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포도로 와인 만들 수 있을까?

과일과 양조용, 품종 달라 ‘불가능’

On July 13, 2018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대로 카버네 소비뇽, 멀로, 샤도네, 톰슨 시들리스

 
얼마 전 LA 한인타운의 한 가정집을 방문했다가 수령 30년의 큰 포도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인이 이 집을 살 때 심은 거라는데, 그동안 잘 건사했는지 뒤뜰 안쪽에서부터 지지대를 타고 계속 덩굴이 뻗어 나와 앞마당에까지 늘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송이들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씨 없는 검은 포도가 되어 한 해 300~500파운드씩이나 수확한다고 했다. 그중 일부로는 포도주를 담가 이웃친지와 나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주인은 유리병에 담겨있는 지난해 포도주를 보여주었다.

그렇다 포도주! 와인이 아닌 포도주 말이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뒷마당에 열린 청포도로 포도주를 담그곤 했다. 포도알을 따서 잔뜩 항아리에 담고 설탕을 두껍게 뿌린 후 그 위에 소주를 들이부어 삭힌 그 엄청나게 단술을 포도주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와인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술이었지만 어쨌든 포도로 담갔으니 포도주였던 셈이다.

집 마당이나 과수원에서 자라는 포도로도 와인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설탕이나 소주를 넣지 않고 제대로 발효시킨 ‘진짜 와인’ 말이다.

그 답은 ‘아니요’다. 과일로 먹는 포도(table grapes)와 와인을 만드는 양조용 포도(wine grapes)는 품종 자체가 다르고 재배농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과일용 포도는 알이 크고, 바삭거리며, 껍질이 얇고, 씨는 작거나 아예 없다. 또한 식탁에 오를 때까지 수차례 운송과 취급에 견딜 수 있어야하므로 알이 단단하고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양조용 포도는 훨씬 달고 부드러우며 즙이 많다. 또 포도 알이 작고, 껍질은 두꺼우며, 씨도 큰 편이다. 껍질과 씨가 많아야 와인에 필요한 각종 성분과 태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양조용 포도는 당도가 높아야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얻을 수 있으므로 완전히 무르익어 당도가 24%일 때 수확하지만 과일 포도는 보통 15% 당도에서 수확한다.

미국에서 양조용과 과일용으로 함께 쓰이는 포도는 머스캣(Muscat)과 씨없는 톰슨(Thompson Seedless) 이외에 거의 없다. 그리고 씨없는 톰슨 포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며, 이 품종이 어디서나 환영받는 이유는 여러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씨없는 톰슨은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많이 재배되는(전체의 35%) 중요한 품종이다. 마켓 과일 코너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포도이고, 건포도의 재료이며, 그런가하면 와인으로도 양조되고, 브랜디만드는 포도주스 원액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천후 포도라 할 수 있다.

그 해의 수확 상황에 따라서 과일용으로 많이 내보낼지, 건포도로 많이 돌릴지, 와인용으로 사용할지, 그 비율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톰슨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면 양조용 포도 중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무엇일까? 1위는 카버네 소비뇽, 2위 멀로이며 그 다음으로 스페인 품종들인 아이렌과 템프라니요, 그리고 샤도네, 시라, 그르나슈, 소비뇽 블랑, 트레비아노, 피노 누아의 순이다.

그러나 전세계 모든 와인 산지를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100% 정확한 데이타는 아니며, 시대에 따라 와인의 인기가 달라져서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이후 카버네와 멀로의 생산량이 2배로 증가했으며, 샤도네와 템프라니요는 3배 늘었고, 시라는 35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반면 그르나슈는 2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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