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갈비’ 리암 김 매니저

‘조선갈비’ 리암 김 매니저

On August 17, 2018

김 매니저는 식당 관리, 자리 관리가 매니저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갈비 안 좋아하는 한국 사람 있을까? 마블링이 황금비율로 들어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꽃등심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여기 ‘갈비에 질린’ 남자가 있다. ‘프라임 갈비’ 고기 질을 감별하느라 샘플링을 워낙 많이 해서 그렇단다.

일년 중 LA일대 한인마켓에 생풋배추가 똑 떨어지는 계절이 있다. 그럼 그에겐 비상이 걸린다. 온 LA를 뒤져서 꼭 ‘생풋배추’를 구해와야하기 때문이다.
 
식당 바깥만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식당 안에서도 홀과 주방을 하루종일 들락거린다. 수시로 하는 ‘안전 점검’ 때문이다.
 
“말린 우거지를 우거지 갈비탕에 넣으면 맛이 덜하다고, 꼭 생풋배추를 고집하는 사장님의 철칙이 있어요. 그러니 재료가 없으면 제가 뛰어야죠. 냉면과 소스에 들어가는 배도 가능한 한국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작은 걸 사오면 또 한 소리 들어요. 간혹 야채 상태가 안 좋은 날엔, 손님이 뜸할 시간에 제가 나가서 새로 사와야하고요.

매니저는 몸이 엄청 빠릿빠릿해야하는 직업이에요. 머리로 공부해야할 요식 관련 법도 많지만, 일단 기동력과 체력이 관건이고요. 제가 밤 12시에 퇴근하고도 아침 6시면 일어나서 몇 시간이라도 골프 치고 출근하는 게 그 이유에요. 겨우 잠만 자고 운동 안 하면, 체력부터 나가떨어지거든요. 저 이만하면 매니저로서 합격점인가요? (웃음)”

 

갈비에 질리고 종일 동동거리며 움직이는 남자, 그는 ‘조선갈비’ 리암 김(44) 매니저다.
 
조선갈비 내부

 

요식업계 시계는 다르게 간다

그와의 인터뷰는 오후 3시에나 가능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 당연히 한가한 시간이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보통 저녁 장사 준비하는 때란다. 재료 점검해서 바로바로 사야하는 것 있으면 직접 사러가고, 직원들과 같이 점심도 먹는 시간이란다. 요식업계 시계는 일반인의 시계와 다르게 간다. 식당 직원은 남들 먹을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오전엔 거의 매일 3-4시간 골프를 친다고 했다. 부지런한 취미다 싶었는데, 체력 관리상 필수란다.

 

“제가 밤 12시에 퇴근하는 ‘신데렐라’에요. 하하. 그래도 아침 6시에 일어나 18홀이라도 돌고 오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아파요. 주 6일 하루 평균 10-11시간 근무하려면 이 정도 관리는 해야죠.”

 

돌아다니는 ‘법 지킴이’

그에 따르면 매니저는 종일 걸으며 점검하는 직업이다. 안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직원이 대화하면서 무심코 손에 칼을 들고 있다면, 칼을 내리라고 김 매니저가 알려준다. 누구라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싫어할 수 있겠지만, ‘안전한 작업장’이 되기 위해 매니저는 ‘돌아다니며 잔소리’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손님이 있는 홀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술을 주문할 때, 동석한 자녀의 나이가 21세 아래일 경우엔 직원이 자녀에게 술잔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교육받기 때문이다. ID 첵업은 기본이다. ID 확인없이 주류를 판매했다가 익스펙션 직원 또는 경찰이 보게 되면, 직원과 업주 모두 벌금을 받게 된다.
 

