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udest Voice’의
러셀 크로우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오스카상 수상자인 러셀 크로우(55)는 나이 탓인지 이젠 무척 익은 사람이 되었다. 내면만 익은 것이 아니라 몸도 약간 비만할 정도로 체중이 늘었다. 그는 과거 인터뷰 때 종종 퉁명스럽고 성질을 부려 대하기가 거북했는데 이젠 사람이 좋아졌다. 인터뷰가 즐겁고 좋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호의적인 유머를 구사해가며 질문에 대답했다. 
 

페이TV 쇼타임의 드라마 시리즈 ‘라우디스트 보이스’(The Loudest Voice)에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 의해 고용돼 초보수적인 폭스TV 뉴스를 창립한 로저 에일스 역을 맡은 크로우와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에섹스호텔에서 있었다. 에일스는 폭스TV를 통해 오바마를 비롯한 진보파들을 무차별 공격, 편파적 언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폭스TV는 트럼프가 좋아하는 방송이다. 엄청나게 비만한 에일스는 2016년 여성 직원들에 대한 성적 희롱 문제에 휘말려 사직하고 다음 해 77세로 사망했다.


역을 위해 뚱뚱한 복장을 하고 보철을 한 당신 모습을 거울로 처음 봤을 때의 소감은.

그런 나를 보고 흥분에 들떴었다. 내게 역이 주어져 연구차 로저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떻게 그의 모습에 접근할지를 몰랐었다. 그렇게 분장하는 데는 하루에 최소 6시간이 걸린다. 분장사들과 함께 가급적 그의 모습에 가깝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코도 내 것과 달리 만들어야 하는 등 전 과정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마와 입과 눈을 제외하곤 대머리와 볼과 굵은 목 등이 다 분장한 것이다. 처음에는 6시간이 걸렸지만 에피소드가 늘어나면서 분장 속도가 빨라져 2시간 반 만에 끝냈다.   
 

로저 역을 맡으면서 그에 관해 알게 된 것이 무엇인가.

그에 관한 책을 보면서 많은 연구를 했다. 놀란 것은 그가 젊었을 때 쇼 음악을 좋아해 브로드웨이 제작자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와 생전에 일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놀란 것은 세간의 평판과는 달리 모두 그를 옹호하면서 끝까지 충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일을 잘못하면 날벼락을 맞지만 직장 분위기는 각자가 맡은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게끔 조성했다고 한다. 로저가 상당히 복잡다단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에 큰 관심이 갔다. 흥미진진한 역이면서도 아울러 겁도 났다. 막중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린 그를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시청자에게 맡기도록 했다.
 

이런 사실적인 얘기를 다루면서 우리는 역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데 당신도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가까운 역사를 재연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내가 호주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로저 역을 한다는 말을 듣고 호주 태생의 머독과 대화를 나눴느냐고 묻더라. 그러나 난 허구를 섞은 작품에 관해 실제 인물들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머독은 안 만났지만 그의 전처인 웬디 뎅은 만났다. 그로부터 머독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오랜 역사와 함께 최근의 역사에 관해 검토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저는 시장 조사 결과 ABC, NBC, CBS, CNN 그리고 워싱터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다 좌경적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그는 폭스의 시장 가능성을 파악한 것이다. 그는 만약 자기 조사 결과가 달랐더라면 폭스도 성향이 달랐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내가 로저 역을 맡고 깨달은 사실은 현재 미국의 분위기로선 예의를 갖춘 정치적 토론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게끔 흥분하다보면 삶의 질만 떨어질 뿐이다. 
 

어느 매체를 통해 뉴스를 얻는가.       

난 조간신문을 보면서 자랐다. 지금도 신문 장을 넘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난 신문들이 나에 관해 허위보도를 하는 것을 본 뒤로 그들을 믿지 않는다. 당신들은 막강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확한 소식통과 함께 일하면서 부당한 것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한다. 언론의 진실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으로 그것은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시리즈에서 머독이 로저에게 ‘이것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하자 로저는 ‘난 시청자들이 듣기를 원하는 것을 줄 것이며 그 결과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당신은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될 것’이라고 대꾸하는데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이 뉴스란 다 가짜구나 하고 생각할 것으로 보는가.

