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걸에 대해



바비인형, 양배추 인형 등의 대 유행 장난감을 배출한 세계 제일의 장난감 회사인 매텔사는 아메리칸 걸(American Girl)이라는 고급 인형으로 새로운 유행을 일으켰다. 처음은 어린 소녀들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을 출판하던 회사에서 인형과 스토리에 맞는 소품을 제작하고 판매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메리칸 걸은 교육과 놀이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작품으로 인형 캐릭터의 체계화와 고급화를 추구해 다양한 시대적 인형 캐릭터를 통한 미국의 역사와 그시대의 가치관를 접할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장난감 최고 권위상인 ‘오펜하이머 상’을 여러차례 수상하는 등 미디어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메리칸 걸은 인형외에도 의상, 액세서리, 인형 미용실, 인형 병원, 인형 카페와 레스토랑 등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메리칸 걸 인형은 자녀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친구들과의 교제에 있어서 더욱 윤택한 놀이 소재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이다.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보았을때 영화 아바타의 하이브리드 생명체처럼 자신의 생김새와 가깝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모습을 가진 인형을 소유하고 놀이에 이용함으로서 자아를 유형의 매개체를 통해 키우고 발달시킬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이런 장난감을 통해 자녀는 자신감과 정체성을 키울 수 있지만 아메리칸 걸은고가의 장난감이기 때문에 몇가지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고가의 장난감은 자녀에게 허영심을 어린 나이부터 주입시키고, 바람직하지 못한 우월감이나 때로는 열등감을 얻게되어 성격형성과 사회성 형성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아메리칸 걸은 방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자녀들의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예를들어 책과 영화, 인터넷 등 각 매체를 통해 각 캐릭터와 연관된 자료와 스토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것을 마켓팅의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충분히 교육적이고 사고의 발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입식의 상상력이며 자료제공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창조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다. 다시 설명하자면 아무리 많은 양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설계안에서 캐릭터를 선택하기 때문에 결국은 상상력을 억제하는 결과가 생기게 될 수 있다.
 

이면의 문제는 자녀에게 고가의 장난감을 자주 사주게 되면 자녀에게 돈에 대한 소중함과 경제적인 관념, 더 나아가 올바른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 어린 자녀의 과다한 값비싼 소유물들은 어린나이부터 권능감이라는 것을 형성시킬 수 있는데 이 권능감(Sense of Entitlement)은 건강한 성격 형성에 해로운 영향을 주어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때 어떠한 것을 소유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물질적인 풍요함 속에서도 항상 부족하고 불행하게 느끼는 이른바 “풍요속의 궁핍”을 경험하는 성인으로 자라게 될 수 있다.

 

아메리칸 걸이 제시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인형의 고급화에서 생기는 사회적인 파장일 것이다. 순수할 나이의 어린 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경제적 계층의 성립과 가시화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인형을 세개씩 가지고 모든 악세서리를 갖출 수 있는 가정의 학생은 비슷한 여건의 학생들과 어울릴 것이며 인형이 없거나 한개 밖에 그리고 인형의 옷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없는 경제 여건의 학생은 점점 무시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상류층 지역의 학교에서는 인형을 세개이상 갖춘 학생들의 모임이 사교모임처럼 생겨 서서히 그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다고 한다. 인형에 옷에 인형 미용실, 카페와 수백달러를 호가하는 생일 파티 등 매달 고가의 정기적인 소비가 있을 수 있는 아메리칸 걸의 유행은 부모에게는 무시하기도 인정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예전에는 장난감이 없어 땅따먹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연을 만들어 날리다가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하면서 즐겁게 놀고 겨울에는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썰매를 타고 얼어붙은 논을 아이스링크인양 경주하며 신나게 놀던 때가 생각난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공기놀이, 고무줄, 그리고 종이 인형 등이 주 놀이일 때가 있었다. 닌텐도도 소니 PSP도 없고 인터넷과 유튜브도 없던 시절 어린 아이들에게는 사실은 상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라는 매체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책을 사랑하게 되고 책으로 많은 기쁨을 누리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칸 걸의 고급화 마켓팅은 어떻게 보면 부모의 열등감, 친구들 사이의 무언의 압력,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 등의 요소가 절묘히 배합된 전략이며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사줄 수도 안사줄 수도 없는 난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유행과 대중문화의 흐름에 굴하지 않아도 자녀가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 트렌드를 따르던 안 따르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런 부모의 확신과 현실의 판단, 이 두가지의 밸런스가 건강한 선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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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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