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와인
가져가도 되나요?

콜키지의 법칙과 예의

On August 24, 2018


 

친구들과 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식사 모임을 가질 때면 거의 항상 집에 있는 와인을 가지고 간다. 모이는 숫자가 많아지면 다른 친구가 한 병을 더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 이상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2병이 맥시멈이다.
 
콜키지 피(corkage fee)를 내면서까지 유난 맞게 와인 병을 들고 가는 이유는 당연하다. 잘 숙성한 맛있는 와인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로 얼마 전 멜로즈 길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 자(Jar)에 갔는데 그때 마신 와인이 2007년산 파 니엔테(Far Niente) 카버네 소비뇽이었다. 적당히 숙성되어 부드러워진 와인과 적당히 숙성시켜 미디엄으로 익힌 부드러운 육질의 스테이크가 어찌나 기막힌 조화를 이루던지, 다들 신음소리를 내며 먹고 마셨다.
 
만일 그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 똑같은 와인이 있었다면 가격이 4~500달러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와인이 있을 리 없고, 있다 해도 그렇게 비싼 걸 주문할 수는 없으니 오래전에 100여 달러에 사서 묵혀둔 와인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오래된 와인이 아니라도 지금 소매점에서 살 수 있는 와인이 식당 리스트에 오르면 가격이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올라간다. 그러니까 절약파들은 50달러짜리 와인을 식당에서 100~150달러를 내고 마시느니, 와인을 사가지고 가서 콜키지 30달러를 내고 마시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식당의 콜키지는 병당 20~30달러이고, 스파고(Spago), 컷(Cut), WP30, 멜리스(Melisse), 프로비던스(Providence) 같은 업스케일 레스토랑은 병당 50달러를 차지한다.


 

크래프트(Craft), 오스테리아 모짜(Osteria Mozza), 파티나(Patina), 리퍼블릭(Republique), 베스티아(Bestia)는 병당 30달러, 뤼크(Lucques), AOC, 부숑(Bouchon)은 25달러다.
 
어떤 곳은 손님이 가져온 와인을 마신 후 식당 와인을 더 주문해 마시면 콜키지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거의 모든 식당이 자기네 와인 리스트에 있는 것은 가져오지 못하게 하고, 2병 이상은 안 되거나 더 비싸게 차지하기 때문에 미리 전화나 온라인으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매그넘 사이즈나 아주 희귀하고 값비싼 와인의 경우 훨씬 더 많이 차지하는 곳도 있다.
 
와인 콜키지가 왜 이렇게 비싸고 복잡한 것일까?
 
식당 입장에서는 손님이 와인을 가져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고, 가져오려면 비싼 콜키지를 감당하라는 것이다. 또한 식당은 와인 글래스와 디캔터(필요한 경우), 와인 스튜어드가 코르크를 오픈하고 따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이 그 값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느 정도의 에티켓은 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지나는 길에 와인 샵에 들러서 20달러짜리 한병을 사서 종이백에 넣어가지고 가는 일은 삼가야한다는 것이다. 단지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다. 식당에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통해 갖추어놓은 와인 리스트를 완전히 무시하고,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대중적인 와인을 들고 가서 마신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며 별로 실속을 차리지도 못하는 계산법이다. 만일 20달러짜리 와인을 가져가서 30달러 콜키지를 낸다면 50달러를 쓴 셈인데 그럴 바에야 식당 와인리스트에서 50~60달러 한 병을 고르는 편이 훨씬 우아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예 와인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식당도 가끔 있다. 예약하기 힘든 곳으로 유명한 트루아 멕(Trois Mec)이나 요즘 인기 좋은 캣치 엘레이(Catch LA) 같은 곳은 자기네 와인 리스트만을 제공한다. 이런 식당에 가면 아예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곳 음식에 잘 맞는 와인들을 두루 갖춰 놓았을 테니 예산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콜키지를 받지 않는 식당도 적지 않다. 물론 캐주얼한 식당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글래스나 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와인 병수에 제한이 없고 눈치 볼 것도 없으니 마음 편히 식사하고 싶은 날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구글이나 옐프에서 no corkage restaurant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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