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에는 매그넘

지난 추수감사절 만찬에는 매그넘 와인을 들고 가서 마셨다. 매그넘(magnum)은 보통 와인(750ml)의 두병 용량인 1.5리터짜리 병을 말한다. 매년 땡스기빙 디너에 모이는 가족이 어른만 9명이고, 그중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이 있긴 해도 언제나 2병은 필요했기에 아예 큰 병을 들고 간 것이다. 

와인은 1999년산 켄우드 아티스트 시리즈(Kenwood Artist Series) 카버네 소비뇽. 15년 전 소노마 카운티에 갔을 때 산 것으로, 사실은 오래 잊고 있던 놈이다. 그때 나는 셀라에 큰 병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큰 와인냉장고를 가진 친구가 대신 맡아주겠다고 해서 덥석 샀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친구와 연락이 거의 끊어졌고 와인의 존재도 잊고 있었는데 지난봄에 짜잔~ 그가 와인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잃었던 자식이 나타난 것처럼 어찌나 반갑던지, 평소 인덕을 쌓고 살면 이런 일도 생기는 법이다.   
  

혹시 그동안 맛이 가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코르크를 열었다. 오래된 코르크라 중간에 한번 부러졌고, 다시 살살 달래가며 한번 더 돌려서 성공적으로 빼냈다. 이럴 때 쓰는 아-소(Ah-So)라는 오프너가 있긴 한데 그것까지 쓸 정도는 아니었고. 

살짝 맛을 보니 오랜 디캔팅을 견디지 못할 거 같아서 먹기 직전 디캔터에 옮겨서 금방 서브했다. 20년 된 거라고 했더니 다들 어찌나 빨리 마시던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맛은 솔직히 말해서 기대에 못 미쳤다. 큰 병에 든 와인은 숙성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아직도 생기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저 얌전하게 나이든 초로의 숙녀 같은 맛이었다. 그래도 맛과 상관없이 매그넘이라는 자체가 기분을 돋워준 만찬이었다. 

매그넘은 가족행사나 기념일에 오픈하면 좋을 용량의 와인이다. 그 두배인 더블 매그넘(3리터), 그보다 더 큰 6~15리터의 대용량 와인은 오랜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혼식이나 금혼식 같은 행사에서 쓰면 특별한 기쁨을 준다. 자녀가 태어났을 때 그 해의 좋은 와인을 큰 병으로 사두었다가 결혼식 리셉션에서 오픈하면 무척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큰 병에 든 와인의 숙성이 느린 이유는 병 속에 들어있는 산소의 양이 와인의 양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와인을 병입할 때는 병 사이즈에 관계없이 비슷한 양의 산소가 들어가게 된다. 750ml 한병과 1.5리터 한병에 같은 양의 산소가 들어간다면 당연히 큰 병 속의 와인이 덜 산화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큰 병 사이즈로 나오는 와인들은 오랜 숙성이 가능한 카버네 소비뇽 위주의 와인과 샴페인이다. 양은 두배지만 가격은 두배가 아니라 더 비싸다. 큰 병 사이즈는 많이 만들지 않아서 희소성이 있으며 장기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당연히 콜렉터들은 큰 병 사이즈의 와인을 선호한다. 큰 병들은 사이즈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여로보암, 느부갓네살, 무드셀라, 발타사르, 멜기세덱 등 대부분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인데 왜 그렇게 불리는데 됐는지 이유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와인 병의 용량과 이름

1.5 L(2병) : Magnum 

3 L(4병) : Double Magnum 

4.5 L(6병) : Jeroboam

6 L(8병) : Imperial 

9 L(12병) : Salmanazar

12 L(16병) : Balthazar

15 L(20병) : Nebuchadnezzar

18 L(24병) : Melchoir

20 L(26병) : Solomon

30 L(40병) : Melchizedek

50 L(67병) : Soverign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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