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의 은퇴에 쾌재부른 미시건

스포츠에서 라이벌전은 서로를 발전시킨다. 지역마다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게 이곳 시스템이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도 후버 고등학교와 글렌데일 고등학교는 아카데믹이나 스포츠에서 치열한 라이벌이다. 고등학교는 매우 낮은 단계의 라이벌전이다. 

메이저리그의 최고 라이벌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전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뉴욕 자이언츠)-LA 다저스(브루클린 다저스), 시카고 컵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보다 짧다. 자이언츠-다저스는 뉴욕에서 1890년부터 라이벌이었다. 컵스-카디널스도 1892년부터 이어졌다. 동일 지역의 프랜차이즈 라이벌로는 컵스-카디널스가 가장 오래됐다. 

그러나 양키스-레드삭스 라이벌 판도는 메이저리그를 이끈다는 점에서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라이벌은 오프시즌에도 프리에이전트 영입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역대 전적에서는 양키스가 1202승 1018패14무로 앞서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4차례 격돌해 2승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와일드카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월드시리즈로 향하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어져 같은 리그인 터라 포스트시즌에서는 맞붙을 수가 없었다. 

양키스는 1999, 2003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레드삭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레드삭스는 두 차례 패배 끝에 2004년 기적을 연출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3패 후 4승으로 양키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마저 거머쥐어 86년 동안 이어진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MLB 포스트시즌 사상 유일한 3패 후 4연승이다. 밤비노의 저주는 1918년 레드삭스가 투타를 겸한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팔아 이후 번번이 월드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는 징크스다. 레드삭스는 올해도 디비전시리즈에서 라이벌 양키스를 3승1패로 제치고 또 한 번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NBA 최대 라이벌은 동부의 보스턴 셀틱스-서부의 LA 레이커스다. 두 팀이 마지막으로 파이널에서 격돌한 게 2010년이다. 2008년 2승4패9로 패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는 셀틱스를 4승3패로 누르고 역대 결승전 3승9패를 유지했다. 레이커스는 미네아폴리스 시절부터 셀틱스의 먹이 사슬이었다. 1959년부터 챔피언십에서만 8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셀틱스전 8연패를 끊은 게 매직 존슨이다. 1985년 결승전에서 백인의 우상 래리 버드가 버틴 셀틱스를 4승2패로 누르고 처음 보스턴의 굴레를 벗어났다. 존슨은 1987년에도 셀틱스를 제쳐 레이커스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학농구 라이벌의 으뜸은 노스캐롤라이나(UNC)와 듀크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라이벌이다. UNC의 채플힐과 듀크의 더햄의 거리는 10마일에 불과하다. 1920년부터 시작된 라이벌전의 역대 전적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배출한 UNC가 137승111패로 앞선다. 그러나 듀크에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부임한 1980년부터는 팽팽하다.

NCAA 토너먼트 챔피언 우승도 UNC 6회 듀크 5회, 파이널포 UNC 20회, 듀크 16회, ACC(Atlantic Coast Conference) 우승 UNC 49, 듀크 39회로 비슷하다. 경기 내용에서도 라이벌답다. 1949-1950 시즌 이후 UNC가 듀크를 상대로 뽑은 득점이 13581점, 듀크는 13559점이다. 22점 차에 불과하다. 179경기에서 평균 점수 차가 0.1점이다. 이쯤돼야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대학은 숱한 NBA 스타를 배출했다. 

대학풋볼은 빅10 컨퍼런스 소속의 미시건-오하이오 스테이트다. 1897년 첫 킥오프로 라이벌전을 알렸다. 대학풋볼은 차원이 다르다. 미시건과 오하이오 스테이트 라이벌전은 주 대항전이나 다름없다. 앤아버에 소재한 미시건 울브린스의 홈은 ‘더 빅 하우스’로 통한다. 대학풋볼 스테디움 가운데 최대 107,601명을 수용한다. 콜룸부스에 있는 오하이오 스테이트 벅카이스 홈도 104,944명을 수용한다. 경기는 곧 전투다. 

최근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어반 마이어 감독이 1월1일 워싱턴 허스키스와의 로즈볼을 마치고 현역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해 풋볼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마이어는 이제 54세다. 감독으로 한창이다. 오하이오 스테이트 동문들은 사실상 멘붕 상태다. 그가 대학풋볼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플로리다 대학을 두 차례 전국챔피언으로 이끈 뒤 2012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마이어는 오하이오 톨레도 태생으로 대학은 신시내티, 석사 학위를 오하이오 스테이트에서 받았다. 2014년 칼리지 플레이오프 원년 강호 앨라배마와 오리건을 꺾고 전국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역대 오하이오 스테이트 감독으로는 최고다. 재임 7년 동안 82승9패 승률 0.901이다. 첫 해 리쿠르트 부정으로 볼게임 출장정지를 제외하고 6년 연속 메이저 볼로 이끈 탁월한 지도자다. 

그러나 라이벌 미시건 대학은 마이어의 사임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미시건은 마이어 부임 후 오하이오 스테이트에게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오하이오 스테이트가 미시건을 상대로 이룬 최다 연승이다. 미시건은 초창기 9연승(1901-1909년)이 최다다. 동문이며 NFL 샌프란시스코 49ers 감독을 역임한 짐 하버를 2015년에 영입했지만 아직 연패를 끊지 못하고 있다. 미시건은 마이어의 사임으로 2019시즌 승리를 예고할 정도로 들떠있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AM1650 라디오서울[토요일 오후 4시-6시]
문상열 김종문의 스포츠 연예 파노라마[월-금 오후 6시30분]

이브닝뉴스에서 스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