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세데스 벤즈 오브 사우스 베이’ 데이빗 유 플릿 디렉터

신뢰와 정이 빚어가는 ‘느린 마술’, 세일즈

On May 25, 2018



 
백지 수표(blank check)를 두고 가는 20년지기 손님. 머세데스 벤즈 오브 사우스 베이(Mercedes-Benz of South Bay)의 데이빗 유 플릿 디렉터(fleet director) 에겐 이런 손님이 있다. 나이 85세인 이 이집트인 손님은 20년동안 3년마다 유 디렉터에게 와서 리스를 하는데,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빈 수표 를 두고 간다고.
뿐만 아니다. 이집트 쿠키를 가지고 매월 한번씩 들러, “그냥 인사하러 왔다”면서 기분 좋은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간다.

그가 이집트 왕족 가문 출신이라기에 기자가 “그럼 그분이 15만 달러를 훌쩍 넘는 메이바흐(Maybach)를타느냐” 고 농담하자, 유 디렉터는 “C 클래스만 타신다”며 웃는다.

“빈 수표를 두고 가는 건 돈이 넘쳐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듣질 않으세요. 그 분 덕분에 매달 딜러 동료들과 이집트 쿠키 나눠먹는 것도 이제 소소한 즐거움이 됐네요.” 세일즈란 뭘까. 분명 거래 관계로 만나 실리가 얽히지만, 이처럼 오랜 세월 손님과 같이 늙어가며 인생의 한 부분을 나누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인간 사이의 신뢰와 정이 빚어가는 ‘느린 마술’이라고나 할까.
그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닿는 ‘진정성’일 것이다.


데이빗 유 디렉터는 ‘28년 벤즈 맨’이다.

 

한달 132대, 미 전국서 개인 실적 탑 기록
 

데이빗 유 디렉터는 30세에 자동차 세일즈를 시작, 28년간 ‘머세데스-벤즈 맨’으로 살아오면서 13년째 ‘미 전국 개인 실적 탑(top)’을 기록한 인물이다.

그가 가장 많이 차를 팔아치운(?) 때는 2004년 12월. 그 한 달동안 132대를 팔면서 미 전국의 개인 세일즈맨들이 세운 실적을 통틀어 탑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고, 13년째 그 자리를 지켰다.
 

그의 통화량은 매일 50-100통에 달한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한시간 반 남짓 동안에도 자주 전화가 울렸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중시해,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7-8시간을 넘기지 않으려한다는 그다. 그 7-8시간동안 손님, 동료, 업무관계자들과 50-100여통의 통화를 한다니, 듣기만 해도 그가 하루종일 얼마나 바쁠 지 상상이 됐다.

“저도 제가 개인 1등에 오른 줄 몰랐다가 나중에 벤즈 본사에서 연락을 줘서 알았어요. 당시 보조 동료 두 명을 두고 함께 으싸으싸 일궈낸 실적인데, 132대를 숨가쁘게 팔고나니 너무 힘들어서 이제 더 이상은 못 판다 할 정도였어요. (웃음)”


2주간 수입이 ‘0’이던 초창기
 

이런 그에게도 혹독한 시절은 있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던 30세의 어느 날, “자동차 세일즈는 오직 실적으로 말한다”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이 업계로 전직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아내가 만류했지만 그는 ‘일한 만큼 번다면 오히려 월급쟁이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다운타운 LA 모터스’에서 2년간 경력을 쌓은 뒤 사우스 베이의 벤즈 딜러로 옮겼다.

그러나 역시 커미션의 세계는 냉혹했다. 세일즈 초창기, ‘맨 땅에 헤딩’하면서 2주간 불철주야 일했지만 단 한 대도 못 팔아 수입이 ‘0’인 때도 있었다.
 

좌절도 잠시. 그 때부터 그는 그만의 전략으로 승부, 실적을 늘려가면서 딜러 오너의 방침마저 변화시키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마지막 1% 마저 확실하게
 

그가 꼽는 실적 비결은 대략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박리다매, 즉 마진을 덜 남겨도 많이 팔자는 주의였다. 그가 92년 사우스 베이 딜러로 왔을 당시, 이 곳은 딜러 전체의 월 판매량이 불과 50대일 정도로 답보 상태였다.

그러나 가진 돈이 많아 아쉬울 것 없던 오너는 판매량을 늘리려고 애쓰기는 커녕, 오히려 ‘디스카운트 금지, 딜리버리 금지’ 등 이런 저런 제한을 걸어왔다.

오너와 유 디렉터의 세일즈 전략이 달라 갈등하기도 수차례. 그의 투지를 눈여겨 본 오너가 뒤늦게 “내가 인벤토리를 대줄테니 딜러의 규칙은 접어두고 당신 전략대로 팔아보라”며 지원사격을 해줬고, 이후 그의 부서와 딜러는 10여년간 부쩍 같이 커갔다.
 

둘째는 ‘100%가 아닌 정보는 손님에게 주지 않는다’는 그만의 철칙이다.

“저는 ‘거의 확실하다’(almost positive)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99% 확실해도 1% 오류가 날 확률은 있는 거니까요. 은행 정보든 차 정보든 더블 체크해서 100% 아는 것만 손님에게 알려드리는데,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실수가 줄어들더라고요.”

셋째로 그의 부서는 ‘크로스 체크’ 시스템을 운영한다. 자동차를 사고 팔 땐 손님의 이름과 주소, 소셜번호, 운전면허증 번호 등 워낙 많은 정보를 서류에 기입하다보니 사소한 실수가 일어나기 쉽다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는 직원들이 문서를 서로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손님들의 만족도, 서비스에 최상의 가치를 둔다. 손님이 세세하게 이해할 때까지 차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몇 시간이고 하거나, 상황에 따라 다시 약속을 잡아 재차 설명하기도 한다. 또 손님의 문의에 빠르게 응대하는 것 등을 그는 꼽는다.


손님과 인생의 한 부분 나누는 관계
 

그렇다면 세일즈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먼저 배우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팔려는 제품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혹시 실수가 발생해도 책임회피는 금물입니다. 빠르게 이를 인정하고 팀에 보고해야 후속 처리가 쉬워지고, 손님들에게선 정직과 성실을 인정받지요. 또 이 업계가 터프해도 나만큼은 버틴다는 끈기, 뚝심이 있어야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세일즈는 오랜 세월 손님들과 같이 늙어가며 인생의 진솔한 정을 나누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데이빗 유 디렉터 전화 : (310)257-2028

주소 : 3311 Pacific Coast Highway Torrance, CA

글 : 김수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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