1999년에 시작했다. 구단 창단 이래 첫 우승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을 나온 던컨은 1997년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샌안토니오에 지명됐다. 

포포비치에게는 ‘미스터 펀더멘탈’ 던컨이, 던컨에게는 훗날 NBA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되는 포포비치가 환상의 조합을 이루게 된다. 199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마지막까지 두 콤비는 16년 동안 5차례 우승을 샌안토니오 시민에게 선사했다. 감독 선수 콤비의 가장 긴 세월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샌안토니오는 5회 우승 동안 단 한 번도 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매우 특이한 우승이다. 

포포비치-던컨 콤비의 기록을 깬 게 올 수퍼볼에서 NFL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의 빌 벨리칙(66) 감독과 쿼터백 톰 브래디(41)다. 지난 3일 패이트리어츠는 로스앤젤레스 램스를 13-3으로 누르고 통산 6번째 수퍼볼 정상을 밟았다. 벨리칙과 브래디는 9차례 수퍼볼 진출에 6회 우승하는 NFL 기록을 세웠다. 감독으로 선수로 6회 수퍼볼 우승은 역대 기록이다. 패이트리어츠의 6회 수퍼볼 우승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타이 기록이다. 

벨리칙과 브래디는 2002년 첫 수퍼볼 등극과 2019년 우승으로 17년 기간에 6번의 금자탑을 세웠다. 포포비치-던컨의 16년 기록을 경신했다. 공교롭게도 패이트리어츠의 첫 우승과 마지막의 희생양이 램스라는 점이다. 2002년 때는 세인트루이스 램스였다. 

벨리칙과 브래디의 위대함은 6번 우승뿐 아니라 17년 동안 정상의 감독과 쿼터백으로 건재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기록은 깨기 힘들다. 스포츠에는 전성기가 있는 법이다. 벨리칙과 브래디는 이런 통념을 허물면서 정상을 유지했다. 2019년에도 패이트리어츠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벨리칙은 AFC 챔피언십과 수퍼볼에서 상대 감독보다 몇 수 위의 지략을 확인했다. 브래디는 41살의 최고령 쿼터백이라는 나이를 잊게했다. 뉴잉글랜드에게 벨리칙과 브래디는 행운이고 ‘내셔널 트레져’다. 둘을 싫어하는 팬들도 많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AM1650 라디오서울[토요일 오후 4시-6시]
문상열 김종문의 스포츠 연예 파노라마[월-금 오후 6시30분]
이브닝뉴스에서 스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