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특별전 ‘나일강을 넘어’

그리스 문명 속에 이집트가 있다


On April 20, 2018

 
 

전시장 입구
 

오늘날 서양문명 하면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말한다. 그리스에서 꽃 피우고 로마를 통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간 건축, 예술, 철학, 문학이 2,000년 세월을 도도하게 흐르며 현대 문명의 기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리스로마 문명은 온전히 독자적인 것이 아니요, 이들보다 수천년 앞서 찬란한 문명을 이룬 이집트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이 간과되어왔다.
 

이집트 문명은 짧게 잡아도 3,000년, 길게 잡으면 6~7,000년에 이르는 유구한 고대문명으로, 첫 왕조가 시작된 BC 3200년부터 알렉산더 대왕에게 점령된 BC 332년까지 3,000년 동안 엄청난 유적을 남긴 인류문화의 발상지다. 오랜 문명이 지속되는 동안 이집트는 지중해 주변 국가들-크레타 미노스 문명과 미케네 문명, 그리스와 로마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된 문화예술 유산을 보여주는 전시가 게티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나일강을 넘어: 이집트와 고전세계’(Beyond the Nile: Egypt and the Classical World).

  

줄리어스 시저 두상


3월27일부터 9월9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티모시 팟츠 게티 뮤지엄 관장이 공동 큐레이트 한 회심의 기획전으로, 게티 소장품은 물론 전세계 뮤지엄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특별전이다.

청동기 시대에서 로마제국 후기(2000 BC-AD 300)에 이르는 2,00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포괄적 관점에서 기획된 이 전시는 이집트와 그레코로망 고전세계의 교류를 통한 서양문명의 형성을 다층적으로 연결해 보여준다. 두 문명 간의 무역, 외교, 이주, 전쟁, 문화와 역사가 약 천년동안 매우 밀접하게 뒤얽혀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고대 유물과 미술품에 고스란히 드러나있고, 오늘날 글로벌 컬처에도 여파가 남아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전시의 중요한 목적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문명이 각기 떨어진 개별적인 문명이 아니라 천년의 시간을 두고 서로의 종교와 예술 전통 및 언어, 관습을 교환하고 공유한데서 발현된 문명임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전시는 시기적으로 4부로 나뉘어 진열돼있다. 청동기 중기와 후기(2000-1100 BC), 아케익 기와 고전시대(700-332 BC), 헬레니즘 시기(332-30 BC), 로마 치하의 이집트 시기(30 BC-4세기 AD)가 그것이다.

고대 국가들 간의 교역 상품들 및 외교적 선물, 용병이나 상인들을 통해 수입 또는 복제된 이집트의 다양한 물품 200여점을 볼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 클레오파트라, 줄리어스 시저, 마크 안토니의 두상을 볼 수 있고, 이집트 왕족이 크레테에 보낸 석기 그릇, 아케익 시기 그리스의 도자기, 이집트 영향을 받은 인물 조각상, 종교적 유물 등 대부분 미국에서 처음 전시되는 희귀한 고대 미술품들이다.

또한 이집트 유물을 대표하는 오벨리스크도 볼 수 있다. 게티 센터는 이 전시를 기념하여 15피트 높이의 오벨리스크(88-89 AD)를 현관에 세워놓았다. 로마시대 복제품으로, 게티가 보존과 연구를 위해 이탈리아 베네벤토의 무제오 델 사니오에서 대여해온 것이다.

 

1. 알렉산더 대왕 두상 / 2. 기원전 6세기의 석관

 

게티는 앞으로 수년간 서양 고전문명과 지중해 및 근동 문명의 관계를 탐구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 전시는 그 첫 번째 시리즈다. 고대 유물의 연구 및 복원·보존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게티가 아니라면 성사하기 힘든 프로젝트라 하겠다.

상당히 교육적인 전시로 시간을 갖고 설명을 읽어보며 관람하면 인류 문화의 진화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고대 문명의 경이로움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전시다.



www.getty.edu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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