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레이 와인 컨트리 3 Scheid

투자가의 택스 셸터가 초대형 포도원으로

피노 누아의 특별한 맛 ‘감동’

On September 14, 2018

 

이번 여행에서 가장 놀랍고, 특별하고, 맛있고, 인상 깊었던 곳이 샤이드 와이너리(Scheid Vineyards)다.
 
이제껏 들어본 와이너리 스토리 가운데 가장 비전형적인 역사를 갖고 있는 이곳은 1972년 한 금융가의 택스 셸터로 세워진 포도원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알 셰이드는 포도원이 좋은 세금회피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몬터레이 카운티에 땅을 사들였다. 포도농사는 적어도 5년이 지나야 열매라는 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한동안 수익은 없이 방대한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몬터레이 농업회사’라는 이름으로 포도를 대량 재배해 대형 와이너리에 판매해온 그는 15년 후 월스트릿에서 일하던 장남 스캇을 이곳에 합류시켰고, 몇 년 후에는 역시 MBA 출신이며 기업평가 자문으로 일하던 딸 하이디를 불러들였으며, 업계에서 명망 높은 포도재배 전문가 커트 골닉에게 비녀드 경영을 맡기면서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 무렵 1990년대 초반은 캘리포니아 와인업계가 뚜렷하게 팽창하고 발전하던 시기로, 주력 품종이 샤도네, 멀로, 카버네 소비뇽으로 바뀌었고, 몬터레이 카운티에서도 수많은 접지기후에 적합한 품종에 대한 정보와 개념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때마침 이 회사를 함께 시작했던 투자자들이 하나둘 은퇴하면서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알 셰이드는 협상과 조정을 통해 모든 지분을 사들였고, 포도밭을 더 많이 구입해 피노 누아를 심었다.
 
몬터레이 농업회사는 ‘샤이드 비녀즈’로 이름을 바꾸었고, 자체적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소규모 ‘리저브 와이너리’를 만든 것이 2005년이다. 현재 샤이드가 소유한 포도원은 살리나스 밸리의 70마일에 걸쳐 무려 4,000에이커에 달하는데, 캘리포니아 와인업계에서 이런 숫자는 들어본 적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여기서 나오는 포도의 95%는 16개 와이너리로 판매되고, 나머지 5%의 최상급 포도만으로 자기네 브랜드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최고 품질의 포도가 아니면 안 쓰고, 만들고 싶은 와인을 원하는 만큼만 만들고 있다니 모든 와인메이커의 꿈이요, 그렇게 만든 와인이 맛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처음에 피노 누아를 마셨을 때 받은 충격이 지금도 팔레트에 느껴진다. 색이 연해서 맛도 가벼울 거라고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기분좋은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그 안에 겹겹이 숨어있던 복합적인 맛들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피어났다. 이런 맛을 내는 피노 누아를 처음 마셔보았기 때문에 와인메이커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화이트 와인으로 샤도네, 소비뇽 블랑, 그르나슈 블랑, 그뤼너 벨트라이너, 알바리뇨를(20~26달러), 레드 와인은 프티 시라, 카버네 소비뇽, 멀로, 산지오베제, 템프라니요와 론 품종(GSM)을(28~36달러) 양조하고 있는데 역시 맛있는 것은 여러 종류의 피노 누아(36~75달러)와 보르도 블렌드인 클라렛 리저브(68달러)다. 하나같이 정말 맛있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고, 이렇게 싸고 맛있는 와인을 몬터레이 지역에서만 판매한다는 말에 함께 갔던 친구들 모두 와인을 사느라 수선을 피웠는데, 지금은 더 사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샤이드는 카멜 바이더 시와 거기서 30분 떨어진 와이너리에서 모두 테이스팅 룸을 열고 있는데 얼마나 좋았으면 두 군데 다 갔겠는지. 이번 여행은 샤이드 하나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www.scheidvineyards.com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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