매니저는 이렇듯 ‘법 지킴이’의 책임자다. 월 1회 전체 직원모임 때마다 새로 바뀐 법규를 교육시키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그는 요식업 관련 법을 부지런히 공부해야한다. 언론 보도 내용과 해당 기관이 보내온 공문을 숙지하기도 하지만, 직접 담당기관에 찾아가기도 한다. 이렇듯 매니저는 ‘몸과 머리’ 모두 빠릿빠릿해야 하는 직업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

그에 따르면 매니저는 또 법적으로 사장을 대신하는 위치다.
 
예를 들어 직원 A가 다른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매니저는 A를 해고하거나 조치하지만, 매니저가 폭력을 행하면 피해자가 식당을 고발한다.
 
이렇듯 매니저는 업주의 책임감과 무게를 가지므로, 항상 말조심해야하는 위치다. 말 실수 하나로 사람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지만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는 공간이므로, 식당의 직원들은 서로에게 ‘누구누구씨’라며 존대한다고 한다.
 

 

“애플, 구글,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만 이런 저런 갈등이 많은 건 아니에요. 한인타운의 식당 하나도 그들과 똑같이 인종차별, 직원 대우 등 민감한 사안에 직면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최근 논란이 된 인종차별 관련 이슈가 한인 식당에서도 불거질 수 있어요. 그러니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생각에서부터 행동까지 배야합니다. 업주와 매니저, 직원 모두 그렇지요.”

조선갈비 내부

 

‘너와 네 가족이 먹을 수 있는지’

그는 98년 미국에 와, 대학 재학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요식업계 파트타임을 하다 이 길로 들어섰다.
 
서빙, 버스보이, 발렛파킹, 청소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요식업계 일이 격무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인간관계와 사업 철학에 대해 배우는 게 많아 쭈욱 이 업계에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조선갈비’에서 매니저로 일한 지는 10여년. 조선갈비의 운영철칙이 뭔지 묻자, 그는 “음식윤리와 도덕성”이라고 답한다.
 

 

“지경미 사장님이 ‘너와 네 가족이 먹을 수 있는지 항상 생각하라’고 하시거든요. 예를 들어 주방에서 엄청 바쁘게 음식을 만들다가 재료를 떨어뜨렸다고 쳐요. 급하다고 그 재료를 주워서 탁탁 털어서 끓인다면 어떨까요. ‘너 자신 또는 너의 가족에겐 그렇게 안 할테니, 그 생각만 해라’라는 것이 사장님 철칙이에요. 저는 이렇게 매일 배우고 있어요.”



가족의 완성
10여년간 조선갈비 매니저로 일하다보니 그는 얼굴도 꽤 알려졌다고 한다.
 

서비스업 어디에나 진상 손님은 있어 때로 고충을 겪기도 하지만, 좋은 손님들이 훨씬 더 많다고 그는 말한다.

“단골 손님들이 이제 제가 가족같은가봐요. 아들 같다면서 넥타이를 선물로 주시는 어머님도 계시고, 리커 사장님은 새로 들어온 술을 가져다주시기도 해요. 전체 직원들 먹으라고 빵과 커피를 가져오시는 손님들도 계셔서 정말 감사하지요. 이 ‘정’이 주는 살 맛이 쏠쏠해요. 하하. 한두달 전엔 ‘영국남자 조쉬’가 저희 식당을 깜짝 방문했는데, 유투브 영상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영국사람인 조쉬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 유투브에서 본인을 ‘코리언 잉글리쉬’ (Korean English)라고 표현하며 한국의 음식과 대학축제 등을 소개, 높은 조회수로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저는 지 사장님이 매일 식당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게 좋아요. 그래야 사장님이 저를 견제하고, 제가 그 분을 견제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나오시라고 제가 말씀도 드려요. 우리 사장님은 가끔 나와서 소리만 치시는 분이 아니에요. 사장님이 계셔야 가족이 완성되는 거죠.”
 
이 한마디에 ‘조선갈비 식구’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조선갈비’ 전화 : (323)734-3330

주소 : 3330 W. Olympic Blvd. L.A.

글 : 김수현 객원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