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기계와 함께 한 25여년
‘뮤직 커넥션’ 하대용 대표

“한국의 놀이문화에 노래방이 빠질 수 있나요”

On April 6, 2018


 

대표는 25년 외길 노래방 기계 전문가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윷놀이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설날이면 일가 친척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윷판을 벌이던 기억 말이다.

윷 한번 던질 때마다 ‘모’가 나와라 ‘도’가 나와라 간절히 빌면서, 바람이 맞아떨어지면 자지러지게 기뻐하고, 안 되면 안타까움에 무너지기도 하던. 상대가 할머니든 손주든 삼촌이든 상관없었다. 말을 어떻게 쓸까, 이렇게 쓰면 지름길로 가려나 저렇게 쓰면 상대방 말을 앞지를까, 절대절명으로 고민하던 시간.

그러다 마침내 이기면 마치 세상 다 얻은 것처럼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던 풍경이, 70-80년대 한국에 있었다.
 

지금도 명절이면 한국의 가정들이 윷놀이를 많이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른들이 사각형으로 접은 담요를 한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허리가 아프도록 고스톱을 치던 모습도, 예전처럼 흔한지는 모르겠다. 

이처럼 놀이문화는 세대에 따라 변한다. 한국의 가족 놀이문화의 변천사는 윷놀이와 고스톱에서, 노래방으로 변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통신수단이 유선 전화기에서 페이저(일명 ‘삐삐’)로, 그리고 무선 전화기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변해온 것처럼 말이다.
 

한국의 놀이문화에서 ‘노래방’이 빠질 수 있을까. 이제는 스마트폰에 밀려 웬만한 놀이문화의 위세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노래방은 한국 문화에서 친구와 지인, 가족끼리 하는 놀이의 최고봉으로 남아있다. 오죽하면 한민족에겐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피가 흐른다는 해학이 나왔을까.
 

8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주름잡았던 노래방. 그 문화가 미국에 상륙한 것도 모자라 미 전역으로 퍼지게 된 데는, ‘뮤직 커넥션’ 하대용(52) 대표의 공이 크다.

 
노래방 기계와 조명.

 
 

새 음반 받으러 공항 대기
 

그의 이야기는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는 재미가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의 대표가수 김건모, 신승훈. 하루에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멜로디가 거리와 라디오에서 수십번씩 흘러나오던 시절의 이야기다.
 

“김건모, 신승훈의 신규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LA의 음반 도매업자들이 미리 공항에 가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일찌감치 선금은 보냈고, 공항에 CD가 도착하면 바로 가져가서 소매시장에 풀어야했거든요. 불과 한 시간 차이를 두고 ‘누가 먼저 앨범을 받아서 푸느냐’로 경쟁이 치열할 정도였어요. 그만큼 그들의 신규 CD를 대중이 많이 찾고 기다렸다는 뜻이죠.”

노래방과 클럽에서도 ‘잘못된 만남’은 거의 ‘자동 기립’이었다. 도입부치고는 다소 긴 멜로디가 시작되면, 누구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머리부터 흔들었다. 후렴부에서 다같이 부르는 ‘떼창’ 신드롬도 생겼다.

 
매월 신곡 150-200여개 쏟아져
 

‘뮤직커넥션’의 주력 상품은 노래방 기계다.

LA뿐만 아니라 미주 전역, 하와이는 물론 심지어 괌에까지 기계를 공급한다. 24년 전 하 대표가 창업할 당시, 노래방 기계 전문업소로는 미주 1호점이었다고. 엠프, 스피커, 마이크 등 풀세트도 취급한다.

덕분에 미주 전역의 노래방과 식당, 호텔, 그리고 일반 가정들도 노래방 세트를 갖추고, 미주 한인들은 마치 한국에 있는 듯이 흘러간 옛 가요와 최신 가요를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타주로 배송한 기계에 간혹 문제가 생기면, 2일 배송으로 새 물건을 바로 보내주는 등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해 크레딧을 쌓았다고 한다.
 

그런데 듣고보니 이 사업이 단순히 물건 하나 팔기만 하는 일이 아니다.

“매월 쏟아져나오는 신곡이 150-200여개에요. 그러니 기계에 저장하는 노래 컨텐츠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최신곡 목록도 바꿔주는 등 신경써야 할 일이 엄청 많지요. 노래방 기계의 메모리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20년 전 기계에 수록된 한국 가요가 5,000여곡이었다면 지금은 3만 여곡에 달해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가전제품들도 취급하는 대형 전자업소들은 노래방 기계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거죠. 저는 대형 업소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이에요.”

 
전자업소 직원에서 노래방 기계 전문 창업으로
 

실제로 그는 전자제품 업계에서 일하다가 노래방 전문으로 방향을 전환해 창업한 경우다.

80년대 중반 서울공고 졸업 후 LA로 가족이민 온 그는, 몇 년 후 외삼촌이 운영하시던 전자제품 소매점 ‘럭키 전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전엔 이민1세로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 3-4개씩 일이 잡히는 대로 했다고 한다. 낮엔 리커 스토어와 테리야키 식당, 밤엔 빌딩 청소, 주말엔 스왑밋에서 일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캘스테잇 대학으로 진학해 엔지니어링을 전공할 계획으로 낮에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며 파트타임으로 ‘럭키 전자’에서 일했고, 나중엔 풀타임 매니저를 맡게됐다. 노래방 기계를 처음 만진 것도 이 때였다.
 

‘럭키 전자’가 경영난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을 때는 이미 그가 전자제품 비즈니스에 재미를 붙인 뒤였다. 진로를 고민하던 20대 후반의 그는 그동안 거래해온 손님들을 기반으로, 노래방 기계 전문 ‘뮤직 커넥션’을 창업하게 된 것이다.

 
노래방 기계도 진화한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과의 인연이 확장되어서일까.

당시 3가와 라브레아 길에 있던 음악까페 ‘로즈 가든’을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가수 이장희씨가 창업하고 DJ 이종환씨가 운영하기도 했던 이 업소를 94년부터 3년여간 운영했다.
 

“제가 공돌이라서(웃음) 최신 기기 접하고 만지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내친 김에 로즈 가든도 인수했는데, 결혼 전이고 젊을 때라서 저녁이면 친구들과 모이는 아지트 삼아 정말 재미있게 운영했어요. 턴테이블과 DJ가 있는 음악까페…요즘 신조어로 ‘추억 돋지’ 않나요? (웃음) 요즘 테크 발달로 놀이 문화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에 맞춰 노래방 기계도 가이드 보컬, 녹음, 악보 등 편리한 기능이 더 추가되면서 발전하고 있어요. 기계만 있으면 집에서도 뮤직비디오 보면서 노래방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요. 한국 정서에서 빠질 수 없는 노래 문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유지될 거라 생각합니다.”

 

뮤직 커넥션’ 전화 : (213)385-0202

주소 : 2849 W. Olympic Blvd. L.A.

글 : 김수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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