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수감사절 식탁에는
보졸레 누보 말고 ‘가메 누아’를






 
마켓에 가면 이제 막 출시된 2018년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나와 있을 것이다.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일제히 판매가 시작되는 이 와인은 이제 관심이 현저히 줄었지만 그래도 11월 말이 되면 은근히 궁금해지는 와인이다.

보졸레 누보는 가메 누아(Gamay Noir)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든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게 좀 억울한 품종이다. 원래 브루고뉴의 본(Beaune) 지역에서 번성하던 가메는 15세기에 남쪽 보졸레 지역으로 강제 추방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이유는 브루고뉴의 대표 품종인 피노 누아를 더 많이 심기 위한 것으로, 공작이 칙령까지 반포해 가메를 몰아냄으로써 재배지가 보졸레로 한정되었다. 가메가 억울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보졸레 누보’ 마케팅으로 싸구려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보졸레 지역의 가메 와인들  


보졸레 지방에서는 품질에 따라 3개 등급(보졸레 크뤼, 보졸레 빌라주, 보졸레)의 레드와인이 나오는데 보졸레 누보는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보졸레 등급이면서 마치 가메 품종을 대표하는 것처럼 돼버린 것이다.  

원래 보졸레 지역에서는 포도 수확을 끝낸 후 금방 담근 와인을 마시며 축하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1970년 와인 네고시앙 조르주 뒤뵈프가 머리를 굴려 ‘빨리 담가서 빨리 마시는 와인’ 의 약점을 ‘신선한 햇와인을 가장 먼저 마신다’는 역발상 이미지로 글로벌 마케팅을 펼쳐 대성공을 거두었다.

햇와인 유행은 전세계로 번졌고,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와인업체들이 벌인 마케팅 이벤트에 편승해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보졸레 누보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쯤부터 보졸레 누보의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와인 애호가 층이 두터워지면서 보졸레 누보의 가벼운 맛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갔고, 과대 포장된 싸구려 테이블 와인이라는 실상을 알게 되면서 외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가메 와인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가메는 키우기 쉽고, 빨리 익어서 일찍 수확할 수 있고, 풍성하게 열매 맺는 품종이다.

이 포도는 보졸레 지역 특유의 탄소침용법(carbonic maceration), 즉 포도를 으깨지 않고 송이 째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양조되는데 이 때문에 신선한 과일향이 두드러진다.라즈베리, 딸기, 체리의 화사한 과일향이 압도적인 한편 산도가 높고 태닌은 적고 알코올은 낮아서 포도 주스처럼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스타일이다.

따라서 여름철 차게 해서 마시기 좋고, 여러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피노 누아처럼 전천후 식탁에 올리기 좋은 테이블 와인이기도 하다.
 

보졸레 누보는 양조후 숙성 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맛이 너무 영하지만 보졸레에서도 가장 좋은 산지인 10개 크뤼 보졸레(Cru Beaujolais)에서 나오는 와인들은 적당한 바디와 복합적인 맛, 미네랄리티를 갖고 있어 오랜 숙성이 가능하고 맛도 훨씬 고급스럽다. 

 

오레곤 지역의 가메 와인들  


놀라운 것은 가메 품종의 잠재력을 알아본 오레곤과 북가주의 와이너리들이 1990년대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훌륭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노 누아의 산지 오레곤이 미국의 ‘가메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 5월 포틀랜드에서 제1회 ‘아이 러브 가메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여기에 캘리포니아와 프랑스의 양조자들도 참가해 다양한 가메 와인을 선보였다. 
 

특히 좋은 것은 가격이 15~35달러 선으로 비싸지 않아서 손님 치를 때 부담 없이 내기 좋다는 점이다. 이번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를 위해 추천하는 미국과 프랑스의 가메 누아 와인은 다음과 같다. Wine House, K&L Wine Shop, Woodland Hills Wine Co. 등지에서 살 수 있다.
 

-2016 Pax Sonoma Coast Gamay Noir ($36.99)

-2016 Brick House Ribbon Ridge Gamay Noir ($28.99)

-2016 Lucien Lardy “Côte du Py” Morgon ($17.99)

-2017 Domaine Marcel Lapierre Morgon ($32.99)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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