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저자) | 김명남(역자) | 바다출판사
원제 Consider the Lobster and Other Essays (2012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는 미국 소설가다. 그는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3편의 장편소설(마지막 소설은 미완성 유작), 3권의 소설집, 3권의 산문집을 남기고 2008년 4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졸업한 월리스는 졸업논문으로 썼던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 The Broom of the System>가 198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에게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안겨준 두 번째 소설 <무한한 재미Infinite Jest>는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각주만 300개가 넘는 형식 과잉의 작품으로, 20세기 말 미국 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이다. <타임>지는 현대 미국의 자화상을 세밀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한 이 소설을 ‘20세기 100대 걸작 영어 소설’ 중 하나로 선정했다.

2011년 출간된 세 번째 소설 <창백한 왕 The Pale King>은 월리스가 죽기 전까지 십여 년간 집필한 미완성 유작으로, 그는 죽기 마지막 날까지 원고를 정리하고 유서를 썼다.

십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던 월리스는 스무 살 무렵 첫 자살 충동을 겪은 후 거의 20년 동안이나 항우울제 나르딜을 처방받았다. 약이 듣지 않을 때는 전기충격요법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고 후유증으로 기억력 상실 등을 겪다가 회복되고는 했다. 그의 자살은 나르딜의 부작용으로 이 약을 단호히 끊으려고 했을 무렵 일어났다.
월리스의 재능은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픽션 작가 못지 않게 문학비평가로서의 기질로 주목받았고,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일에 열의를 쏟았다. 그리고 미국적 소비주의, 대중문화, 문학, 스포츠, 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위트와 성찰이 빛나는 에세이(르포, 서평, 비평 등의 형식)로 이목을 끌었다.

이 책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에세이 선집이다. 그가 집필한 세 권의 산문집에서 9편을 골라 엮었다. 이 책은 월리스의 문학을 한국 내에서 처음 소개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이 번역되기를손꼽아 기다린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라는 존재의 명성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작가의 작품을 ‘누가 번역 좀 해줬으면’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월리스는 다른 영미 작가들 책에 자주 인용되는 이름이었고, <모든 것은 빛난다> 같은 책에서는 한 챕터가 오롯이 그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데 바쳐졌다.

월리스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국내 출판 전문가와 문학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위해 몇 차례 기획과 번역을 시도했으나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월리스의 작품이 번역의 과정을 거치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방증하는 것일 텐데, 방대한 분량은 물론이거니와 신의 수준에 가까운 폭발적인 언어유희의 문장 스타일이 아무래도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한국 내에 번역된 월리스의 작품은 그가 케니언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를 바탕으로 꾸려진 <이것은 물이다>가 유일한데, 이 작은 책은 월리스의 정신을 잘 담고 있지만 그의 문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소략한 게 사실이다.

이 에세이 선집은 번역가 김명남의 빛나는 재능과 성실한 노력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명남은 책에 담기면 좋을 글을 고르고, 월리스의 문학 세계를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소화해냈다. 월리스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엮고 옮긴이의 말’은 월리스 문학 세계를 안내하는 최선의 가이드가 될 것이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연보’는 인간 월리스를 이해하기 위한 작지만 강한 연대기처럼 읽힐 것이다.


송명국, 알라딘 로데오 서점
(213)380-8885, Email: rodeobooks@gmail.com
글 : 송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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