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중국의 비단장수가 명월이에게 반해서 비단 판돈을 다 갖다 바치고도 띵호와를 외치며 좋아했다. 그가 바로 <왕서방>이다. 돈이 얼마나 많으면 비단 수출로 번 돈을 기생에게 다 퍼주고도 희희낙락했을까?
 
중국의 전설적인 부자들을 <왕서방>이라고 칭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볼세비키에 의해 처형된 러시아 마지막 황제 <짜르>도 왕서방에게 돈을 빌렸다고 하니 도대체 왕서방의 활동 나와바리와 보유한 재산은 얼마나 될까? 재산이 많은 것에 비해 매너가 부족하여 그들을 막연하게 졸부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800년 장사의 비밀》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을 접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왕서방들의 비즈니스엔 철칙이 있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라’, ‘신용을 버린 이익은 결코 취하지 않는다’, ‘먼저 주고 나중에 더 큰 것을 가져라’, ‘한 번에 큰 이익을 탐하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신의를 우선시한다’, ‘가장 좋을 때 실패를 대비하라’, ‘일은 오직 사람이 이룬다’, ‘위기의 순간에는 배짱도 전략이다’ 현대에 들어 왕서방은 비단장수가 아니다. 중국계 투자가들을 왕서방이라 부른다.
 
2000년대 이후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갑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생기면서, 대규모 해외투자가 일상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에 이은 IMF 구제금융의 영향으로 국내에 해외 자본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되었으며, 또한 시장 유동성이 큰 관계로 왕서방의 좋은 투자처 혹은 투기지역으로 꼽힌다. 주로 부동산이나 기업 M&A 쪽에 이러한 사례가 많으며, 주식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통하는 왕서방이 제법 있다고 알려져있다. 왕서방 자본은 일반적으로 엄청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 후 수익 실현이 되면 즉시 빠지는 형태가 일반적이라 신뢰성이 낮은 것이 흠이다. 그러나 지금의 왕서방들은 또 다르다.
 
최근 한류(韓流)의 ‘대세’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큰 부를 일군 <젊은 왕서방>들이 생겨난 것이다. 중국에 가서 성공한 한국 업체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반면, 연 수백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왕홍(網紅, 중국판 파워블로거)’들의 수는 상당하다. 이들은 한국의 화장품 판매 및 성형 등 뷰티 산업과, 한국 음식점 개업 등의 요식사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13억명 중 10억명 이상이 가구당 하루 6달러 미만으로 산다고 하니, 이런 현실과 비교에 보면 현대판 젊은 왕서방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옛말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함이 없다.

 

광고대행사 AdSense 정재윤 대표

라디오서울 오후 3시 월요일~ 금요일 (라디오콘서트) 방송진행자

글 : 정재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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