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에서 작아지는 NBA

1990년대 중반 한국에 스포츠-TV라는 곳이 있었다. 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포츠 기자였던 필자는 그곳에서 NBA를 해설한 적이 있다. 관계자에게 중계권료를 얼마나 주느냐고 묻자 “공짜”라고 했다.

당시 NBA는 유학파이거나 소수 매니아층들만이 관심을 갖는 종목이었다. 요즘은 광팬이 많다. 미국의 자본이나 스포츠의 해외전파는 이런 식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처음에는 친절하고 무료로라도 방송을 사용하도록 허락한다. 미국 스포츠에 팬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청구서를 내민다.

예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메이저리그의 중계권료가 폭등했다. 국내에서는 “박찬호의 연봉을 다저스가 주는 게 아니고 방송사가 지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비아냥이 있었다. 세부 사항을 모르는 떠도는 소문이었지만 선수를 배출한 국가는 엄청난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게 현실이다. 

NBA는 1980년대 훗날 ‘농구 황제’가 된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스포츠로 변신했다. NBA 유럽 선수들의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다. 지난 9월 FIBA 농구 월드컵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은 7위로 추락하며 망신살이 뻗쳤다. 농구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토너먼트에서 프랑스와 세르비아에게 잇달아 패한 결과다. 프랑스와 세르비아에는 NBA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버티고 있다. 프랑스에는 유타 재즈 센터 루디 고베이, 세르비아에는 세크라멘토 킹스의 슈팅가드 보그단 보그다노비치가 미국전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NBA가 유럽 시장에서 중국 시장으로 문호를 넓힌 계기는 ‘인간 만리장성’ 야오밍 때문이다. 2002년 휴스턴 로키츠는 7피트 6인치(2m29cm)의 장신 야오밍을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지명했다. NBA 드래프트 사상 외국인을 전체 1번으로 지명한 경우는 야오밍이 처음이었다. 야오밍의 휴스턴 로키츠 입단으로 중국의 입김은 NBA에서 폭풍급이 됐다. 중국 파워는 메인 스폰서와 올스타게임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야오밍은 8차례 올스타게임에 출전했다. 당시 서부 컨퍼런스 최고의 센터는 LA 레이커스 샤킬 오닐이었다. 하지만 투표에서 오닐은 늘 차석이었다. 중국인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야오밍에게 몰표를 몰아주는데 제아무리 공룡센터인 오닐도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야오밍은 은퇴 후에도 NBA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중국의 NBA 농구 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 관계가 최근 휴스턴 대릴 모레이 제네널매니저의 트위터로 막을 내렸다. 명문 노스웨스턴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MIT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모레이가 최근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트위터를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중국과 야오밍이 발끈하면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 팀의 간판격인 제임스 하든은 중국 팬들을 사랑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애덤 실버 커미셔너는 모레이의 트위터는 모든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유 즉 개인의 의사표시라며 감쌌다. 

그러자 중국은 프리시즌 게임의 중계방송 취소를 결정했다. LA 레이커스 포워드 엔서니 데이비스의 대형 걸개그림을 떼어 버렸고, 팬들과의 행사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중국 앞에서 NBA가 졸지에 을이 돼버린 형국이 됐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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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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