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한을 푼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는 올스타게임과 관련해 진기록을 갖고 있었다. MLB 사상 총 연봉 1억 달러 이상 프리에이전트 계약자로 올스타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유일한 선수였다.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할 정도면 기량과 기록적으로 탁월함을 의미한다. 부정적 의미의 꼬리표를 뗐다. 지난 17일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멤버로 ‘한 여름 밤의 클래식(Midsummer Classic)’이 벌어진 내셔널스 파크 무대를 밟았다. 생애 처음이다.
 
추신수는 한국이 배출한 야수로 처음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뒤 14년 을 기다렸던 쾌거다. 고진감래다. 지난 8일 올스타에 출전한 선수들이 발표된 날 추신수는 인터뷰에서 “내 생애에 가장 값진 순간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선수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2001년)와 잠수함 투수 김병현(2002년) 2명의 투수 만이 올스타 무대에 섰다.
 
올스타게임은 팬투표에 절대 영향을 주는 개인 기록이 우선이지만 팀 성적도상당히 고려된다. 지난해 LA 다저스는 5월30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처음 올라선 뒤 6월21일부터 선두를 굳혔다. 다저스는 야수 3명, 투수 3명 등 무려 6명이 올스타게임에 선발됐다. 그러나 팬투표에 의한 선발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 기록 선두도 없다. 올해는 외야수 맷 켐프, 마무리 켄리 잰슨 2명이 올스타에 발탁됐다.
 
올스타게임은 전반기 기록이 절대적이다. 추신수는 통상적으로 후반기에 강했다. 통산 전반기 타율 0.265, 후반기 0.294다. 게임수가 많은 전반기에 팬들에게 큰 어필을 주지 못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10시즌 올스타에 선발될 기회를 잡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오클랜드 에이스와의 경기에서 수비 도중 오른 손 골절로 좌절됐다.
 
당시 추신수는 7월2일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타율 0.286 출루율 0.390, OPS(출루율+장타율) 0.865 홈런 13, 타점 43, 득점 47, 도루 13개 등으로 올스타게임에 선발되어도 손색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이 해 클리블랜드 팀 성적은 형편없었다. 결국 우완 파우스트 카모나(출생 신고를 조작한 게 발각돼 원 이름 로베르토 에르난데스를 사용한다)가 클리블랜드를 대표해 에인절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올스타게임에 출전했다. MLB는 각 팀에서 최소한 1명은 올스타게임에 출전하도록 돼 있다.
 
추신수처럼 올스타게임과 인연을 맺지 못한 MVP 출신이 있다. 1988년 30년 전 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커크 깁슨이다. 깁슨은 198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988년 LA 다저스를 우승에 올려 놓은 클러치 히터다. 1988년에는 내셔널리그 MVP도 수상했다. 1984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MVP를 받았다. 그러나 MLB 17년 동안 단 한번도 올스타게임에 발탁되지 못했다. 심지어 MVP를 받은 1988년에도 선정되지 않았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기 81경기에서 타율 0.299 홈런 15, 타점 46, 도루 15개로 올스타에 선발될 만한 성적표를 쥐었다. 후반기는 오히려 타율 0.279 홈런 10, 타점 30, 도루 16개로 전반기보다 떨어졌다. 당시 팬투표에 의한 외야수 부문에는 뉴욕 메츠 대릴 스트로베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빈스 콜먼, 시카고 컵스 안드레 도슨이 뽑혔다. 감독이 선정하는 후보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윌리 맥기, 시카고 컵스 라파엘 팔메이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앤디 밴 슬라이크가 올스타로 추천됐다. 줄곧 아메리칸리그에서 활동하다가 내셔널리그로 이적한 게 마이너스로 작용된 부분도 있다.
 
이번 올스타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닉 마케이키스다. 1983년생인 마케이키스는 2006년 4월에 데뷔한 메이저리그 경력 13년 차로 올스타게임 선발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MLB 경력 10년 넘어 팬 투표로 뽑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추신수 역시 2005년 4월21일 오클랜드 에이스전에 데뷔한 뒤 14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게 된다. 올스타 사상 데뷔 후 최다 경기 출장(1928)만에 뽑힌 선수가 됐다. 34세 마케이키스, 36세 추신수에게 올스타 무대는 머나먼 길이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올 전반기 성적이 부문별로 톱클래스급에 해당되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해 2018년 한 여름밤의 클래식에 출전하게 됐다. 추신수는 2018년 MLB 연봉 36위에 랭크돼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급 플레이어로는 ‘훈장’이 없는 게 독특하다. 올스타게임 외에도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 등의 수상이 없다. 부문별 기록에서 1위에 오른 적도 없다. 2013년 최다 몸에 맞는 볼(26개)로 이 부문 1위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제 당당히 올스타에 선정돼 한을 풀었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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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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