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장인
기예르모 델 토로

1968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일단의 10대 아이들이 동네 폐가에서 발견한 사망한 폐가의 소녀가 쓴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책의 내용이 현실화 하는 공포영화 ‘스케어리 스토리스 투 텔 인 더 다크’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54)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공포영화의 장인으로 오스카상을 탄 델 토로는 몸이 비대해 뒤뚱 걸음을 했지만 아주 명랑하고 밝았다.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유머와 함께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에 대답 했다.소박하고 서민적인 분위기를 지녀 대하기가 편했다. 


얘기를 만들어 낼 때 그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모든 곳에서 온다. 혼자 식당에 앉았을 때도 저 쪽 테이블 위에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이를 어떻게 글로 쓸 것인지를 생각한다. 또 어느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저 사람이 총을 맞았다면 어쩔 것인가 하고 상상을 한다. 그리고 딸이 자정이 넘었는데도 귀가 안하면 아이고머니나 무슨 사고가 난 것이나 아닌가 하고 상상을 하고 비행기가 연착하면 혹시 추락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곤 한다. 하여튼 매사가 다 내 글의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그런 것이 반드시 글 쓰는데 다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난 이야기 생각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아이디어를 얻으면 그 즉시 글로 써두는가.

종종 공책에 아이디어를 적어 놓는다. 처음에는 마구 흘려서 써 놓았다가 밤에 깨끗이 정리한다.
 

‘암흑의 왕자’인 당신은 어둡고 검은 밤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밝고 햇볕이 내려 쬐는 낮을 좋아하는가.

태양을 좋아하지만 잠깐일 뿐이다. 그 보다는 어둡고 추운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건조한 암흑을 좋아하지 습기를 지닌 암흑은 질색이다. 암흑은 나를 상상의 길로 인도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암흑이란 눈을 감는 것이나 마찬 가지다. 상상을 하려면 눈을 감게 마련이 아닌가.   
 

어떻게 그 많은 아이디어들이 다 공포영화들로 완성되는가.

내 영화들을 다 공포영화 장르에 포함시키지만 그 안에서도 각 영화가 서로 아주 다르다. 장르란 폭이 매우 넓은 것이다. 내게 있어 영화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는 것과 같다. 그러자면 감정이 가슴과 머리를 치고 들어와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를 만들자면 착하고 좋은 마음을 지녀야한다. 감정이 먼저고 영상은 그 다음에 감정으로부터 나온다.     
 

다음 감독 작품은 무엇인가.

내년 1월에 ‘나잇메어 앨리’를 감독할 예정이고 지금은 9월에 촬영에 들어갈 뮤지컬 만화영화 ‘피노키오’를 위해 세트와 인형들을 만들고 있다. ‘스케어리 스토리스’는 내가 비록 제작자이긴 하지만 난 세트에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감독에게 정중하게 그것을 얘기한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세트를 멀리하고 감독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쓴다. 세트에 있으면 감독 근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집 할 때는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 거기서 처음에는 생각 못했던 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 편집권은 감독에게 있다.
 

당신의 상상력은 일종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어떤 꿈을 꾸는가.

난 재미있는 꿈 대신 악몽을 잘 꾼다. 특히 상어가 날 잡아 먹는 꿈과 산송장이 날 잡아 먹는 악몽을 자주 꾼다. 산송장이 날 쫓아 올 때면 난 지붕을 타고 도망 가다가 뛰어내리곤 하는데 그야 말로 기적이다. 나로선 뛴다는 자체가 기적이다(뚱뚱한 자기 몸을 말한 것.) 이 꿈 다음으로 자주 꾸는 꿈은 물 속 꿈이다. 스쿠바 다이버로 해저생물을 연구하러 바다 깊이 들어갔다가 암류에 휘말려 가라앉곤 하는데 그 때마다 상어가 날 따라오곤 한다. 보통사람들은 꿈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난 바다 밑으로 가라앉곤 한다. 그런데 난 사실 눈 뜨고 꿈을 꾸는 백일몽자이다.
 

당신은 사람들이 당신 영화를 보고 공포에 떠는 것을 즐기는가.

아니다. 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것에는 전연 흥미가 없다. 무서운 것보다는 기이한 것이 내겐 더 흥미 있다.  
 

