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밸리 와인에
방사능이 있다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 전문가들 “유해한 수준 전혀 아냐”

On August 10, 2018


 

최근 한 가지 달갑지 않은 뉴스가 와인 업계를 잠깐 긴장시켰다. 나파 밸리 와인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놀라기 전에 결론부터 말하면 인체에 전혀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포브스와 뉴욕타임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동북부 지방을 덮친 최악의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오염도가 심해서 많은 나라들이 일본산 해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했고, 방사능 쓰레기가 인근 해역으로 흘러들어 세계 해양이 오염된다고 야단들이 났었다. 그런데 그때 대기 중에는 방사선 구름이 형성됐고, 태평양을 넘어 미국 서해안에 도착해 당시 자라고 있던 포도 열매를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연구는 코넬 대학의 프랑스인 핵물리학자들이 실시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최근 빈티지까지의 캘리포니아 로제와 카버네 소비뇽 18병을 테스트했는데, 2011년 생산된 와인들에서 방사선 분자 수준이 증가했고, 특히 카버네 소비뇽은 그 양이 두 배였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최근 수년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와인의방사능 수준과 빈티지의 연관성을 조사해왔다. 말하자면 미국과 소련에서 많은 핵실험이 있었던 냉전시기와 체르노빌 핵사고가 일어났던 시기에 생산된 와인에서는 세슘 137이라는 방사능 동위원소가 다량 발견된다.
 

이 인위적 동위원소는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핵사고 이후에만 그 수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가짜 와인을 판별하기도 한다.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세슘 137이 검출되는 와인이 있을 수 없고, 빈티지에 따라 이 동위원소가 남긴 영향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슘 137의 섭취는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본 이외의 국가의 음식과 음료에서는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방사능 오염도 역시 건강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방사능 수준이 너무 낮아서 기존의 세슘 137 검출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병을 가열하여 파괴하는 방법으로 검출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세슘 검출법은 병을 열지 않고도 측정할수 있기 때문에 와인 사기의 적발에 이용되곤 한다. 그러나 가열 파괴법은 각 와인을 1시간 동안 섭씨 100도로 가열하고, 다시 섭씨 500도에서 8시간 동안 가열해 재로 만든 다음 감마선 검출기를 사용해 세슘 137의 수치를 측정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사선 물질은 자연에도 존재하고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소동이 있기 훨씬 전인 2014년 리처드 뮬러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사능에 대한 대중의 오해에 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방사능을 띠고 있다. 우주선(宇宙線)이 지구로 계속 날아오기 때문에 매우 당연한 이치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방사능을 띠고 있고, 와인도 방사능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와인과 같은 주류가 천연 알코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사능 검사를 한다. 와인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가게에서 팔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와인이 방사능을 띠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방사능은 무조건 나쁘고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선견지명과 같은 멘트다. 와인의 방사능 유무나 오해를 떠나 언제나 언론의 호들갑이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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