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젠(A-Gen) 가발’
에스더 김 대표

인생은 맞춤가발 장착 전후로 나뉜다

On September 14, 2018




아주 신기한 풍경이다.

미용실이 아닌데 영락없는 미용실 모습이다. 머리를 만지는 스테이션은 물론이고, 한 켠에는 머리 감기는 샴푸 시설도 갖췄다. 머리 말리는 드라이기와 모양 내는 고데기도 보인다. 여긴 어딜까.
 
나이 지긋한 여자 손님 2명이 등장했다. “에스더, 나 억수로 바쁘다. 어서 좀 빨아줘요.”
 
한 손님이 이렇게 말하며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 에스더 김 대표는 능숙하게 손님의 머리에서 가발을 빼서 샴푸로 빨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기구에 걸어 빗질한 다음, 스프레이를 뿌렸다. 스프레이는 모발에 윤기를 더하고 스타일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그 가발을 손님의 머리에 다시 얹어 핀으로 고정한 뒤, 고데기로 손질을 시작했다. 가위를 들어 살짝 컷을 하기도 했다.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던 손님은 “오늘 촬영이 있어 예쁘게 하고 가야한다”며, 미용사(?)와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미용사는 ‘에이젠(A-Gen) 가발’의 에스더 김 대표다.



미용실 시설과 개인 룸
 
매장에 들어서면 여러 번 놀란다. 딱 미용실같은 시설을 갖춘 것도 그렇고, 문을 닫고 나홀로 서비스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이 3개나 있다는 것도 그렇다. “가발 쓰는 것을 어떤 손님들은 지극한 프라이버시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못 보는 공간에서 서비스 받길 원한다”는 설명이다.
 
‘에이젠 가발’이 처음 가든그로브에서 시작할 당시 공간이 좁아서 프라이빗 룸을 여러 개 갖추지 못했는데, 그러니 남자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질 못했다고 한다.
 

“대머리이거나 머리 숱이 적은 것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분들이 계세요. 자기만의 비밀로 여기거든요. 어떤 분은 앞문으로 들어와서 뒷문으로 나갈 정도입니다. LA 매장에 3개 룸을 갖추니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며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100% 손님에게 맞추는 맞춤가발
 
한국서 미용사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03년 미국에 온 뒤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가발 사업을 시작했다. 미용기술을 살려 단순 판매가 아닌 ‘맞춤가발’로 차별화했다.
 
맞춤이란, 사람의 모발을 심어서 만든 가발을 손님의 상태에 맞게 제작, 관리하는 것이다. 가발의 재질을 100% 인모(人毛)로 할 수도 있고, 인모와 가짜를 섞을 수도 있고, 흰머리나 색깔머리를 섞기도 한다. 머리카락이 아예 없는 대머리 상태부터 머리숱이 적은 상태까지 맞춰서 가발을 제작하고, 컷과 펌, 심지어 염색까지 한다. 핵심은 ‘모든 것을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맞춘다는 점이다.
 
손님은 거의 100% 예약제로, 월 평균 1회씩 가발을 세척하거나 스타일링하러 매장을 찾는다. 손님의 연령층은 20대 후반부터 노년까지 다양하다. 전에는 노년층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젊은이들도 환경이나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 탈모가 많아 20-30대 손님도 느는 추세라고 한다.
 

전체 손님의 15%는 환자 손님이다. 항암치료 중이거나 원형탈모, 지병은 없으나 머리가 안 나는 경우 등이다.

남자 손님들은 특히 건설업, 부동산, 보험, 융자 등 사업상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자인 한 손님은 “숱 적은 머리를 가리려고 모자 쓰고 가면 계약이 성사가 안 되는데, 가발을 쓰고가면 자신감이 붙고 일도 잘 풀린다”고 했다고.


 
김 대표는 손님들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아무도 내가 가발 쓴 줄 몰라요.”

맞춤가발의 특징은 자연스러움과 편리성이다. 인터뷰 중 매장에서 만난 70대 여성 손님은 이렇게 전했다.

“머리숱이 적어 손질이 어려웠는데, 가발을 얹으면 간편하게 스타일이 살아 손질도 필요없더라고요. 
 
어느날 친구가 갑자기 젊어보여서 비결을 물었더니, 가발을 얹어 머리숱이 풍성해보였기 때문이었어요. 그걸 보고 친구 여럿이서 한꺼번에 가발을 샀어요. 똑딱핀으로 고정만 하면 되고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제가 가발 쓴 줄 몰라요. (웃음) 딸이 갑자기 와서 외식 나가자고 해도 얼른 가발만 얹으면 준비 끝이니 편하죠.”
 
김 대표는 손님들이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끼고, 환자들에게 가발이 힘이 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했다. 가발을 쓰면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어느날 “에스더, 나 다 나았어!” 하며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그녀는 같이 기쁘다.
 

“암 환자에겐 편하고 가격 저렴한 것이 최고에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손질도 거의 필요 없잖아요. 무조건 고가의 물건을 파는 것보다 그 손님에게 맞는 것을 찾아드리는 게 중요해요. 항암치료하려고 처음 머리를 밀 때는, 저도 가족도 같이 먹먹하지요. ‘맞춤가발’ 직업은 이렇게 손님들과 같이 ‘울고 웃는’ 일인 것 같아요. 제 또 다른 손님은 ‘사람이 나이 예순이 되면 여우가 되는데, 나는 에스더가 나를 장삿속으로 대하는지, 정말 예뻐보이게 하려고 애쓰는지 다 느낀다’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손님들한테서 배우는 인생
 

그녀는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 부부가 같이 늙어가는 게 제일 좋다는 것, 서로 지지고 볶아도 부부가 함께 있으면 외로움보다는 안정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식을 멀리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것, 노후대책을 준비해야겠다는 것 등을 느꼈다고 했다.

또 손님과 한달에 한번씩 꾸준히 만나는 관계이다보니, 가족처럼 가까워진다고도 했다.
 
그렇게 친해진 손님들이 와서 털어놓는 일화들을 듣는 것도 그녀에겐 즐거움이다. 한 남자손님은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는데, 지인이 “무슨 성형을 했느냐, 왜 이렇게 젊어졌느냐”며 호들갑인데 정작 가발 쓴 줄은 모르더란다.
 
가발 장착 전후로 생긴 손님들의 에피소드를 그녀는 발랄하게 쏟아냈다. 그녀는 월, 수, 금엔 LA 매장, 화, 목, 토엔 가든그로브 매장을 연다. 손님과 상담한 후 본을 떠서 공장에 주문하면, 보통 한달 반 후 맞춤가발이 도착한다. ‘에이젠’(A-Gen)은 ‘A 제너레이션’의 줄임말로, 가발도 손님도 최고로 만든다는 뜻이라고.
 

“가발은 성형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머리 고민있는 분들, 저에게 오세요.”

자긍심을 장착한 그녀의 인터뷰 마지막 멘트였다.




‘에이젠 가발’ 전화 : (714)514-5575

L.A.점 주소 : 2727 W. Olympic Blvd. #100 L.A.

가든그로브점 주소 : 8345 Garden Grove Blvd. #108 Garden Grove

글 : 김수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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