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서 ‘돌’을 느낀다

미네랄 풍미 가득한 화이트 와인의 매력

On May 11, 2018



 

겨울이 가는 둥 마는 둥, 봄이 오는 둥 마는 둥, 계절 감각이 흐린 간절기에 현재의 좌표를 찾는 쉬운 방법이 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딱 한잔하며 피로를 풀고 싶을 때, 무슨 와인을 마시고 싶으냐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레드 와인이 당기면 아직 겨울 쪽에 있는 거고, 화이트 와인이 마시고 싶으면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다고 여겨도 좋겠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날씨가 종잡을 수 없게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지난 3월부터 계속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올해는 봄이 길었던가 보다. 이러다가 로제가 찾아지면 초여름에 들어선 거고, 아예 한여름이 되고나면 더 이상 계절과는 상관없어진다. 바비큐와 야외식탁이 잦은 여름철엔 버블리 와인도 좋고,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모두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신록의 계절 5월에 추천하고픈 와인은 깨끗한 미네랄 풍미(minerality)가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이다. ‘미네랄’은 요즘 와인가에서 많이 회자되는 용어로, 맛이나 냄새라고는 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을 말한다. 원래는 광물질, 무기질이란 뜻이지만 와인에서의 미네랄은 설명이나 표현이 쉽지 않다.
 
일단 미네랄리티가 있다고 하면 ‘돌성’(stoniness)을 느낀다는 말이다. 돌 맛이라구? 돌에 무슨 맛이 있단 말인가. 맛은 없지만 차갑고 중성적이며 먹먹한 느낌이 있다. 어릴 때 시냇가에서 젖은 돌이나 자갈을 입에 물어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금방 알 것이다. 분명 특별한 맛이 없는데도 돌의 맛이라고 연상되는 어떤 것, 궁금한 사람은 돌을 깨끗이 씻어서 한번 입에 넣어보아도 좋다.
 
말하자면 같은 물이라도 끓여서 식힌 물과 산에서 떠먹는 약수의 맛이 다른 것과 같다. 약수가 맛있는 이유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규소, 즉 다양한 미네랄이 녹아있기 때문인데 ‘물맛이 좋다’, ‘물맛이 다르다’는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테이스팅 노트에서 Stone, Flinty, Slate, Chalk, Clay, Brick, Gravel 같은 표현이 있다면 미네랄 풍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의 와인을 좋아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미각에 따라 다르다. 대개 깨끗하고 가벼운 와인에 미네랄 특성이 많기 때문에 진하고 무거운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런 맛이 어디서 나오는가, 그 설명은 더욱더 간단하지가 않다. 토양 속에 있던 무기물 자양분이 포도나무의 뿌리에 흡수되어 그대로 와인에까지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와인에 표현되는 테루아의 맛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성되는 것이어서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과학책을 들고도 한나절이 모자란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서늘한 곳에서 재배된 포도를 조금 일찍 수확하여 오크 접촉 없이 양조한, 탄탄한 구조와 높은 산도의 와인에서 미네랄을 느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신세계보다는 구세계 와인에서, 레드보다 화이트 와인에서 미네랄 풍미를 느끼기 쉽다. 샤블리, 상세르, 리즐링, 푸이 퓌세, 아시리티코, 피노 그리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15~25달러 선에서 봄철 입맛 돋우는 미네랄 풍미를 가진 와인 몇 종을 소개한다.


2016 Domaine Cherrier Père & Fils Sancerre($16.99)

2016 Eric Cottat Sancerre($18.99)

2015 Domaine Laroche ‘St Martin’ Chablis($19.99)

2015 Domaine Jean-Marc Brocard Chablis ‘Domaine Sainte Claire’($19.99)

2016 Selbach-Oster Zeltinger Schlossberg Riesling Spatlese Mosel($24.99)

2016 Dr. Loosen Wehlener Sonnenuhr Riesling Kabinett Mosel($24.99)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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