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018년 러시아까지 9회 연속 포함해 10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누가 뭐래도 아시아 최강국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마치고 나면 늘 허전한 마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 과연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최강국다운 기량을 뽐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유럽과 남미 축구 강국과 아시아의 기량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2패의 성과를 거둔 한국 축구는 긍정적인 점과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3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디펜딩 챔피언이며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누르며 멕시코인들과 한국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한국의 독일 격파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58년 브라질 이후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독일은 치욕의 16강 탈락을 맛봤다. 독일의 월드컵 역사에서 16강이 좌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우승 4회, 준우승 4회에 빛나는 독일의 탈락은 2018년 스포츠 뉴스 베스트 10으로 부족함이 없다. 2승을 거두고도 자칫 탈락 위기에 몰렸던 멕시코는 구세주 한국의 등장으로 7회 연속 16강 진출의 역사를 만들었다.

독일 격파는 한국 축구에 큰 자신감을 안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웨덴, 멕시코전에서는 한국 축구의 총체적 문제점을 노출했다. 신 감독은 독일전에 앞서 국내 K리그의 인기없이는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며 축구 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했다. 신 감독의 지적은 매우 타탕하다. 축구 강국은 자국 리그가 강하다. 그 위에서 월드컵에 대비한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국가대항전에 초점을 맞춘다. 축구는 인프라도 타 종목에 비해서 월등히 좋은 편이다. 각 도시마다 축구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정작 팬들은 K리그를 외면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K리그를 활성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4년마다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월드컵의 16강 진출은 하룻만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러시아로 향하기 전 한국의 16강 행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 독일, 16강이 자동인 멕시코, 월드컵 4회 우승의 이탈리아를 꺾고 본선행에 몸을 실은 스웨덴 등의 전력은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전력마저 상대적으로 약한데 신태용 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모두 실패했다. 스웨덴전은 감독의 전술 실패라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손흥민이 슈팅 한 개도 날리지 못한 것은 선수의 잘못이 아닌 감독의 전술 부재 탓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독일전 승리를 엮어내 앞의 2경기에서 쏟아진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장신 김신욱(196cm)을 세우는 4-3-3으로 맞섰다. 패착이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 나오게 마련이다. 능력자는 어느 곳에서든 이를 발휘한다. 이를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한다.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서 러시아 월드컵 베스트 10급에 꼽히는 멋진 슛을 성공했다. 독일전에서도 골키퍼 마뉴엘 노이어의 공격 가세로 골문이 빈 틈을 타 추가골을 성공했다. 손흥민은 월드스타답게 기대한만큼의 활약을 펼쳤다. 스웨덴전이 아쉬운 게 이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6월15일 독일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약체로 꼽히는 중국과 카타르에 패하자 그를 해고하고 신태용 감독(49)을 선임했다. K리그 성남 일화를 6차례 우승시켜 국내 리그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슈틸리케 후임으로 등장한 신 감독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잔여 2경기를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국 팀을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팬들은 환호하지 않았다.

역대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고도 박수를 받지 못한 유일한 감독이다. 팬들은 경기 내용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가장 인기없는 감독이 됐다. 어느 나라든 축구 대표 팀 감독은 부담이 크다. 영광의 자리가 아닌 죽음의 성배를 마시는 자리로 평가된다. 그동안 10차례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2002년 한일 월드컵 거스 히딩크, 2006년 독일 월드컵 딕 아드보가트를 제외하고 8명이 한국 감독이었다. 원로 김용식(작고)을 비롯해 1986년 멕시코 김정남, 1990년 이탈리아 이회택, 1994년 미국 김호, 1998년 프랑스 차범근, 2010년 남아공화국 허정무, 2014년 브라질 홍명보 등이었다. 신 감독은 역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졌으나 월드컵 이변을 연출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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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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