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설’ 로버트 파커 40주년

11월 뉴욕서 세기의 와인 파티

On October 5, 2018



Robert Parker/ <www.thedrinksbusiness.com>

 

와인을 마시는 사람치고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와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로서 ‘와인 황제’라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와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점수는 RP(로버트 파커)와 WS(와인 스펙테이터 매거진)인데 어떤 점수를 더 신뢰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파커 지수를 꼽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그가 평가한 점수에 따라 곧바로 와인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설이 되었으니, 어떤 분야에서든 한 사람의 비평이 이처럼 직접적이고 대단한 파워를 갖는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때문에 파커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와인메이커들은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파커화된’(Parkerized) 와인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살아있는 신화’로 여겨진다.
 

로버트 파커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1973년 메릴랜드 법대를 졸업했다. 10년여 동안 상당히 유능한 변호사로 일했으나 84년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조계를 떠나 와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7년 크리스마스 무렵, 프랑스 알자스의 스트라스버그 대학에 다니고 있던 친구(현재의 아내 패트리샤)를 만나러 가서 한달간 머물 때였다. 와인의 미묘한 향과 맛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이후 시간 날 때마다 와인을 사서 마셨고 보르도 등 와인 산지를 찾아다니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미국인들은 와인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라 파커는 소비자에게 믿을 만한 와인 정보를 주는, 업계의 영향력이 배제된 컨수머 가이드를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프랑스 와인 양조자들은 미국인들이 와인 맛을 잘 모른다고 조롱하면서 싸구려 와인을 비싸게 팔아도 된다는 농담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을 때였다.

78년 ‘와인 애드보키트’(Wine Advocate) 매거진 첫 호를 발행하면서 와인 맛을 평가하는 100점 만점의 점수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와인의 맛을 숫자로 평가한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와인 맛을 어떻게 학교 성적처럼 점수로 따질 수 있느냐고 엄청 반발했으나 소비자들은 이 점수에 즉각적인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누구나 와인 평가에 점수를 매길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다. 
 

첫 구독자 600명으로 시작된 격월간 ‘와인 애드보키트’는 현재 세계 37개국에서 5만여명이 구독하고 있으며 아직도 광고 없이 발행된다. 세계 각 지역을 커버하는 여러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합류하고 있으며, 파커는 북가주와 보르도의 레드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세계 각국의 유명 와인잡지와 매체들에 비평을 써왔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14권을 저술한 로버트 파커는 와인 세계에 끼친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수여한 내셔널 메릿 훈장과 99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수여한 레종도뇌르 명예훈장 등 프랑스의 가장 명예로운 훈장 2개를 수여한 미국인이 되었으며, 2002년에는 이탈리아 최고 영예인 코멘다토레 메릿 훈장을, 2011년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수여하는 민간인 최고의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파커는 도저히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빨리, 많이, 정확하게 시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일년에 무려 1만여 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있으며 자기가 그동안 시음한 모든 와인의 맛과 점수를 기억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코와 혀는 100만달러 보험에 들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인 애드보키트’는 창간 40주년을 기념하여 10월에 런던에서, 11월에는 뉴욕에서 대대적인 시음행사와 매스터 클래스를 잇달아 개최한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11월8일 열리는 자선 갈라 디너. 파커의 와인 생애 40년을 결산하는 와인 21종(17종은 그의 셀라에서 꺼낸 것)과 스타 셰프 다니엘 불뤼의 6코스 메뉴를 페어링 하는, 최상의 미각적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디너다.

1986 무통 로쉴드와 1990 라피트 로쉴드를 비롯해 그가 100점 만점을 준 에르미타주 4종, 1991 릿지 몬테벨로, 1990 로버트 몬다비 카버네 리저브, 2001 콜긴, 2001 셰이퍼 카버네 힐사이드 셀렉트 등 듣기만 해도 정신 줄을 놓게 되는 리스트가 이어진다. 60명 정원으로 일인당 4,000달러인 디너의 수익금은 전액 어린이병원과 재향군인 장애자 재단으로 기부된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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