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로사’ 인기 상종가

달콤하고 도수 낮고 짜릿한 와인

On November 9




 

LA 다운타운에 있는 샌안토니오(San Antonio) 와이너리는 와인에 처음 맛을 들이고 배우기 시작했던 90년대에 자주 다니던 곳이다. 그때는 나파 밸리나 소노마로 와인을 마시러 간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와인바 같은 것도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LA에서 만만하게 와인 테이스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샌안토니오가 유일했다. 
 

몇 년은 여기서 열리는 와인 시음회와 투어, 세미나를 쫓아다니곤 했으나 후에 산타 바바라, 파소 로블스, 나파 밸리 등지로 와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전혀 찾지 않게 되었다. 도심지에 있는 테이스팅 룸은 이제 매력이 없어졌고, 와인도 그저 대중적인 수준인데다, 초보 때 드나들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버무려져서 거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샌안토니오 와이너리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얼마 전 나온 LA 타임스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브랜드는 ‘투벅척’(Charles Shaw 와인을 말함)이 아니라 이탈리아 수입 와인인 ‘스텔라 로사’(Stella Rosa)인데, 이 브랜드를 만들고 수입하는 곳이 바로 샌안토니오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리볼리 패밀리라는 것이다. 



4대째 와인을 만들고 있는 리볼리 패밀리

 

리볼리 패밀리는 1917년 샌안토니오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4세대에 걸쳐 100년 넘게 운영해온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이다. 금주령 시대에 LA 일대의 와이너리 100여개가 문을 닫았을 때도 가톨릭교회의 성만찬주 양조회사로 살아남았으며, 중가주와 북가주로도 포도원을 계속 확장해 현재 10여개의 와인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잘 알려진 브랜드로는 마달레나(Maddalena), 라 퀸타(La Quinta), 오파크(Opaque), 샌 시미온(San Simeon), 샌안토니오, 리볼리 패밀리 등이 있다. 
 

이들이 ‘스텔라 로사’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든 것은 15년전. 테이스팅 룸에 오는 고객들 가운데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약간 달면서 탄산개스가 섞인 일종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그런 한편 고객들로부터 종종 “레드 품종으로 만든 모스카토 다스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피에몬트 지역의 수입사(Brachetto d’Acqui)에서 비슷한 모델을 찾아 새로 개발한 것이 스텔라 로사였다. 당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발효를 중지시켜 달콤한 맛이 나고, 알코올은 5.5%로 보통 와인보다 절반 이상 낮으며, 약간 거품이 있어서 팔레트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발포성 와인이다. 
 

처음에 만든 1,000케이스가 2주 만에 품절되자 리볼리 가족은 즉시로 피에몬테의 양조사와 재계약을 맺었고, 계속되는 실험을 통해 맛과 색깔이 다른 와인을 잇달아 만들어냈다. 그 결과 현재 레드 외에도 핑크, 플래티넘, 블랙, 골드, 임페리얼 등 22개의 다른 맛을 가진 스텔라 로사가 나와 있다. 과일 맛을 내는 스텔라 피치, 스텔라 그린애플, 스텔라 레드애플, 스텔라 트로피컬 망고 등등 수요만 있으면 만들어내는 중이다.
 

매일 아침 11시에 테이스팅 룸이 문을 열면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와 스텔라 로사 와인을 사면서 아울러 로고가 박힌 티셔츠, 토트 백, 부채, 양초, 립 밤과 파스타 소스까지 사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닐슨 자료에 의하면 스텔라 로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탈리아 수입 와인 브랜드이고, 두자리 숫자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스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 와인은 판매량이 올해만 벌써 200만 케이스를 넘어섰다. 
 

그러면 맛은 어떨까? LA 타임스는 ‘와인을 닮았지만 와인이 아닌 음료’라고 애둘러 표현했다. 세븐업 같은 탄산음료와 카버네 소비뇽 사이의 어떤 맛이라는 것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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