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반란을

지구촌은 4년 마다 월드컵 축제로 뒤덮인다. 14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막이 올랐다. 이로써 러시아도 1980년 하계 모스크바, 2014년 동계 소치 올림픽 등 세계적인 이벤트는 모두 개최한 국가가 됐다.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으로 미국이 불참해 반쪽 올림픽이 됐다. 올림픽에 정치색을 물들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실정 가운데 하나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을 개최한 러시아는 사상 처음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유럽에 편입돼 있는 러시아는 축구 강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1930-1990)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게 4차례에 불과하다. 이번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그동안 개최국은 홈필드의 이점을 살려 16강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공화국은 개최국으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한국은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 독일,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 축구에 죽고사는 멕시코와 함께 F조에 속해 있다. 도박사들은 한국 팀의 16강 진출을 4팀 가운데 가장 낮게 보고 있다. 한국 팀의 16강 진출에 베팅을 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확률적으로 워낙 낮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출전한 대륙별 팀들을 보면 아시아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 아프리가 5개국, 북중미 3개국, 남미 5개국, 유럽 14개국이다. 한국은 1986년 이후 9회 연속 출전이다. 아시아 최강이다. 2014년 자국에서 독일에 참패를 당한 브라질은 1930년에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다. 21회 연속이다. 이탈리아는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는 독일과 함께 18회 월드컵 무대를 밟았으나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한국은 스웨덴(18일), 멕시코(23일), 독일(27일) 순으로 F조 예선을 치른다.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좋지 않은 일정이다. 3팀 가운데 스웨덴의 FIFA 랭킹이 가장 낮다. 약팀-강팀-최강팀으로 이어지는 일정인 셈이다. 스웨덴에 올인을 해야하는 이유다. 신태용 감독도 코치들의 분석을 종합하면서 “스웨덴과는 해 볼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웨덴은 1958년 개최국으로 준우승을 거둔 적이 있다. 결승전에서 5-2로 브라질에 완패했다. 1958년 월드컵은 훗날 ‘축구 황제’가 되는 펠레를 스타로 만들어준 무대다. 18세의 나이로 대표팀에 발탁된 펠레는 6골을 터뜨렸다. 스웨덴은 1994년 미국 올림픽 때 3위를 거둬 축구 강국으로서의 기량을 과시했다. ‘미니 월드컵’으로 통하는 유럽피언 챔피언십에서는 1992년 3위가 최고 성적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월드컵 4회 우승의 이탈리아를 제치고 티켓을 확보해 파란을 일으켰다.

멕시코는 1970, 1986년 두 차례나 월드컵을 유치했다. 월드컵을 두 차례 개최한 국가는 멕시코, 프랑스(1938, 1998년), 독일(1974년은 서독, 2006년), 이탈리아(1934, 1990년) 등 4개국이다. 멕시코를 제외한 3국은 모두 월드컵 우승국이다. 멕시코는 국민들의 축구 열기에 비해 월드컵 무대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두 차례 자국 대회 때 8강 진출이 전부다. 16강 진출은 기본이지만 녹다운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본 게 멕시코 축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햄에서 활동하는 하비어 에르난데스가 간판 공격수다. 한국이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F 조 마지막 상대 ‘전차 군단’ 독일은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강국. 1954년(스위스), 1970년(서독) 서독으로 2회, 통일 후 1990년(이탈리아), 2014년(브라질) 2회 등 총 4회를 우승했다. 한국팀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때 최대 관심사는 16강 여부다. 독일은 우승하느냐 못하느냐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현재도 세계 랭킹 1위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월드컵 2연패 국가는 이탈리아(1934, 1938), 브라질(1958, 1962)뿐이다.

한국 대표 팀은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과 같은 조에 편성된 적이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와 한 조를 이뤘다. 당시에도 마지막 조 경기였다. 댈러스 카튼볼에서 3-2로 패했다. 미국 대표팀을 맡았던 위르켄 클린스먼에게 두 골을 내줬다.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에 황선홍과 홍명보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당시 스페인과 2-2로 비겨 2무1패로 팬들에게 실망은 안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 팀이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두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02년 안방에서 벌어진 한일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맛봤다.

사실 축구는 문화가 되지 않으면 월드컵 무대에서 1승도 어렵다. 남미와 유럽 국가들은 축구가 생활이자 문화다. 스포츠 최강국 미국이 축구에서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야구, 풋볼, 농구는 미국인들에게 생활이다. 축구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한국 대표팀의 3경기는 모두 언더독이다. 러시아에서 반란을 기대해본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AM1650 라디오서울[토요일 오후 4시-6시]
문상열 김종문의 스포츠 연예 파노라마[월-금 오후 6시30분]
이브닝뉴스에서 스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글 : 문상열 해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