그에 대한 답은 당신이 정치적으로 어느 쪽에 서 있느냐 하는데 따라서 같은 뉴스라도 서로 달리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세트에서 로저로 변한 당신을 보고 사람들이 위협이라도 느끼던가.

그렇진 않았다. 시리즈에서 내게 시달림을 받은 여자들 역을 맡은 배우들도 날 그렇게 보진 않았다. 그래서 난 분장의자에 앉아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많이 했다. 난 시리즈의 총제작도 겸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시리즈를 재미있고 훌륭한 것으로 만들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내가 한 노력만큼이나 다른 배우들도 최선을 다 했다. 따라서 우리들 주위에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세트는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뉴욕에서 촬영을 했는데 혹독한 겨울 날씨 외에는 만사가 순조롭고 협력이 잘 된 촬영이었다.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하기가 쉬웠는지.

쉽지가 않았다. 난 로저의 키와 가슴 넓이와도 같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그보다 키가 컸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뚱보 복장이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미국의 TV의 제2의 황금기로 TV를 영화보다 한 등급 아래로 여기던 영화배우들도 TV작품에 선뜻 출연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은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의 기술적인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과거보다 빠르고 또 여러 차례 많이 찍을 수가 있어 영화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말하자면 융통성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다. 이와 함께 많은 영화들이 속편을 만들면서 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일종의 속편과도 같은 연속되는 에피소드로 이어진 TV작품에도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된 데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들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나도 10년 전이라면 이 시리즈에 안 나왔을 지도 모른다. 내가 젊었을 때와 달리 이젠 영화세트와 TV세트가 서로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로저는 무슨 음악을 즐겼으며 음악은 배우로서의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로저는 브로드웨이의 쇼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난 그런 것에 큰 흥미를 못 느낀다. 음악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그 것은 내 인생의 창조적 핵심과도 같다. 그 것은 연기 외에도 나의 모든 다른 창조적 추구를 밀어주는 동력이다. 음악적 귀를 개발하는 것은 배우로서 타인이 하는 말의 액센트와 리듬을 파악하는 귀를 개발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음악은 감정적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을 자극하기 때문에 나는 분장할 때 그 날 찍을 내용에 바탕을 둔 사운드트랙을 듣곤 한다. 음악의 힘이란 참으로 강력한 것이다.
 

로저의 편파적이요 때론 허위인 뉴스보도 지침을 묵인한 머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자란 호주에서는 모두가 머독의 뉴스를 듣고 보며 살았다. 그의 매체는 영국에서도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언론매체가 정확하고 깨끗한 뉴스를 보도해야 할 책임감을 가졌었으나 지금은 뉴스가 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요구에 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즘은 뉴스가 있는 그대로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되고 있다. 아주 건전치 못한 일로 요즘 뉴스매체들은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재난을 만들어내고 또 개인을 단죄하고 있다. 대중을 만족시켜주려고 한 사람을 죄인으로도 만들기도 하고 또 성인으로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폭스뉴스라는 상표를 붙여 냉동 주스를 마치 생 과일 주스로 팔아먹는 일이나 마찬 가지다. 머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는 어디까지나 사업가여서 돈 버는데 만 신경을 쓴다. 뉴스 서비스를 하든지 자선을 하든지 모두가 장사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해 이익이 남을 시장을 파악해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작품은 어떻게 고르는가.

내용을 구성하는 단어들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그리고 작품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한다. 내가 리들리 스캇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에 나오기로 한 것도 이 확신 때문이었다.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모르나 나를 자극시켜야 하는 이야기여야 한다. 이 작품에 나오기로 한 것도 각본을 읽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감독을 보고 선택한다.
 

제공된 작품에 대해 ‘노’라고 자주 말하는가.

그렇다. 항상 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때론 처음에는 대뜸 주제가 두려워 ‘노’라고 했다가 나중에 곰곰이 다시 생각한 뒤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보면 위협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얘기를 몇 차례 들어보긴 했지만 전연 내 본의가 아니다. 난 늘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아마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위협감을 느끼는 것 같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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