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카이’

9월6~29일 게티 빌라 야외극장
뉴욕 SITI 극단 공연
 
On August 10, 2018



 

그리스 비극의 기원은 디오니소스 신을 찬양하는 고대 그리스의 종교적인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열광적인 노래와 춤이 포함된 축제기간에 연극경연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우승한 비극시인에게는 양 한 마리가 주어졌다.
 
‘바카이’(Bacchae)는 바로 이 그리스 비극의 기원인 주신 디오니소스의 숭배와 광기를 다룬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484∼406)의 작품이다. 자기 나라에서 디오니소스에 대한 경배를 금지하고 막으려던 테베의 왕 펜테우스가 도리어 디오니소스의 추종자가 된 자기 어머니와 아내에 의해 사지가 찢겨져 죽임을 당하는 신화 이야기를 기교 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매우 특이한 고극이다.
 
강렬하고 열광적인 장면들과 힘찬 합창,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 찬 이 특별한 작품이 오는 9월 한달 동안 게티 빌라의 야외극장 바바라 로렌스 플레슈만 디어터(Barbara and Lawrence Fleischman Theater)에서 공연된다.
 
매년 가을 이 원형극장에서 그리스 고전작품을 공연하는 게티 빌라는 올해 13번째 프로덕션으로 뉴욕의 유명한 시티(SITI) 극단을 초청해 ‘바카이’를 무대에 올린다. 시티 극단은 2011년과 2014년에도 초청돼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 여인들’과 아이스킬로스의‘페르시아인들’을 공연해 호평 받았고, ‘안티고네’ 웍샵과 수차례의 희곡 리딩도 이끈 바 있다. ‘바카이’의 연출은 앤 보가트(Anne Bogart) 예술감독, 극본은 시인 아론 푸치지안(Aaron Poochigian)이 새롭게 번역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비극적인 작가’라고 불렀던 에우리피데스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진보적 성향 때문에 생전에는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의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18편뿐이다. ‘알케스티스’, ‘메데이아’, ‘히폴리토스’, ‘헬렌’,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안드로마케’, ‘헤카베’, ‘엘렉트라’, ‘헤라클레스’, ‘이온’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디오니소스 주신에 대한 격정적인 원시적 숭배를 본 후 이를 변론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신의 길은 인간의 도덕적 규범 너머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바카이’ 극을 만들었으며 그의 사후 1년 후에야 공연됐다. 에우리피데스는 신화에서도 신적인 요소보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극적 수법으로 표현해 그리스 비극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으며, 인물 묘사의 사실성과사실적인 재현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의 갈등의 결과로 생기는 고통과 불행을 다루고 있으며, 청중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기원전 534년 최초의 비극이 상연된 후 약 200년 동안 3대 비극시인을 통해 전성기를 누렸고,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게티 빌라가 2006년부터 매년 9월 마련해 온 이 무대에서는 그동안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과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토스’와 ‘트로이의 여인들’ ‘헬렌’ 등이 공연됐다.
 

초가을 밤 말리부 산 속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게티 빌라에서 시원한 바람과 공기, 밤하늘의 별과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수준 높은 비극의 정수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카이’는 9월6일부터 29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8시에 공연된다.
 

 

티켓 36~485달러
www.getty.edu
(310)440-7300

Getty Villa 17985 Pacifi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CA 90272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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