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자 양성소 댈러스 카우보이스

1970년대 한국의 고교야구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라디오 방송사들은 전국 고교야구를 모두 중계했다. 이 때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해설자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어우홍(동래고), 작고한 김계현, 이호헌(이상 마산상고) 등이 해설을 맡고 있었다. 고교야구 인기에 편승한 초창기 프로야구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허구연(경남고), 김소식(부산고) 등이 뒤를 이었다. 

해설자 면면이 모두 부산, 마산 출신들이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부산 마산의 경남권 야구인들이 한국보다 앞선 선진야구를 접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과 마산에서는 일본 방송을 자연스럽게 시청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해마다 여름에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고시엔 고교야구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들을 꿰차고 있었다. 70. 80대 분들은 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도쿄 교진군’이라고 불렀다. 자이언츠가 거인(巨人)이고 일본 발음으로 교진이다.

최근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프로볼 타이트 엔드 제이슨 위튼(36)이 은퇴를 선언했다. 2018시즌에도 현역으로 뛰어도 될 정도로 기량은 크게 녹슬지 않았다. 은퇴 선언은 ESPN의 공석중인 ‘먼데이나잇 풋볼’해설을 맡기 위해서였다. ‘먼데이 나잇 풋볼’ 해설은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연봉도 수 백만 달러로 스타플레이어와 큰 차이가 없다. ‘먼데이 나잇 풋볼’은 미국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최장수다. 1970년 ABC 방송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풋볼의 전설들이 ‘먼데이 나잇 풋볼’을 거쳤다.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던 캐스터-해설자 콤비는 알 마이클스-존 매든이다. 73세의 마이클스는 현재 NBC ‘선데이 나잇 풋볼’ 캐스터로 여전히 마이크를 잡고 있다. 매든의 뒤를 이었던 해설자가 오클랜드 레이더스 감독으로 부임한 존 그루덴이다. 둘은 매우 걷는 길이 비슷했다. 매든은 10년 레이더스 감독을 역임하고 팀을 수퍼보울 정상(1976년)에 올려 놓았다. 42세 때 감독에서 물러난 뒤 해설자로 활동했다.

그루덴은 30대에 오클랜드 레이더스, 40대 탬파베이 버캐니어스 지휘봉을 잡았다. 탬파베이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끈 뒤 2008시즌을 마치고 ESPN 해설자로 변신했다.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9년 동안의 방송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 레이더스 감독으로 유턴했다. 그루덴은 특히 쿼터백 해설과 정확한 분석으로 인기가 높았다. 연봉이 650만 달러였다. ESPN은 그루덴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페이튼 매닝, 브렛 파브 등을 접촉한 바 있다. 구단주를 꿈꾸는 매닝은 본인이 거절했고, 파브는 오디션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FL의 방송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중 목요일의 서스데이 나잇 풋볼도 FOX는 NFL과 5년 33억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캐롤라이나 팬더스는 22억 달러에 매각됐다. 현재 NFL을 전국중계하는 곳은 CBS, NBC, FOX, ESPN 등이다. 이 가운데 메인 해설자 3명이 댈러스 카우보이스 출신이다. NFL 해설자 양성소같다.

CBS의 토니 로모, FOX 트로이 에이크먼(이상 쿼터백), ESPN 제이슨 위튼 등이다. FOX의 메인은 아니지만 풀백 대릴 존슨턴도 댈러스 카우보이스에서 11년(1989-1999) 활약했다. 로모는 아직 자격이 안돼 있으나 Hall of Fame 급의 대선수들이다. 지난해 데뷔한 로모도 해설자로 무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차례 수퍼보울 반지를 갖고 있는 에이크먼은 스포츠 에미 상을 받았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터다. 로모와 위튼은 한솥밥을 먹은 사이에서 방송 경쟁자로 나서게 됐다. 로모의 리시버 타킷이 위튼이었다. 위튼은 NFL 리시브 역대 4위(1,152)다.

한국의 방송사들은 광고 대목을 앞두고 있다. 6월14일-7월15일 1개월 동안 치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그러나 올 월드컵은 굵직굵직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 뉴스에 가려져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SBS는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박지성을 해설자로 영입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앞으로도 방송 영역에서 활동할지는 미지수다. 어쩔 수 없이 이미 해설자로 능력을 발휘한 안정환(MBC), 이영표(KBS)와 경쟁구도에 놓이게 됐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스타는 해설자 차범근이었다. 말은 어눌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한 경험과 정통한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큰 어필을 받았다.

사실 방송 해설은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하고 시청률이 인기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Hall of Fame 타입이나 수퍼스타를 해설자로 영입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확한 분석, 거부감없는 목소리, 시청자들을 향한 전달력, 캐스터와의 호흡 등이 고려돼야 한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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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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