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러 머리의 NFL 선택

지난 14일 스포츠 주류 뉴스의 하이라이트는 오클라호마 수너스 주니어 쿼터백 카일러 머리(21)의 NFL 드래프트 신청이었다. 자격을 갖춘 선수들의 드래프트 신청 마감일었다. 머리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풋볼에 관심이 없다. 

머리가 3학년생으로 드래프트를 신청한 게 뉴스는 아니다.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오클랜드 에이스에 이미 지명이 돼 있기 때문이다. 야구와 풋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ESPN의 해설자들은 머리가 1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NFL 드래프트는 4월25일 테네시 내쉬빌에서 거행된다. 

머리가 NFL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될 경우 미국 스포츠 사상 야구와 풋볼 종목에서 동시에 1라운드에 뽑히는 첫 번째 선수가 된다. 오클랜드는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해 사이닝 보너스 466만 달러를 지불했다. 야구의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다. 미국에는 그동안 수 많은 만능 선수들이 존재했다. 1980년대 이후 야구와 풋볼을 겸한 보 잭슨, 디온 샌더스, 브라이언 조던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두 종목에서 1라운드에 지명되지 않았다. 

머리는 당초 야구에만 전념할 생각이었다. 2018년 대학에서 외야수로 활동해 타율 0.296 홈런 10 타점 49 도루 10개를 기록했다. 워낙 빠른 발을 갖고 있다. 오클랜드는 지명 후 오클라호마의 3학년 풋볼 시즌을 뛰는 조건을 받아 줬다. 머리는 고기가 물을 만나듯 펄펄 날았다. 4,361야드 패스로 터치다운 42 인터셉트 7개를 기록했다. 러싱으로도 12개의 터치다운을 작성했다. 최장 러싱은 무려 75야드였다. 라이벌 텍사스에게 유일하게 1패를 당한 오클라호마는 12승1패로 2년 연속 칼리지 풋볼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 앨라배마에 45-34로 졌다. 머리는 선배 베이커 메이필드에 이어 오클라호마에 2년 연속 대학 최고의 영예 하이즈먼 트로피를 안겼다.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과 4강 진출을 이끈 뒤 마음이 바뀌었다. 풋볼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지만 머리를 선택할 구단은 위험부담을 갖게 된다. 머리는 NFL 쿼터백으로는 매우 왜소하다. 5피트10인치에 195파운드다. NFL 쿼터백들은 일단 신장이 크다. 최소 6피트2인치급이다. 디펜시브 라인맨들이 손을 들어 패스를 방해하는 터라 큰 신장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단신으로 가장 성공한 쿼터백이 은퇴후 명예의 전당 행이 확실한 뉴올리언스 세인츠 드류 브리스(40)다. 브리스는 6피트다. 머리보다는  2인치가 크다. 

역대 NFL 최단신 쿼터백은 5피트10인치다. 1984년 보스턴 칼리지에서 ‘헤일 메리 패스’로 유명한 보스턴 칼리지 출신 덕 플루티다. 풀루티도 하이즈먼 수상자다. USFL 뉴저지 제네럴(구단주 도널드 트럼프)을 1년 거친 뒤 NFL에서 20년 활약했다. 플루티와 머리의 신장이 같다. 브리스를 제외하고 단신 쿼터백들은 모빌형이다. 브리스는 전형적인 포켓형 쿼터백이다. 10년 전만 해도 구단들은 NFL에는 포켓형 쿼터백이 적합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쿼터백들의 러싱 공격이 종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시애틀 시혹스 러셀 윌슨(3라운드), 볼티모어 레이븐슨 라마 잭슨(1라운드) 등이 대표적이다. 윌슨도 5피트11인치로 키가 작다. 

2018시즌 NFL의 최고 쿼터백으로 떠오른 캔자스시티 칩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3) 역시 머리처럼 야구 선수였다. 투수로 활동하며 고교 시절 16개의 삼진을 낚으며 노히트 노런을 작성했다. 고교 졸업 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지명했지만 대학(텍사스 텍)으로 진학해 풋볼에 전념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만능 스포츠맨은 1985년 하이즈먼 상을 수상한 오번 대학의 보 잭슨(56)이다. 풋볼과 야구를 겸했다. 육상에서도 100m를 10초44에 주파했다. 풋볼은 오클랜드 레이더스, 야구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멤버였다. 수 많은 듀알 스포츠맨 가운데 잭슨은 두 종목 모두 올스타에 선정된 유일한 선수다. 1986년 NFL 전체 1번 지명자이기도 하다. NF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프라임 타임’ 디온 샌더스(51)는 풋볼과 야구를 겸했지만 MLB 올스타에는 뽑히지 못했다. NFL 프로볼에는 8차례나 선발됐다. 샌더스도 발이 빨라 199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한 시즌 14개의 3루타로 리그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미국 스포츠는 시즌이 완전히 구분돼 만능 스포츠맨을 탄생시킬 수 있는 구조다. 현 보스턴 셀틱스 농구단 사장 대니 에인지는 브리검 영(BYU) 대학에서 야구와 농구를 겸했다. 현 덴버 브롱코스의 부사장 존 얼웨이도 스탠포드에서 야구와 풋볼로 이름을 떨쳤다. 스탠포드 야구부 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진 외야수로 알려져 있다. 1983년 볼티모어 콜츠가 전체 1번으로 지명해 덴버 브롱코스로 트레이드했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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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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