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윌리엄스의 위대함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지난 15일 전반기 종료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시즌 18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의 활약을 펼치며 연속경기출루를 51로 늘렸다. ‘홈런 아이콘’ 뉴욕 양키스 베이브 루스가 태어난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드에서 타이 기록을 세웠다는 게 아이러니다.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에는 루스의 생가와 함께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추신수는 5월1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을 시작으로 올시즌 최다 연속경기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기록 행진으로 타율도 0.239에서 0.290대로 껑충 뛰었다. 전반기 홈런 18개는 역대 최다다. 그동안 전반기 최다 홈런은 13개였다. 전반기를 기분좋게 마감한 추신수는 생애 처음 올스타게임에 참가했고 보너스로 10만 달러를 챙겼다. 2013년 계약 당시 올스타게임, 선정,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 리그 챔피언십 MVP를 수상하면 10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 처음 출전한 올스타게임에서도 대타 지명타자로 등장해 안타와 함께 득점을 올려 전반기 상승세를 워싱턴 DC에서도 펼쳤다.

메이저리그 연속경기출루 최다 기록은 ‘위대한 타자’로 통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작고)의 84경기다. 1949년 7월1일부터 9월27일까지 시즌의 절반 이상을 안타와 볼넷 등으로 출루했다. 당시 한 시즌은 15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윌리엄스의 연속경기출루는 MLB의 깨지기 힘든 기록 가운데 하나다. 보스턴 팬들은 윌리엄스의 기록이 1941년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의 56연속경기안타 기록보다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편다. 디마지오는 7월17일 56연속경기안타 행진을 멈춘 뒤 다음 날 다시 17경기연속안타 행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연속경기 최고 기록 가운데 디마지오의 연속경기안타를 1위, 윌리엄스의 연속경기출루를 2위로 꼽고 있다. 윌리엄스와 디마지오는 MLB 최고 타자로서뿐 아니라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싱징적인 타자이기도 해 양측 팬들의 주장이 늘 갈린다.

연속경기출루 행진의 기본은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이다. 윌리엄스는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윌리엄스는 타격왕을 6차례 차지했고, 타율-홈런-타점의 타격 3관왕도 두 번씩이나 일궈냈다. 흥미로운 점은 1942년, 1947년 두 차례 타격 3관왕을 차지하고도 아메리칸리그 MVP는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가 받았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도 장교로 참가한 윌리엄스는 기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웠다.

첫 번째 MVP는 제2차세계대전에 3년 참가한 뒤인 1946년에 수상했다. 3년의 군복무 공백에도 불구하고 타율 0.342 홈런 38 타점 156(1위), 득점 142개(1위)를 작성했다. 두 번째 MVP는 1949년 84연속경기출루 대기록을 세운 해였다. 타율 0.343 홈런 43 타점 159 득점 150개를 기록했다. 타율을 제외하고 홈런, 타점, 득점 등이 리그 1위였다.

요즘 국내 언론은 추신수에게 ‘출루머신’이라고 부른다. 출루에 관한 한 빼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역대 MLB 출루 1위는 윌리엄스다. 통산 0.482다. 5할에 가까운 출루율이다. 출루율 선두를 MLB 19년 동안 7년 연속을 포함해 12차례나 차지했다. 역대 출루율 2위는 MLB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6개 홈런과 700호 홈런을 작성한 베이브 루스로 0.474다. 홈런 타자는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피해 출루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현역 선수로 출루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신시내티 레즈 1루수 조이 보토로 0.428이다. 이 부문 역대 12위다. 추신수는 0.380으로 166위에 해당된다.

윌리엄스가 1949년에 84연속경기출루 기록을 세웠을 때 당시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출루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세이버메트릭스 기록이 등장하고 2000년 이후 오클랜드 에이스 빌리 빈 단장의 주력한 ‘머니볼’의 힘이다. 추신수가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72억9,000만 원)의 ‘대박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요인도 출루의 중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전반기 51연속경기출루를 하는 동안 7경기에서 안타를 뽑지 못하고 볼넷으로 기록을 연장했다. 또 좌완이 등판할 때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부상과 휴식을 내세워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전반기 막판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는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크리스 세일이 선발로 나서자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출루율 기록 행진을 하는 터라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면 대타 기용도 하지 않는다. 윌리엄스는 84경기에서 13경기 안타를 때리지 못하고 23차례 볼넷 덕으로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단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다. MVP를 수상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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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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