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에 도전하는
오타니 쇼헤이

일본의 국화는 벚꽃이다. 벚꽃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화려하게 활짝 피고 활짝 진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을 보게 되면 종종 벚꽃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벚꽃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뷔전들이 속출한다.
 

오늘날 일본 선수들이 과감하게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데는 1995년 미국에 진출해 ‘토네이도 둘풍’을 일으킨 노모 히데오의 역할이 가장 컸다. 최초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는 196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무라카미 마사노리(73)다. 그러나 무라카미는 2년 짧게 불펜투수로 활약하고 귀국했다. 30년 후 노모가 뒤를 이었고 그 후배들이 지금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데뷔전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선수 개인에게는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닌 팬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줘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2006년 센트럴리그 MVP 출신 후쿠도메 고수케(40)는 일본 선수들이 한창 프리미엄을 갖고 있을 때인 2008년 시카고 컵스와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밀워키 브루어스 데뷔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역대로 후쿠도메만큼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경우도 드물다.
 
2006년 10월 당시 포스팅 금액으로는 최다인 51,111,111 달러를 전 구단 세이부 라이언스에 안겨준 투수가 마쓰자카 다이수케(37)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 때 마구에 가까운 자이로 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2007년 4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데뷔전에서 7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10삼진 1실점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일본 투수로 데뷔전에서 두자릿수 삼진은 마쓰자카가 유일하다. 뉴욕 양키스 다나카 마사히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7이닝 6안타 삼진 8개 2실점으로 신고식을 했다.
 
LA 다저스 마에다 켄타도 데뷔전은 화끈하게 치렀다. 2016년 샌디에고 파드레스 원정에서 6이닝 5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때렸다. 이에 비해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는 시애틀 매리너스 데뷔전에서 5.2이닝 8안타 4볼넷 5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일본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밋밋한 데뷔전이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스타로 오타니 쇼헤이(23)만큼 화제를 모은 경우도 드물다. 2017년 12월8일 LA 에인절스에 입단하기 전부터 그의 명성은 자자했다. 2017년 시즌내내 오타니의 미국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였다. 심지어 CBS 보도 프로그램의 간판격인 ‘60분’은 일본 현지로 파견돼 오타니 특집방송을 제작했을 정도다. 일본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 ‘60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알려진 경우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이유는 ‘현대판 베이브 루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야구팬들도 루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기 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로 활동했다는 점은 잘 알지 못한다. 루스는 한 시즌에 10승 이상, 10개 이상의 홈런을 동시에 작성한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투타 겸업 선수다.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로 13승7패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고, 타자로는 타율 0.300 홈런 11 타점 61개를 작성했다. 루스는 투수로 통산 94승46패 평균자책점 2.28을 남겼다. 타자로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700개(714) 홈런의 주인공이다.
 
일본이나 미국 언론이 오타니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100년 만에 루스의 기록에 도전하는 투타 겸업 선수여서다. 일본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수를 ‘이도류(二刀流)’라고 한다. 원래 양손에 칼을 쥐고 싸우는 검술을 말한다. 오타니는 애리조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았으나 정작 투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을 앞두고 혹평이 뒤를 따랐다. 개막전 25명 엔트리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칼럼들이 줄을 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뒤 승격시켜야 한다는 지적들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 구단은 칼럼니스트들의 비판적인 지적을 귓등으로 듣고 개막전 엔트리 25명에 포함했다.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오클랜드 에이스)은 먼저 지명타자였다. 첫 타석에서 안타로 신고했다. 마운드에서는 첫 타자를 포크볼로 삼진 처리한 뒤 6이닝 3안타 1볼넷 6삼진으로 7-4 승리투수가 됐다. 화려한 데뷔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홈 데뷔전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1973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이래 선발투수로 출장한 뒤 지명타자로 홈런을 때린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승리투수가 된 뒤 이틀 후 홈런을 친 타자 마지막이 1921년 베이브 루스였다. 비록 데뷔 초반이지만 이쯤되면 레전더리 루스와 비교해도 될만한 급이 된다. 에인절스는 디펜딩 월드스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버티고 있어 지구 우승은 힘들다. 그러나 오타니로 언론의 주목은 가장 많이 받는 팀이 됐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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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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