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을 놓친 슈퍼스타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각 조별 팀들은 16강을 향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에서 16강은 매우 중요한 척도다. 본선 진출 팀이 순수 실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게 16강이다. 16강 이후에는 승운이 따르게 되고 대진운도 작용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늘 16강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월드컵에 9회 연속 출전한 축구 강국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주목은 받지 못한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종종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게 된다. 4.5장의 본선행 티켓을 배정받고 있는 아시아에게 16강은 높은 벽이다. 실제 포르투갈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조제 뮤리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호주를 제외하고 아시아국은 모두 탈락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으로서는 자존심상한 분석임이 틀림없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4년마다 벌어진다. 출전 자체가 쉽지 않은 이벤트다. 한 때는 피겨의 요정이었던 미셸 콴은 1996-2003년 9년 동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무려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2회 우승한 바 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는 은메달 , 동메달에 그쳤다. 4년의 기다림에는 무수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다소 양상이 다르다. 팀 스포츠다. 개인의 탁월함과 팀의 조직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동안 월드컵은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타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불운의 스타들도 꽤 많다. 출전조차 봉쇄당한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
 

골프 메이저 우승을 거둔 로리 맥길로이와 대런 클락은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둘은 세계적인 골퍼이면서도 축구 사랑은 남다르다. 조지 베스트(2005년 사망)는 둘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신구교로 분리돼 오랫동안 내전을 겪었다. 1960-1970년대 신구교를 떠나 북아일랜드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축구 선수가 베스트였다.

베스트는 1968년 22세 때 유럽 축구 최고의 선수에게 시상하는 발롱도르 상을 수상했다. 영국의 권위있는 월드 사커지가 뽑은 역대 최고 스타 100명 가운데 8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축구사에서 최초의 슈퍼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장발로 ‘제5의 비틀스’로도 통했다.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0년(1963-1974) 활동하며 196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팀에 안겼다. 그러나 베스트는 월드컵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1958년 처음 월드컵에 진출한 북아일랜드는 베스트의 전성기와 맞물리는 1962년-1978년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유럽의 축구팬들은 베스트의 월드컵 ‘노 쇼’가 지금도 못내 아쉬울 뿐이다.
 
오렌지 군단으로 통하는 네덜란드는 축구 강국이면서 월드컵 우승에는 실패했다. 3차례 준우승만 했다. 2018년에는 예선 탈락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연출한 거스 히딩크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승1무1패를 거뒀던 딕 아드보가트는 네덜란드 출신들이다. 훌륭한 지도자 배출은 네덜란드의 선진 축구와 저변에서 비롯된다. 우수한 지도자 배출이 가능했던 게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절정을 이룬 네덜란드 토털사커가 한몫한다. 토털사커의 중심에 미드필더 요한 크루이프가 있었다.
 
1970년대 이전의 축구는 개인기 위주의 남미 축구, 조직력의 유럽축구로 뚜렷하게 양분화돼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공격과 수비가 따로 없는 ‘토털사커’로 세계 축구를 흔들어 놓았다. 토털사커는 1974년 서독,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연속 준우승으로 새로운 축구 전술로 뿌리내렸다. 토털사커는 두 대회 연속 홈팀에 고배를 마셨다. 토털사커의 창시자는 리누스 미셀 감독이다.
 
3차례나 발롱도르 상을 크루이프는 1974년 서독 대회에서 센세이셔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스웨덴과의 조별 경기에서 처음 선보인 ‘크루이프 턴’에 축구 팬들은 경악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크루이프 턴’을 구사한다. 드리볼을 하면서 수비수들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킨 뒤 순식간에 정반대로 돌아나가는 동작이다. 은퇴 후 네덜란드의 아약스, 스페인 바르셀로나(1988-1996년)에서 감독을 역임했다. 2016년 68세로 타계했다. 축구인들은 크루이프를 축구의 혁명가이자 철학자로 부른다. 월드컵 우승이 없는 위대한 축구인이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는 연봉뿐 아니라 기량 면에서 역대 최고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발롱도르 상도 각각 5회씩 수상했다. 이번 러시아 대회까지 나란히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다. 이들이 유럽리그에서 거둔 성적과 골세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딱 하나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지 못했다. 둘에게 마지막 무대인 러시아에서 월드컵의 한을 풀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AM1650 라디오서울[토요일 오후 4시-6시]
문상열 김종문의 스포츠 연예 파노라마[월-금 오후 6시30분]
이브닝뉴스에서 스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문상열 해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