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김영사





다양한 학제간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세포부터 생태계, 도시, 사회관계망과 기업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혁신, 노화와 죽음을 지배하는 패턴과 원리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내는 책이다. 복잡계 과학의 선구자 제프리 웨스트는 ‘스케일’이라는 틀로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 법칙을 선보인다.

제프리 웨스트 교수는 복잡성 과학, 즉 창발적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과학을 개척한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우리의 몸, 도시, 기업을 포함하여 살아 있는 체계들의 복잡하고 다양해 보이는 현상들을 통일시키는 근본적인 단순성을 발견해왔기 때문이다.

애초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로서 소립자, 끈 이론, 암흑물질, 우주의 진화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자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집안의 일원으로서 노화와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예상과 달리 이에 관한 일반 이론이 없음에 놀라, 이 주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수명이 왜 지금과 같으며 우리는 왜 더 오래 살지 못하는가 하는 생물학의 문제를 물리학자의 엄밀함으로 파고들었다. 수많은 생물이 오늘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죽게 되는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물리적 법칙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은 저자는 그 물리법칙을 해명하는 데 몰두했고, 그것이 퍽 간단한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가 ‘스케일링 법칙’ 이라고 부르는, 생물의 크기 변화에서 발견되는 규모 증감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도시와 기업 같은 인간의 창조물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 법칙’임을 깨닫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도 결국 물리적 토대 위에 서 있기에, 물리법칙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유동물은 대단히 다양하지만, 크기에 따라 일관된 특성을 보인다. 즉, 어떤 포유동물의 크기를 알면, 스케일링 법칙을 써서 그 동물이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심장 박동 수가 얼마인지, 성숙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수명은 얼마인지 등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순환계의 효율도 정확히 체중에 비례하여 규모가 증감한다. 평균 체중이 다른 종의 2배인 종은 순환계의 효율이 25퍼센트 더 높으며 수명도 25퍼센트 더 길다.

그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생물의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몸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망의 프랙털 기하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왔고, 그의 연구는 생물학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 뒤로 그는 더 대담하게 연구의 응용 범위를 넓혀왔다. 도시도 구석구석까지 망이 뻗어 있으며, 규모 증감의 법칙이 기이할 정도로 정확히 들어맞는다. 웨스트는 자신의 혁신적인 연구를 기업과 사회관계에도 적용했고, 그 결과 어째서 어떤 기업은 잘나가고 어떤 기업은 망하는지, 삶의 속도와 혁신의 속도는 왜 점점 빨라지는지, 이 동역학이 어째서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지와 같은 문제들을 이해할 강력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복잡성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답게 웨스트 교수는 책의 곳곳에서 통합적 사고의 필요를 강조한다. 오늘날의 많은 문제들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분야의 전문가가 해결하기 힘들고, 학제간 연구가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지구적 규모의 문제, 이를테면 환경오염, 자원과 에너지 문제, 지구 온난화, 빈곤,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같은 문제는 하나의 해법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한한 지구에서 무제한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들의 해결책을, 과거에 그래왔듯 인류가 이뤄낼 ‘혁신’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에 크게 동의하기 어려운 까닭을 제시한 마지막 장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일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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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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