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맥주가 더 좋대요

‘와인은 건강에 좋지만 맥주는 살만 찌고 배가 나온다’는 것이 사람들의 통념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건강상 이점에서 맥주와 와인이 다르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타임지 최근호가 보도했다. 심지어 어떤 맥주는 와인보다 더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집착이 거의 종교 수준인 현대사회에는 음식과 건강에 대한 몇 가지 신화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1980년대 초에 등장한 학설로, 프랑스인들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데도 심장병과 조기 사망률이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소위 ‘프렌치 패러독스’ 덕분이다.  
 

적당한 양의 와인을 마시는 것은 지중해 식단의 기본인데 학자들은 이 식습관이 심장병과 사망률을 저하시키는 주요인으로 보았다. 1992년 랜슬롯 지의 연구에서는 와인을 비롯한 알코올 음용이 동맥의 폐색을 막아준다는 증거도 발표됐다. 이 시기에 나온 연구들은 모두 와인을 마신 사람들의 조기사망률이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나중에는 레드와인에 풍부한 포도의 폴리페놀 성분, 그중에서도 특히 레스베라트롤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레드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신념은 그때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에 비해 맥주는 영 학계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6년 덴마크에서 실시된 연구결과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와인을 사는 사람들은 맥주를 사는 사람들보다 과일 야채를 비롯한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와인 마시는 사람이 맥주 마시는 사람보다 건강식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와인과 건강에 관한 연관성이 설명될 수 있는데 즉 와인 자체에 건강한 성분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와인 마시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건강으로 이끈다는 말이다.
 

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건강한 다이어트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적정량의 맥주(여자는 하루 한 잔, 남자는 두잔)을 마실 경우 와인을 마실 때와 똑같은 심장건강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치즈 등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사실은 심장질환과 조기사망률을 높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그 말은 애초에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설을 만들어낸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맥주와 와인이 심장건강에 미치는 장기간의 영향을 연구해온 그리스의 하로코피오 대학 영양과 식습관학 교수 데모스테네스 파나지오타코스는 “그 영향은 거의 동일하다”고 밝히고 “단지 알코올음료 중에서 레드와인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았던 것뿐이고, 최근의 연구들과 임상실험 결과를 보면 맥주와 건강의 관계도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2016년 연구에서는 맥주 중에서도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를 마시는 사람들은 와인 마시는 사람들보다도 심장병과 제2형 당뇨병 발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크래프트 맥주는 종종 살균과 여과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 이스트, 박테리아, 미네랄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매크로 비어(버드와이저 종류)보다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연구와 담론은 참으로 쓰잘 데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가 건강 때문에 와인을 마시고 맥주를 마시나? 건강에 그렇게 신경을 쓴다면 술은 아예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소량의 알코올이 건강에 좋다고들 하지만 많이 마시면 오히려 심장, 간,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저녁마다 두 종류의 술이 나온다. 나는 와인을 마시고, 남편은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그 선택은 건강과 아무 관련이 없고, 오로지 자기 입맛에 따른 것이다. 남편은 시원하게 들이키는 호프 맛을, 나는 섬세하고 깊은 와인 맛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낸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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