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모양을 보면 와인이 보인다

버건디·보르도·알자스/모젤…

On June 22, 2018


 

로제 와인이 한창인 요즘 와인샵에 가보면 다양한 모양의 병에 담긴 핑크 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섬세하고 델리킷한 맛을 자랑하듯 여성적 커브를 가진 병들이 많고, 아름다운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투명한 병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로제 와인의 병은 왜 다를까?
 
사실은 로제 와인 병만 다른 것이 아니다. 신경 써서 보지 않아서 그렇지, 와인 병들은 모두 조금씩 차이를 갖고 있다. 모양이 같아 보여도 키가 다르거나 두께가 다르기도 하고, 병 입구나 바닥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와인 병의 종류는 수백개가 넘는다는 통계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으니, 와인 병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려도 좋을거 같다.


 
좌측부터 보르도 병, 버건디 병, 알자스/모젤 병, 아름다운 로제 와인 병


그렇긴 해도 우리가 흔히 마시는 와인의 병 모양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보르도 병(카버네 소비뇽, 멀로), 버건디 병(샤도네, 피노 누아), 알자스/모젤 병(리즐링, 게부르츠트라미너)이 그것이다. 프랑스 와인산지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거기서 처음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병들이 등장하고 정착한 것은 19세기 초로 알려진다. 그전까지는 와이너리마다 제각기 편한 모양의 병을 사용하거나, 지금처럼 상업화되기 전이니 배럴 째 보관하며 팔기도 했을 것이다.
 

처음 나온 것이 버건디 바틀이다. 어깨가 비스듬히 경사지고 배가 약간 뚱뚱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디자인이 선택된 이유는 단지 당시의 유리병 기술로 만들기 쉬웠기 때문이다.

버건디 지역의 화이트 품종은 샤도네이고, 레드 품종은 피노 누아이기 때문에 이 병은 그대로 샤도네와 피노 누아의 병으로 고착되었다. 그리고 이 두 품종이 세계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갈 때 병 모양도 함께 따라갔고, 결국 전통이 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피노 누아와 비슷한 다른 품종 와인들(가메이, 네비올로)도 이 병을 사용하고, 버건디 바로 아래 위치한 론 지역(시라, 그르나슈)에서도 이와 거의 똑같은 병을 사용하고 있다.

버건디 병의 등장 직후에 질세라 만들어진 것이 보르도 병이다. 어깨를 세운 모양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디캔팅할 때 침전물을 잡기 위해 턱을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지 버건디를 따라하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모양은 보르도 레드와인인 카버네 소비뇽과 멀로, 화이트와인 소비뇽 블랑의 병으로 고정됐으며, 이후 말벡, 카버네 프랑 등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과 진판델도 사용하고 있다.

알자스/모젤 병은 보르도 병이 나온 직후 창조됐다. 목이 길고 가늘며 날씬한 모양을 한 이 병은 리즐링을 위해 만들었지만 같은 지역 품종인 게부르츠트라미너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병은 보르도 병이나 버건디 병보다 약해서 깨지기 쉬운 단점이 있으나 이 지역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르도와 버건디 와인은 영국으로 실어가느라 병이 거친 파도의 항해를 견뎌야 했지만, 리즐링은 전통적으로 라인강을 따라 운송하는 내수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샴페인(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들이 있다. 샴페인 병은 내부의 탄산개스 압력을 견디기 위해 병이 두껍고 무거우며 바닥이 움푹 파여 있다. 가끔 고급 프리미엄 샴페인은 색다른 모양의 병에 담겨 나오기도 한다. 디저트 와인은 반병 375ml 짜리가 대부분이고, 종류가 다양한 만큼(모스카토, 소테른, 아이스와인, 셰리, 포트 등) 병 모양도 제각각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모양의 병들이 있다. 뒤틀어졌거나 한쪽 어깨만 세운 병, 사각형, 암포라 스타일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 똑같이 750ml 용량이고, 병 모양 때문에 와인의 맛과 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보관할 때는 반드시 눕혀야 한다는 것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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