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음식의 ‘나쁜 궁합’

맛의 조화 해치고 숙취 원인 되기도 
 

On October 26, 2018





지난주에 단팥 모찌와 와인의 나쁜 궁합에 대해 썼는데, 와인과 푸드의 세계에는 이에 필적할 만큼 나쁜 페어링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한인들이 차리는 술상에서 와인 안주로 마른오징어를 내놓는 것이다. 곱씹을수록 특이한 고린내 맛이 나는 마른 오징어는 맛과 향 모두가 와인 맛을 가장 참혹하게 변조시키는 나쁜 효과를 낸다. 

마찬가지로 비린내 있는 생선찜과 조림 요리는 와인과 상극을 이루고, 참기름을 많이 넣은 음식은 그 고소함 때문에 웬만한 와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또한 거의 모든 국과 찌개, 수프 등 국물요리는 와인과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서양 음식은 모두 와인과 잘 어울리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캐비어는 샴페인과 천상의 궁합을 이루지만 카버네 소비뇽과 함께 먹으면 그 고급스런 맛이 완전히 죽어버린다. 반대로 스테이크와 갈비(양념 안 된)는 카버네 소비뇽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지만 기름기와 육질 때문에 모스카토나 리즐링처럼 섬세한 와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음식과 와인의 나쁜 페어링은 맛을 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엔 다음날 숙취의 원인이 되고, 소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와인의 취향이 뚜렷해서 레드 와인만 찾거나 화이트 와인만 찾는 사람들의 경우 이런 일을 겪기 쉬운데 식당에서도 음식과의 매치를 생각하지 않고 먼저 와인부터 주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상극의 페어링으로 꼽는 와인과 음식은 다음과 같다.




키안티와 튜나 샐러드
튜나로 인해 키안티에서 쇠 맛을 느끼게 되고, 샐러드드레싱의 산도는 태닌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키안티는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든 이탈리아 와인인데 피노 누아를 대입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레드와인과 초컬릿 케이크
초컬릿의 단맛이 얼마나 지배적일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특히 늦은 밤에 이런 조합으로 기분을 냈다가는 다음날 행오버를 겪을 확률이 높다. 레드와인 대신 포트와인을 작은 잔으로 한잔 마시는 것이 제대로 된 페어링이다.  

샤도네와 아이스크림
얼핏 잘 맞을거 같지만 이 조합 역시 참담하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소테른이나 아이스와인 같은 디저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시라와 스윗&사워 치킨
팔레트를 거의 마비시키는 궁합이다. 시라의 진한 맛과 스윗앤사워 소스의 달고 시큼하고 기름진 맛이 혀의 미뢰를 장악해 미각을 한동안 통제하게 된다. 얼른 커피나 차를 마시는게 상책이다.

버건디와 라자냐
라자냐의 기름진 치즈와 새콤한 토마토소스, 와인의 높은 알코올이 만나 위장에 좋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비오니에와 레몬 타르트
비오니에는 꽃향기가 섬세한 화이트와인인데 달콤새콤한 레몬 타르트와 함께 할 경우 그 특징이 완전히 가려지게 된다.  

샤도네와 초리조
여기서 멕시칸 음식을 예로 들었지만 매콤한 에스닉 푸드는 모두 마찬가지로 샤도네의 부드럽고 리치한 와인 맛을 음미할 수 없게 만든다.  

멀로와 아티초크
아티초크, 브러셀 스프라우츠, 그린 빈, 근대(chard) 등의 야채는 레드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쌉싸름한 맛의 채소들은 아주 산도가 높은 화이트와인이나 셰리 주,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하면 서로의 장점을 돋워줄 것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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