자기 작품을 본인이 감독하지 않고 노르웨이 감독인 안드레 외브레달에게 연출하라고 맡긴 느낌은 어떤가.

어릴 때 자기 장난감을 동생에게 준 뒤 동생이 즐기는 것을 보면서 다시 갖고파 하는 심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어른으로선 이제 그 것은 내 것이 아니니 최선을 다 하라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이상한 기분이지만 줄 땐 그저 주면 된다. 너무 나만 찾으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 남과 함께 한 일이 잘 되면 아쉽다는 생각도 치유가 된다. 그런데 제작이란 끔찍한 일이다. 감독이 잘 못한 것까지 바가지를 뒤집어쓰면서 감독하면서 얻는 만족감이란 맛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제작자로선 단순하고 쉬운 사람이지만 감독할 때는 좀 다르다. 
    

얼마 전에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에 이름이 오른 소감이 어떤지.

기대 이상으로 감동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처음에 할리우드에 와서 찾아간 것이 명성의 거리였다. 그리고 론 체이니와 벨라 루고시 및 보리스 칼로프(모두 공포영화 배우들)의 별을 찾아봤다. 격한 감동을 느꼈는데 지금도 그들의 이름을 보면 같은 느낌이다. 내 이름은 베로니카 레이크(할리우드 황금기 로맨틱 코미디와 범죄영화의 주연 여배우)와 바비 빈튼(베테란 팝가수로 현재도 활동 중이다) 사이에 있다.
 

피노키오는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당신의 것은 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자세한 얘기는 못 하겠지만 이 영화는 과거의 것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두운 얘기가 될 것이다. 영화를 구상하면서 나는 피노키오를 프랑켄슈타인과 같다고 생각했다. 둘 다 자만심에 가득 찬 사람에 의해 만들어져 자기들이 전연 모르는 세상에 내 던져졌고 모두 나름대로 선한 일을 하도록 기대됐지만 실수를 저지르면서 혹독한 교훈을 배운다는 것이 다 닮았다. 내 것 말고 또 다른 피노키오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 작품은 전연 색다른 것이라고 강조해도 좋다.
 

음악은 누가 작곡하는지.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로 노래들 중 일부의 가사는 내가 쓰고 있다. 알렉상드르의 격려가 힘이 됐는데 작사는 처음이다. 
      

최근에 접촉한 예술매체 중 당신에게 가장 감정적으로 강한 느낌을 준 것은 무엇인가.

최근 파리의 뮈제 도르세에서 전시된 줄리안 슈나벨의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과 현대 화가들과 옛 화가들의 작품이 한 방에 전시돼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슈나벨의 것과 함께 특별히 내게 큰 충격을 준 것은 고흐의 자화상이었다. 우린 그의 자화상의 복제판을 수 없이 봐 그 것과 친숙하지만 그 것은 볼 때마다 또 다른 강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난 그림과 삽화와 조각 및 사진 등 미술매체와 영화만큼이나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 것은 둘 단어이다.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이 영화는 몇 년 전부터 각본 구상에 들어갔었다. 처음에는 내가 감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난 그 때 아직도 ‘쉐이프 오브 워터’(오스카 수상작)를 만드는 중이어서 안드레를 감독으로 선택했다. 그의 영화 ‘제인 도의 해부’를 보고 큰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본을 그에게 보냈고 그가 글에 만족을 느끼면서 연출을 수락했다. 난 괴물을 찍을 때만 세트에 나가 참여했다. 안드레는 작품에 멋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가 완성된 뒤 우린 관객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시사회를 열었고 그 반응에 따라 추가로 몇 장면을 찍었다. 
   

언제 처음으로 피노키오를 읽었는가.

처음에 그림이 있는 책을 읽고 매우 폭력적이요 억압적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책은 올바르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제도적인 내용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또한 내게 깊이 남아있던 것은 피노키오가 살아남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모든 아이들의 환생이라고 할 수 있다. 
 

피노키오는 순진하기만 한 아이인가 또는 자기 안에 괴물과도 같은 요소를 품고 있는가.

적어도 내가 만드는 피노키오는 순진하고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 변덕스럽고 결점이 있는 아이여야 한다. 책에서도 그런 점을 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에겐 악마적이요 괴물과도 같은 요소가 있다는 것은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과 함께 이틀만 지나다 보면 알게 된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