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병역 혜택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이반 대회에서는 메달 경쟁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1위 중국은 금메달 132 은메달 92 동메달 65개 등 총 289개를 획득했다. 일본 금 75 은 56 동 74개 등 총 205개를 수집했다. 한국은 금 49 은 58 동 70개 등 총 177개로 2위 목표에 미달했다.

일본은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에서 탈피해 생활 스포츠로 전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들이 활발하게 메달을 따내며 일본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 일본은 2020년 하계 도쿄올림픽 개최국이다. 1964년 제2차 세계대전 패망을 딛고 올림픽 개최로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56년 만에 두 번째 하계올림픽 개최국이 됐다. 일본은 동계올림픽도 이미 두 차례 개최했다. 1972년 삿포로, 1998년 나가노올림픽이다. 2020년 자국에서 벌어지는 도쿄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춘 게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효과를 보며 20년 만에 종합 2위를 탈환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은 한국의 종합 3위를 남긴 것 외에 금메달 수상자의 병역 혜택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병역법에 따르면 체육 특기자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획득해야 병역이 면제된다. 4주 입영훈련으로 군복무를 대체한다. 원래는 병역을 면제받은 뒤에도 그 분야 종사하면서 봉사 활동을 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는 42명이다. 축구는 엔트리 전원이 혜택을 받는다. 정구의 정진웅은 입영 20일을 앞두고 금메달을 따 4주 훈련으로 대체하게 됐다.

늘 그랬지만 병역 혜택은 개인 종목보다는 인기높은 구기 종목 선수의 관심이 크다. 병역 혜택이 큰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축구의 손흥민과 야구의 오지환 때문이다. 축구 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동하는 손흥민이 아시안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LG 트윈스 오지환에게는 “은메달을 따서 군대나 가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사실 팬들의 반향은 아침 저녁으로 바뀐다. 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서 부진했다면 병역 혜택 주지말라고 했을 것이다.

축구의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들의 출전 무대다. 한국이 축구와 야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어 국민들에게 위안을 줬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대학생 무대에 성인이 출전해 손목을 비튼 경기였다. 일본은 축구에서 21세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야구는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다. 한국은 전원 프로야구 출신이고 일본은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게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일종의 정신 승리다. 한국은 축구에 와일드카드로 23세가 넘는 손흥민(26), 조현우(27) 두 월드컵 멤버에 김학범 감독의 인맥 발탁을 잠재운 황의조(26) 등이 가세했다. 와일드카드 3명 외에도 월드컵 멤버가 황희찬, 이승우 등도 포함됐다. 일본은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입국장에서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표팀 선발부터 잡음이 따랐다. 잡음의 한복판에 LG 오지환이 있다. 게다가 야구 팀의 선동열 감독은 선발 잡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인터뷰로 팬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나타났듯이 팬들도 무조건 금메달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축구와 야구의 금메달 획득으로 인한 병역 혜택은 급기야 대중예술의 방탄소년단까지 번졌다. 예술 체육 분야 종사자들에게 국가가 정한 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때 들어가는 문구가 국위선양이다. 현재 국위선양 차원에서 본다면 방탄소년단을 능가할 예술, 체육 종사자는 없다.

병역은 대한민국이 져야 할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신성하다는 거창한 구호를 갖다 붙이지만 군대에 가고 싶다며 목을 멜 한국의 젊은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군대에서의 부조리와 툭하면 터지는 폭력 사고는 신성한 의무가 아닌 징벌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언론사 사주 일가, 재벌가문의 병역 면탈은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높다.

프로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LA 다저스 박찬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입단할 때 태극마크를 단 게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번 행위일 뿐이다. 방탄소년단도 애초에 대한민국을 위해서 연예활동을 한 게 아니다.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 병역 혜택은 독재시대의 산물이다. 개인적으로는 공평하게 군입대를 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병역 의무의 형평성, 공정성이 훼손받지 않는 길이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AM1650 라디오서울[토요일 오후 4시-6시]
문상열 김종문의 스포츠 연예 파노라마[월-금 오후 6시30분]
이브닝뉴스에서 스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문상열 해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