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데

1잔? 2.5잔? 적정량이 헷갈려~

On July 20, 2018


 
와인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알코올에는 약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갖고 있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와인 음주의 적정량에 관한 것이다.

수없이 나오는 건강 기사들은 언제나 똑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획일적으로 여자는 하루 한 잔, 남자는 하루 두 잔(5 oz 기준)이 건강에 좋은 음주의 한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각 개인의 체중과 알코올 신진대사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양이다. 같은 여자 중에서도 몸무게가 100파운드인 날씬이가 있고 150파운드 나가는 듬직한 체격이 있다. 남자들은 200파운드가 훌쩍 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체중이 다르면 음식을 먹는 양도 다르다는 건 상식이다.

또한 술을 한잔만 마셔도 금방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주 몇 병을 마셔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ADH)가 부족하거나 결핍돼있기 때문으로, 유난히 아시안에게 많은 체질이다.

이런 사람들은 한두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실 때 무척이나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 흔히 ‘밀밭에만 가도 취한다’는 경우로 심하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알코올은 80%가 간에서, 20%가 위에서 분해되는데 ADH가 같다고 해도 몸무게에 따라 분해 양과 속도가 달라진다. 100파운드 나가는 여성의 경우 한 잔을 마시면 2.5시간이 지나야 분해되지만 175파운드의 남성은 같은 양을 분해하는데 약 1.4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무조건 여자는 1잔, 남자는 2잔이라는 공식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거의 모든 의학연구는 ADH 효소가 풍부한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일까.

올해 초 와인 마시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음주 적정량에 관한 나의 의문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이 연구는 ‘와인이 뇌를 청소해준다’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가 중추신경계의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주장은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학자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2월 발표된 뉴욕 로체스터 대학 신경의학센터의 연구는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양(적은 양, 중간 양, 많은 양)의 알코올을 투여한 후 뇌의 중추신경계 기능의 손상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측정 도구로 글림프(glymphatic)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것은 뇌가 노폐물을 청소하는 제거활동 시스템을 말한다.

그 결과 적은 양(사람의 하루 와인 2.63잔)을 투여받은 쥐들은 글림프 기능이 향상되었다. 반면 중간 양(하루 와인 7.9잔)을 섭취한 쥐들은 글림프 기능이 저하되었고, 많은 양(하루 21잔)을 받은 쥐들은 글림프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세포까지 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자들은 이런 부작용이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전에 발표된 연구 중에 폭음으로 필름이 끊긴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치매 위험이 높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 연구의 결론은 적당한 양의 와인은 뇌의 독소와 노폐물을 청소해주는 놀라운 효과가 있지만 조금만 도를 지나칠 경우 정반대의 역효과를 불러와 나이 들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쥐와 인간은 생리학적 반응이 다를 수 있지만 참고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정량’이다. 이 연구에서는 하루에 대략 2.5잔을 적당하다고 했으니 어디에 기준을 둔 것인지 참으로 모호하다. 누가 이 문제에 대해 속 시원히 설명해주면 정말 좋겠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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