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와인 산지도 변한다 추운 곳·높은 곳·북쪽으로 올라가는 포도밭

와인만큼 날씨에 민감한 음료도 없을 것이다. 이유는 재료가 단지 포도이기 때문이다. 포도가 맛있게 익어야 질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는 날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빈티지(Vintage)라는 말에는 수확년도의 기후조건이 담겨있다고 보아도 좋다. 

농사꾼이 아무리 좋은 토양에서 정성껏 포도나무를 돌보아도 날씨가 적절하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없고, 품질 낮은 포도로는 제아무리 뛰어난 와인메이커도 절대 맛있는 와인을 양조하지 못한다. 좋은 와인은 포도밭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렇게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날씨가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지구촌의 현안인 기후변화와 온난화 현상은 와인업계에도 크나큰 도전이다.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따뜻해지고 있으며 여기에 가뭄, 산불, 우박폭풍, 냉해, 홍수가 갈수록 심해진다. 앞으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다섯가지 와인 지형의 변화를 예측했다.
 

1. 와인 지도가 달라진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현재 우수한 레드와인 산지들은 고전하는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추운 날씨의 화이트와인 산지들은 와인의 품질도 좋아지고 레드와인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추워서 포도재배가 불가능했던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구 지역에까지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실제로 와인 생산국이 아니던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부지역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재배하기 시작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남반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파타고니아까지 더 깊이 내려가게 된다.


2. 포도밭의 고도가 올라간다

해발이 높은 산지에 빈야드를 개척하는 와이너리가 늘고 있다. 고도가 높으면 낮 시간 태양빛이 강렬하고, 해가 지면 기온이 크게 내려가는데 이렇게 일교차가 크면 포도가 균형있게 잘 익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고도가 높으면 토양이 부적절하거나 수분이 부족할 수 있고, 냉해와 우박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얼마나 높이까지 올라가느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5,000피트 이상에서 성공했고, 워싱턴 주의 왈라왈라 밸리에서는 3,000피트 산지에서 재배가 실험 중이다.


3. 태양을 피한다

포도나무는 경사진 언덕에 남쪽이나 남동쪽을 향해 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야 태양열을 최대한으로 받아서 잘 익기 때문이다. 특히 일조량이 적은 독일, 버건디, 바롤로 같은 지역은 한줌의 태양이라도 더 얻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런데 온난화에 따라 이제는 포도가 너무 익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포도밭을 북쪽으로 향하게 하는 와이너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능하면 태양빛과 열을 덜 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4. 포도품종이 달라진다

카버네 소비뇽이 없는 보르도와 나파 밸리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런 날이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수백년 동안 5개 품종만을 재배해온 보르도에서는 최근 대체품종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다른 7개 품종을 들여와 실험 중이다. 법적 규제가 없는 나파 밸리에서도 일부 와이너리들은 카버네를 대체할 품종들을 다양하게 심어보고 있다.


5. 예측 불가능한 날씨의 문제

경험이 많은 농사꾼들은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언제나 대처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과 통계에 따른 대처는 이제 거의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건조하던 여름에 비가 내리고, 비가 오던 겨울이 가물며,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대형 산불 같은 재난이 이어진다. 기후변화와 함께 와인의 맛과 기준도 달라질지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재난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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